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당한 부모, 아이들이 웃는다
[KBS 제주] [앵커]
'아이를 가질 때부터 차별을 받는다.'
상상이 가십니까?
실제 청소년 한 부모는 임신 과정에서부터 잘못이라도 한 듯 무시하는 언사와 행동을 경험한다고 합니다.
바로 우리 사회 인식의 현 주소인데요.
가정의달 기획 청소년 한 부모 마지막 순서, 허지영 기자가 청소년 한 부모들의 소소한 바람을 전합니다.
[리포트]
[19살 출산 후 입양자/음성변조 : "(산부인과에 가도) 몇 주 됐다, 이런 건 저희한테는 이야기 아예 안 해주시고. '부모 데려와' 이거였어서."]
[청소년 한 부모/음성변조 : "불쌍하다고, 안타깝다고. 제일 심했던 건 '네가 몸 팔고 다녀서 아이 생긴 거 아니냐'고 (하는 말이었어요.)"]
[청소년 한 부모/음성변조 : "(동네에는) 어릴 때부터 본 사람들이라, 다 아는 사람들이고 그래서. 거의 집에만 있었어요."]
[청소년 부모/음성변조 : "'그 엄마에 그 자식이지' 이런 욕들을 많이 해요. 지금까지도."]
잘못이라도 한 듯 주변의 수근거림과 시선에 청소년 한 부모들은 더 깊숙이, 보이지 않는 곳으로 숨었습니다.
가장 가까운 가해자는 뜻밖에도 가족이었습니다.
자녀의 출산을 숨기려 '내가 낳은 아이'라 속이고, 소문 날까 봐 복지 혜택조차 받기를 꺼려하기도 합니다.
제주지역 정부 지원 청소년 한 부모 대상자 68명 가운데 도움을 신청한 건 20%에도 못 미치는 13명 뿐일 정도입니다.
[문지은/제주시가족센터 가족지원팀장 : "자신을 내보이기 꺼려하는 경우도 있기도 하고요. (복지 혜택을 받다가 주변에) 알려지는 게 조금 싫은 경우들이 있어서 좀 쉬쉬하는 경우도 있기도 하고요."]
저출생 시대, 낙태 대신 출산과 양육을 선택한 청소년 한 부모들.
단지 시기가 빨랐을 뿐, 책임감으로 자신의 가정을 이끄는 여느 부모와 다르지 않습니다.
[임애덕/사회복지법인 청수 이사장 : "저출산 고령화 사회가 된 거죠. 누구든지 태어난 아이들은 너무 귀하잖아요. (아이를 키우는 데 있어서) 결혼을 하고, 안 하고는 중요하지 않다. 우리 사회도 그걸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사회적 인식 개선은 청소년 한 부모의 자녀들에게도 건강하게 자랄 힘이 될 수 있습니다.
[이연화/제주여성가족연구원 연구위원 : "(청소년 한 부모의 자녀들이) 자격지심이나 이런 것 없이 긍정적인 마음으로 학업을 이수하고, 공동체 내에서 이제 온전한 성인으로 성장한다."]
청소년 한 부모 당사자의 노력도 중요합니다.
서로 연대하며 정서적 고립감으로부터 탈출하고, 사회에 진출할 용기를 북돋기 위한 공동체 참여는 한 방법입니다.
미혼모 시설에서 나온 한 부모 70여 명과 자원봉사자들의 모임도 운영되고 있습니다.
[현인숙/꿈꾸는 다락방 소장/한라대 교수 : "이런 모임을 통해서 서로가 정보를 공유하고, 우리 엄마들이 조금 더 당당할 수 있는 기초가 된다는 점은 틀림없는 사실이고요."]
멋지다, 혼자서도 잘 키운다.
취재진이 만난 청소년 한 부모들은 아이를 키우면서 이런 말이 듣고 싶다는 소박한 바람을 전했습니다.
이들이 세상의 시선으로부터 상처받지 않고 아이를 키우도록 돕는 게, 앞으로 우리 사회의 몫일 겁니다.
KBS 뉴스 허지영입니다.
촬영기자:고성호/그래픽:박미나
허지영 기자 (tangerine@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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