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박사 필요"vs "특혜 안돼"… `한예종 설치법` 논란

강현철 2023. 5. 30. 19:54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연합뉴스
연합뉴스

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에 석·박사 과정을 개설하는 내용의 '한국예술종합학교 설치법안'을 놓고 한예종과 사립 예술대학들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한예종은 예술인재 확보를 위해 석·박사 학위 과정 개설이 시급하다는 입장인 반면 사립 예술대학들은 전국 예술대학들이 학과 통폐합 등 고통을 겪고 있는데 한예종에만 특혜를 주는 특별법 제정은 불가하다고 맞서고 있다.

◇"예술 인재 양성위해 석박사 과정 꼭 필요"= 한예종은 예술영재교육과 전문 예술인 양성을 위해 1991년 대통령령인 '한국예술종합학교설치령'에 따라 1993년 음악원을 시작으로 개교한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국립 예술학교다. 바이올리니스트 클라라 주미 강, 피아니스트 임윤찬, 발레리나 박세은 등 세계적 문화예술계 스타들을 비롯해 배우 이선균·김고은·오만석·이제훈·김정현·임지연·이상이 등이 이곳 출신이다. 재정난에 허덕이는 일반 예술대학에 비해 정부 지원이 적지 않아 교수진과 교육 프로그램, 시설 등이 잘 갖춰져 있다. 학생들이 원하는 실기·현장 중심 교육에 강점이 있는 데다 학비마저 저렴하니 음악·연극·영화·무용·미술·전통예술 등 모든 예술분야 학생들에게 가고 싶은 학교로 손꼽힌다.

하지만 한예종은 고등교육법상 대학이 아니라 '각종학교'다. 따라서 학사학위(예술사 과정)만 인정된다. 대학원 설립과 석·박사 학위 수여도 불가능하다. 석사 과정에 해당하는 '예술전문사' 과정을 운영하고 있지만 수료해도 석사학위를 받을 수 없고, 박사 과정에 진학할 때만 석사 학위에 준하는 학력으로 인정된다. 이 때문에 적지 않은 졸업생들이 석·박사 학위 취득을 위해 해외 유학 등을 선택하고 있다. 1990년 국립예술학교 설치 계획이 공포되고 1991년 '한국예술종합학교설치령'을 만들 때부터 '실기' 중심의 예술인 양성 교육을 강조하면서 학위 과정을 두지 않았다.

석·박사 학위 과정 개설은 한예종의 숙원사업이다. 한예종은 "30년 전과 달리 현재는 전문적·창의적 예술가 양성을 위해 인문학적 접근과 다양한 분야의 융합예술 교육이 필수적"이라며 "한예종처럼 실기 중심의 교육을 하는 줄리어드, 파리국립콘서바토리, 영국 왕립 미술 아카데미, 맨해턴 음악학교 등 세계적 예술학교에도 박사 과정이 있다"고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 박정·김윤덕 의원과 국민의힘 이채익 의원은 지난해 각각 내용이 유사한 한예종 설치법안을 발의했다.

한국전통문화대 설치법 등 특수목적 국립대학 설치를 규정한 사례처럼 한예종에도 석·박사 학위과정의 대학원을 두도록 하자는 게 골자다. 1999년, 2005년에 이어 올해가 세번째 시도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문화예술법안심사소위원회는 지난 24일 이들 의안을 심사했으며, 이견을 좁히지 못해 30일 오전 11시부터 추가 논의에 돌입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이를 반대하는 예술대학 등 관련자들의 의견을 수렴한 후 다시 회의를 열기로 했다. 회의 일정은 아직 정해지진 않았다.

◇"한예종에만 특혜 줘선 안돼"= 29일 전국예술대학교수연합과 한국예술교육학회가 반대 성명을 낸 데 이어 30일에는 수도권 예술관련학과 대학생 등 1000여명이 여의도 국회 본관 앞에서 반대 시위에 돌입했다. 전국예술대학총학생연합(예총련)과 전국예술대학교수연합(예교련)은 '한예종 특별법 폐지를 위한 규탄대회'를 갖고 설치법안의 철회를 강력히 촉구했다. 전국 73개 대학, 219개 학과 대표들이 참여, "예술상생 피해가는 한예종은 각성하라"는 구호를 외쳤다.

차영수(중앙대) 예총련 대표는 "전국의 예술대학은 학과 통폐합 등 고통을 겪고 있는데 한예종만을 위한 특별법이 제정되는 것이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지역 예술대학은 죽어가고 있는데 왜 한예종만 특별대우하는가"라고 주장했다. 이어 "한예종은 한예종의 역할이, 예술대학은 예술대학의 역할이 있고 한예종의 특혜는 이미 충분하다"며 "각종 특혜는 누리고 교육부의 규제는 받지 않겠다는 한예종의 위선과 욕심의 끝은 어디냐"라고 지적했다.

예교련도 "한예종은 법률상 대학(교)의 명칭을 사용할 수 없으며 대학원도 설치할 수 없는데 한에종 설치법안을 통해 석·박사 학위과정까지 두는 것은 구조조정 중인 일반 사립대학들과의 형평성에도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예교련은 한예종에 대한 정부 지원 예산이 950억원에 달한다며 "문화부 소속기관인 한예종에 교육부 인정 석·박사 학위 과정을 신설하는 것은 유아 대상 영재교육원부터 박사과정까지 한예종 안에서 수직계열화해 독점하려는 것"이라며 "해외 선진국에서도 국립 교육기관이 해당 국가 전체의 예술교육을 독점하는 사례는 없다"고 밝혔다. 강현철기자 hckang@dt.co.kr

Copyright © 디지털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