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지원금 받아 살아남읍시다” 뭉치는 지방대
국립 간·사립 간·연합 형태 활로 모색…“정부 더 많은 관심을”
광주에 있는 조선대학교와 조선간호대학은 지난 24일 ‘대학 통합 협약’을 체결했다. 같은 법인 소속의 학교였지만 두 대학은 그동안 별도로 운영돼왔다. 종합대학인 조선대에는 재학생 340명의 간호학과가 있다. 광주지역 대학이 ‘통합’을 위한 협약을 체결한 것은 처음이다. 이강희 조선대 홍보팀장은 “두 대학의 통합 절차에 대한 논의가 본격 시작됐다. 시간을 지체할 여유가 없다”고 말했다.
급격한 학령인구 감소와 수도권 집중화로 존폐 위기에 처한 지방대학들이 ‘통합’을 통해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정부가 지방대학 지원을 위해 추진하고 있는 ‘글로컬대학30’ 사업이 촉매 역할을 하고 있다.
30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교육부의 ‘글로컬대학30’ 예비지정 신청서 접수 마감을 하루 앞두고 전국 지방대학들의 통합 논의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교육부는 올해 10개 안팎을 시작으로 2026년까지 30개 내외 대학을 글로컬대학으로 지정해 집중 지원한다. 대학 1곳당 정부 지원 규모는 5년간 1000억원에 달한다.
부산에서는 부산대와 부산교대가 지난 17일 글로컬대학 선정에 공동 참여하는 형식으로 통합을 결정했다. 부산교대는 이날 비대면으로 열린 교수회의에서 해당 안건을 가결했다. 거점국립대학과 교육대학이 통합하는 것은 2008년 제주대와 제주교대 이후 두 번째다.
전북지역 기독교사립대학인 전주대와 예수대, 전주비전대도 이날 통합을 전제로 글로컬대학 사업에 공동 신청하기로 했다. 학교법인도 합친다. 3개 대학이 글로컬대학으로 지정되면 재학생 1만4082명의 지역거점 대형 사립대학이 출범하게 된다.
대전지역 국립대인 충남대와 한밭대는 지난해 12월 ‘통합 논의 공동 선포식’을 가졌다. 두 대학은 ‘대학 통합 공동추진위원회’를 가동하고 있다. 목원대와 배재대는 지난 22일 ‘글로컬대학 공동추진위원회’를 발족하고 대전·충청에서 처음으로 ‘연합대학’을 운영하기로 했다.
경북에서도 대구대·대구가톨릭대·경일대가 연합 형태의 ‘경북글로컬대학’ 추진을 위한 협약을 체결했다. 경북글로컬대학은 재학생 4만7000여명의 국내 최대 규모 연합대학이 된다. 국립대인 안동대는 경북도립대와 통합을 진행한다. 경북 경산에 있는 영남대는 같은 법인 소속인 대구의 영남이공대와 통합을 검토하고 있다. 강원대와 강릉원주대도 ‘1도 1국립대’를 토대로 한 기획서를 만들어 교육부에 제출한다.
지방대 통합은 생존을 위해서는 불가피한 선택이다. 종로학원이 지난 1월 발표한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응시생 추정 분석결과’를 보면 2024년 수능 응시생 수는 41만5000∼41만9000명으로 예상된다. 고3 응시생은 28만4000명, 재수생이 13만∼13만4000여명이다. 고3 응시생 수는 전국 196개 대학의 전체 모집인원(34만934명)보다 5만6000여명이나 적다.
한 지방대학 관계자는 “생존하려면 통폐합이 불가피하지만 균형발전을 위해서는 반드시 지역에 대학이 있어야 한다”면서 “정부가 수도권 집중을 막고 지방대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강현석·권기정·김창효·강정의·김현수 기자 kaj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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