‘수출 상저하고’ 멀어져간다
하반기도 하향 ‘상저하저’ 전망
정부, 기대 목표 달성 ‘빨간불’
주력 수출품인 반도체 재고가 상당 부분 소진되더라도 세계 경기 부진으로 수출액이 예년 수준을 밑돌 가능성이 커지면서 정부가 올해 목표로 한 6850억달러 수출 달성에 빨간불이 켜졌다.
산업연구원은 30일 발표한 ‘2023년 하반기 경제산업 전망’에서 올해 하반기 수출 증가율이 -5.2%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상반기(-12.7%)보다는 수출 감소 폭이 줄어들지만, ‘전년 대비 0.9% 늘며 플러스로 돌아설 것’이라던 지난해 말 전망보다는 대폭 하향 조정됐다. 이에 연간 수출 전망치도 -3.1%에서 -9.1%로 낮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수출 부진의 주요 원인은 13대 주력산업 수출이 회복하지 못한 영향이 크다. 미국·중국 등의 경기 회복 지연에 따른 수요 둔화로 조선(50.8%), 철강(3.8%), 2차전지(9.2%)를 제외한 대다수 주력산업 수출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대 수출 품목인 반도체는 하반기(-12.8%) 전망도 어둡다. 글로벌 데이터센터의 설비 교체·신규 수요 확대로 상반기 수출 감소 폭(-35.1%)보다는 줄어들지만, 플러스로 전환하기에는 역부족으로 예상된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반도체 시장 회복은 결국 세계 경기 회복에 달려 있다”며 “상반기보다 수출 금액은 늘어날 수 있지만 월별 100억달러 수출액을 달성했던 예년 수준으로 되돌아갈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반도체 수출에서 경기 변동성이 큰 메모리 비중이 63.8%로 세계 평균(30.5%)의 2배 이상 높은 사실이 걸림돌로 작용한다. 챗GPT 등 인공지능(AI) 관련 수요의 대다수는 시스템반도체인 데다 효과를 보는 데도 상당 기간 걸린다.
정보통신기기(-13.6%), 섬유(-6.0%), 정유(-22.5%) 등 대다수 품목은 하락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측됐다. 상반기에 27.3%나 늘며 버팀목이 돼온 자동차 수출도 하반기에는 0.2% 늘어나는 데 그쳐 ‘상저하고’를 이끌기에는 역부족으로 보인다.
산업연구원도 올해 성장률 1.4%로 하향
수출 대상국으로 보면 중국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에 따른 반사효과 가능성이 크지 않은 것도 문제다. 내수 중심 회복에다 IT 등 첨단기술 산업을 중심으로 중국의 자급률이 올라가면서 대중 수출에는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산업연구원은 올해 하반기 철강과 정유, 석유화학, 가전 등에서 5% 내외 수출이 늘어나지만 반도체, 디스플레이, 일반기계는 수출 감소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올 하반기에도 수출이 뒷걸음질 치면서 올해 정부가 내세운 수출 목표치(6850억달러)를 달성할 가능성은 낮아졌다. 지난 2월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4차 수출전략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모든 외교의 중심을 경제와 수출에 놓고 최전선에서 사투를 벌이겠다”며 올해 수출액 목표를 전년보다 ‘0.2%’ 늘어난 6850억달러로 내걸었다.
하반기 수출이 약한 반등에 그치면 성장률도 1%대 초반에 머물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최근 한국은행이 올해 성장률을 1.6%에서 1.4%로 낮춰 잡은 데 이어 이날 산업연구원도 1.9%에서 1.4%로 하향 조정했다.
하준경 한양대 교수는 “반도체와 중국 수출 회복 등 ‘상저하고’로 예상했던 전제조건들이 변하고 있다”며 “단기적으로 재정 역할을 확대하는 한편 중장기적으로는 공급망 재편과 산업 전환에 투자해 경쟁력을 끌어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박상영 기자 sy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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