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K] 제주 제2공항 의견수렴…“검증 없으면 갈등만 커져”

강인희 2023. 5. 30. 1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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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제주] [앵커]

지난 3월 초 시작된 제주도의 제2공항에 대한 도만 의견수렴이 내일로 마무리됩니다.

제주도는 도민 의견을 충분히 듣겠다며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서 공람과 경청회를 진행했는데요.

제주도의 의견수렴 과정과 앞으로 일정 등을 다뤄봅니다.

강인희 기자, 우선 이번 제2공항 도민 의견 수렴이 어떤 취지로 시작된 건지 짚어 볼까요.

[기자]

네, 지난 3월 6일이죠.

환경부가 제주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에 대해 조건부 동의를 했습니다.

그리고 이틀만인 8일에 국토부가 기본계획안을 전격 발표했죠.

보통은 전략환경영향평가에서 환경부가 보완을 요청한 내용 들을 반영한 뒤 기본계획안을 발표해야 하는데 이틀 만에 발표하며 논란이 되기도 했습니다.

이번 의견 수렴은 기본계획안에 따른 거라고 보시면 됩니다.

공항시설법 시행령을 보면 국토부장관이 기본계획 수립 때 지방자치단체장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고 돼 있거든요.

이 때문에 제주도는 도민 의견수렴을 위해 읍면동 주민센터에서 전략환경영향평가서와 기본계획안을 공람하도록 하고 4차례의 경청회를 진행한 겁니다.

[앵커]

그런데, 지난 3월 오영훈 지사는 스튜디오에 출연해 지금 시점에서 주민투표보다도 검증이 중요하다고 한 기억나는데요.

그런데 검증 없이 현재 의견수렴 기간이 내일로 끝이 나는 건가요.

[기자]

네, 당시 오영훈 지사는 "우선 전략환경영향평가 보완 내용이 가장 중요하다"며,

"기본계획 내용이 어떻게 정리됐는지, 지난번과 어떤 차이가 있고 어떻게 보완이 됐는지 확인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를 했습니다.

갈등을 해소하고 도민 결정권을 위해 검증이 중요하다고 본 건데요.

아직 제주도 차원의 검증은 없는 상황입니다.

[앵커]

그런데 강 기자, 제2공항과 관련한 평가서들을 일반 시민들이 접하기엔 쉽지 않을 텐데, 공람 실태는 어땠나요?

[기자]

네, 제주시 내 한 주민센터를 가봤는데요.

전량환경영향평가서가 3천 페이지가 넘는데다, 입지 타당성 평가와 기본계획 수립 연구용역서까지 6권이나 됐습니다.

공람한 주민도 거의 없었습니다.

읍사무소도 가봤는데요.

접수된 의견서는 2건이었습니다.

현장에서 만난 주민들은 너무 두껍고 용어도 어렵다고 하셨고요.

평가서를 보더라도 옆에서 누군가 설명해 주는 사람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앵커]

4차례 열린 경청회도 사실상 찬반 의견만 확인하는 자리로 끝났다는 평가가 많죠.

[기자]

네, 지난 3월 성산읍을 시작으로 4차례 진행된 도민 경청회는 고성과 욕설이 오갔죠.

제기된 의혹들을 해소하기보다 찬반 측 입장만 재확인하는 자리로 끝이 났는데요.

현장에서 만난 도민들의 목소리를 들어 보시죠.

[오명신/제주시 연동/경청회 참석자 : "궁금증을 해소하지도 못했고 자기네 사업 목적만 얘기했지."]

[강정연/서귀포시 성산읍/경청회 참석자 : "도민 경청회가 아니라 맨 앞의 (용역사 설명)순서들은 제2공항 건설을 목적으로 해서 진행되었던 사례 발표가 아니었나 생각이 들어서 많이 아쉽습니다."]

[앵커]

그런데 이런 경청회 과정을 통해 제주도는 "충분히 도민의 의견을 들었다" 라고 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이 같은 의견수렴 방식 어떻게 봐야 할까요.

[기자]

네, 말씀하신 대로 오영훈 지사는 지난달 도정질문에서 경청회가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했죠.

이번 의견수렴과 과정과 관련해 국내 전문가들에게 자문했는데요.

들어 보시죠.

[조공장/한국환경연구원 선임연구원 : "(제2공항은)과정에 대한 신뢰가 없기 때문에 결과에 승복하지 못하고 똑같은 문제로 갈등이 일어나는데, 초기 단계에서 좀 더 이렇게 정보를 공개하고 논의 과정에서 투명성 확보에 시간을 투입한다면 오히려 갈등이 줄어들고."]

