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가족처럼”... 위기의 가족 품는 ‘따뜻한 수원’

김기현 기자 2023. 5. 30. 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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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면식도 없던 이웃들도 ‘도움의 손길’ 릴레이
남다른 이웃 사랑 수원서 새로운 희망 설계
市 “다양한 지원 인프라 구축·확대 힘쓸 것”
꾃수원특례시와 이웃들의 도움으로 화재 사고를 딛고 다시 환한 웃음을 되찾은 최민웅씨 가족. 수원특례시 제공

 

화마 덮친 최민웅씨 다문화·다자녀가정

칠흑 같은 어둠 속을 헤매다 마주한 한줄기 빛만큼 ‘감사한 존재’가 또 있을까. 수원특례시와 수원특례시민이 주인공이다. 최근 수원지역에서 화재 사고를 겪은 한 가족이 새로운 희망을 품었다. 주변 이웃이 내민 따뜻하고, 세심한 손길 덕분이었다. 이웃이란 의미가 희미해져 가는 요즘, 경종을 울리는 대목이다. 불과 한 달여 만에 활기를 되찾을 수 있었던 가족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지난 2월 화재 사고로 불에 탄 주방의 모습. 수원특례시 제공

■ “남부러울 것 없었는데”... 순식간에 ‘잿더미’ 된 보금자리

최민웅씨(39)는 다문화가정이자 다자녀가정의 가장이다. 20대 초반부터 해외에서 생활해 오다 프랑스 국적 아내를 만나 지난 2013년 웨딩마치를 올렸다. 이후 두 자녀와 함께 프랑스에서 생활하던 중 코로나19가 창궐했고, 결국 가족 안전을 위해 2020년 11월 한국행을 결정했다.

2022년 3월에는 장안구 조원1동 소재 아파트에 둥지를 틀었다. 조용하면서도 잘 갖춰진 생활 인프라가 그를 매료시켰다. 이어 쌍둥이 남매까지 출산하면서 부부를 비롯해 9세, 6세, 8개월 쌍둥이까지 여섯 명으로 이뤄진 다복한 가정을 꾸리게 됐다.

외벌이로 빠듯했지만 행복이 넘쳤던 최씨 가족이 갑작스러운 위기를 맞은 건 1년여 만인 올해 2월14일이었다. 자녀를 위해 점심을 준비하던 아내가 식재료를 사러 마트에 간 사이 냄비에 불이 붙었다. 방학 중이던 첫째와 쌍둥이 남매가 집에 있는 상태였다. 다행히 스프링클러가 작동해 큰 화재로 번지지는 않았으나 주방과 거실이 불에 탔고, 바닥은 물바다로 변했다.

■ 수원특례시, 전방위적 지원... “주거·생계비 걱정 덜어”

서울에 있는 회사에서 근무하던 중 사고 소식을 접한 최씨는 집에 도착한 뒤에야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일면식도 없던 이웃이 가족을 보살펴 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웃은 돌도 안 된 어린 쌍둥이에게 깨끗한 옷가지를 입혀 주고, 한국어가 서툰 아내를 안심시켜 주고 있었다.

그는 “당시 이웃이 선뜻 갈 곳이 없으면 자고 가라고 말씀해주시기도 했다”며 “지금 생각해도 눈물이 날 정도로 감사하다”고 말했다. 동시에 조원1동 행정복지센터에서도 발 빠르게 지원에 나섰다. 우선 대한적십자사가 지원하는 긴급구호 세트를 제공해 급한 가재도구를 마련했다. 그러나 더는 이웃에 피해를 줄 수는 없다고 생각한 최씨 가족은 회사 근처 단기 월셋방을 찾아 잠을 청했다.