[정영신/가톨릭대 사회학과 교수 : "(안전성, 조류충돌 등)논란이 제기되는 부분에 대해서는 과학적 조사를 하고 정확한 정보가 제공돼야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것이거든요. (도민) 결정은 그 다음에 이뤄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앵커]

지금의 방식대로 간다면 갈등이 더 커질 수도 있는 상황이네요.

해외에서는 의견수렴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도 취재했죠?

[기자]

네, 영국과 프랑스 등 유럽 주요국가에서는 '시민참여제도'를 활용하고 있었습니다.

이들 국가는 행정당국이 사업의 필요성을 알리고 설명회를 여는 단계를 요식행위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현재 제주도가 하는 의견청취와 설득 과정도 형식적인 절차로 보고 있습니다.

실질적인 시민 의견 수렴과 참여는 행정당국과 권한을 공유한다는 의미로 사실상 검증을 포함하고 있었는데요.

제주처럼 경청회 등 의견 수렴까지만 할 경우 오히려 갈등을 부추길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시민과 사업 결정 권한을 공유해야 한다는 게 시민참여제도의 핵심입니다.

[앵커]

그렇다면, 해외에선 어떤 방식으로 검증하고 있나요.

[기자]

네, 지난해 원자력발전소 사업을 다룬 캐나다의 사례 볼까요.

시민들이 전문가 단체에 사업 평가서가 제대로 작성됐는지 문제점은 없는지 의뢰했는데요.

검증 비용은 우리나라 원자력안전위원회 격인 원자력규제위원회가 부담했습니다.

공청회에 참석하기 전에도 시민들이 전문가 도움을 받아 내용을 충분히 확인한 뒤 참가하고 있었습니다.

일본의 사례도 보면 3.9km 길이의 4차선 도로를 건설하며 오픈 하우스란 공간을 마련했습니다.

완성 후 모형과 환경에 미치는 영향 등이 안내되고 주민들이 언제든 사업자 측을 만나 문제점을 확인하고 의견을 낼 수 있습니다.

특히, 착공 전 주민과 행정당국이 도로 개발의 필요성과 부작용을 토론한 시간만 3년이었습니다.

[앵커]

제주처럼 의견수렴 기한을 정해 놓는 게 아니라 시간이 걸리더라도 시민들이 사업 내용을 충분히 이해하도록 검증하고 있네요.

그럼 강 기자, 내일로 의견수렴이 마무리되면 제주도는 국토부에 어떤 방식으로 전달하겠다는 건지 시청자분들 가장 궁금 하실 텐데요.

[기자]

네, 맞습니다.

지금까지 제주도에 접수된 제2공항에 대한 도민 의견은 1천480여 건인데요.

제주도는 접수된 도민 의견들을 도내 한 전문기관에 의뢰해 분석할 계획입니다.

접수된 의견 대부분이 단순 찬반 의견이라고 제주도는 설명했는데요.

이 찬반 비율을 비롯해 지하수 영향과 조류충돌, 동굴 가능성 등 어떤 부분에서 문제가 제기됐는지 등을 분석한다는 계획입니다.

분석이 보름 정도 소요될 전망인데요.

제주도는 이 결과를 다음 달 말쯤 국토부에 전달할 계획입니다.

문제는 제주도의 의견이 찬성 또는 반대로 명확한 게 아니기 때문에 의견수렴 결과만 가지고 국토부가 어떻게 판단할지 관심이고요.

이번 의견 수렴이 사업 추진을 위한 요식행위가 되는 건 아닌지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앵커]

제주도가 국토부에 도민 의견을 전달하면 다음 절차는 어떻게 되나요.

[기자]

네, 국토부는 제주도가 제출한 의견에 대해 예산협의와 항공정책심의회 등을 거치게 됩니다.

현재 기본계획안을 고시하기 전 제2공항 추진 여부를 검토하고 보완한다면 어떻게 할지 확인하는 과정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국토부 측은 아직 제주도 의견이 오지 않았기 때문에 내용을 확인한 뒤 앞으로 방향이 결정될 것이라고 말을 아꼈습니다.

한편 제주도 측은 국토부에서도 검증은 현 단계에서 어렵다고 한만큼, 제주도의 별도 검증도 지금 시점에서는 어렵다고 취재진에게 전해왔는데요.

분명한 것은 제주 미래에 대한 도민결정권은 권리이자 역량의 문제인 만큼, 신중하고 공정하게 추진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그 어느 때 보다 높다는 겁니다.

[앵커]

네, 강 기자 수고하셨습니다.

촬영기자:고아람/그래픽:박미나·조하연

강인희 기자 (inhee@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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