이 소식을 접한 시는 사고 발생 6일 만에 정자2동에 있는 임시주거시설을 지원했다. 첫째 아들 통학 문제로 걱정하던 최씨 가족에겐 단비 같은 지원이었다. 이와 함께 석 달간 긴급복지 생계비도 지원하는 등 경제적으로 급한 불을 끌 수 있게끔 조치했다. 시는 현재 실직과 질병, 재해 등으로 갑작스러운 위기를 맞은 가정에 임시거주시설이나 생계비를 지원하고 있다. 지원 대상에 해당되지 않을 경우엔 후원금이나 물품 등 각종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다양한 단체와 연계해주고 있다.

최씨는 “식구가 많아 받아주는 곳도 많지 않았는데, 시에서 지원을 받아 시름을 덜었다”며 “당시 조원1동장님이 사용하던 냉장고까지 지원해 줄 정도로 큰 도움을 받았다”고 전했다.

수원특례시 관계자들이 최씨 가족에게 수원특례시휴먼서비스센터를 통해 분유를 비롯한 생필품을 전달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수원특례시 제공

■ 이웃의 따뜻하고, 세심한 손길까지... 피해 회복 ‘척척’

이와 함께 조원1동 자문위원회, 통장협의회, 주민자치회, 마을만들기협의회, 지역사회보장협의체, 새마을부녀회 등도 연합해 십시일반으로 힘을 보탰다. 쌀과 라면, 반찬 등 먹거리부터 생활용품, 화재 연기를 뒤집어쓴 이불 빨래까지 다각적으로 지원했다.

인근 조원초 학부모회는 아이들을 위해 꼭 필요했던 의류와 신발, 장난감, 도서 등을 전달했다. 특히 주민단체들은 둘째 딸 유치원 수료를 신경 쓸 겨를이 없던 최씨 부부를 대신해 꽃다발과 통닭을 보내기도 했다.

최씨는 “황량했던 임시주거지에서 꽃 한 다발이 엄청난 위로로 느껴졌다”고 회상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타지에서도 도움은 이어졌다. 최씨 가족 사고 소식을 들은 경북 경주의 한 독지가의 후원으로 전기밥솥과 청소기 등 꼭 필요한 집기가 전달됐다.

피해 복구 후 집에 돌아온 최씨 부부가 직접 만든 쿠키를 이웃 주민에게 전달하며 감사 인사를 하고 있다. 수원특례시 제공

■ 불과 한 달 만에 되찾은 ‘일상’... “이웃 있어 가능”

이 같은 도움 덕분에 최씨 가족은 예상보다 빠른 올해 3월 말 보금자리를 되찾을 수 있었다. 이에 최씨 부부는 이웃에게 받은 사랑을 조금이나마 돌려주기 위해 소소한 아이디어를 냈다. 이웃 주민에게 감사하고, 미안한 마음을 전하기 위해 엘리베이터에 편지를 게시했다. 또 시간이 날 때마다 직접 구운 쿠키를 들고 가가호호 방문해 인사를 드렸다. 화재로 인한 엘리베이터 운행 중단과 복구공사 등으로 장기간 불편을 겪은 이웃은 최씨 가족에게 오히려 따뜻한 위로를 건넸다.

최씨는 “계단을 걸어 다니면서 힘드셨을 텐데도 덕분에 운동됐다고 안심시켜 주시는 어르신들부터 손잡고 힘내라고 응원해 주시는 분들까지 너무 많은 사랑을 받았다”고 말했다. 최씨 아내에게도 잊지 못할 기억으로 남았다. 시의 남다른 이웃사랑 덕분이다. 이를 계기로 프랑스로 돌아가야 할지 고민했던 부부는 수원에서 계속 살아가기로 결심했다.

최씨는 “이웃이 주신 손길 하나하나에서 가족의 정을 느꼈다”며 “소중한 경험을 바탕으로 도움이 필요한 이웃을 돕는 가족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갑작스러운 어려움에 처하면 용기를 잃고 나쁜 생각을 하기 쉽다”며 “하지만 생각보다 도움을 주는 이웃이 많으니 주위를 둘러보시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앞으로도 어려움에 처한 시민을 지원할 수 있는 다양한 인프라 구축에 힘쓸 것”이라며 “희망 가득한 도시를 만들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김기현 기자 fact@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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