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이 주는 의미…성남큐브미술관 ‘헬로! 펫, 또 하나의 가족’

송상호 기자 2023. 5. 30. 1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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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동시대이슈전 ‘헬로! 펫, 또 하나의 가족’ 전경. 송상호기자

 

과연 사람은 사람에게서만 위안을 얻어야 하는 걸까. 반려동물이 인간의 곁을 오랫동안 맴돌면서 위로와 소통이 절실한 인간에게 어떤 존재가 됐을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성남큐브미술관 기획전시실에서 다음 달 25일까지 진행되는 2023 동시대이슈전 ‘헬로! 펫, 또 하나의 가족’을 통해 얻을 수 있다.

성남큐브미술관이 격년마다 개최하는 ‘동시대이슈전’의 일환으로 기획된 이번 전시는 문화예술을 비롯한 사회 전반의 이슈를 예술로 되짚어보고 풀어내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인간의 삶 속 깊이 스며든 반려동물을 모티프로 활동하는 11명의 작가들이 일상에서 재발견하는 반려동물의 의미를 풀어낸다. 이들은 평면 회화와 사진뿐 아니라 물리적인 실체를 감각하는 조각, 다양한 방식으로 수용이 가능한 영상 작품을 선보인다.

2023 동시대이슈전 ‘헬로! 펫, 또 하나의 가족’ 전시장 입구 전경. 송상호기자

전시장 입구에선 귀엽고 앙증맞은 표정의 강아지를 확인할 수 있다. 주후식 작가가 흙으로 빚어낸 뒤 테라코타 방식으로 구워 만든 강아지들이다. 인간의 입장에서 볼 때 외관상 호감을 불러오는 강아지들의 모습은 오히려 인간에게 성찰의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삶의 영역에 깊숙이 침투한 반려동물과의 관계를 다루는 전시의 테마를 환기한다.

인간의 곁을 오랜 기간 지켜온 개 뿐 아니라 물고기나 고양이를 비롯한 다양한 반려동물을 전시실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 정하경 작가가 그려낸 고양이들의 세계에서는 인간을 곁에 두지 않은 고양이들이 어떤 모습으로 비춰질 수 있을지 상상이 가능하다. 이어 유혜리 작가가 그려낸 여러 마리의 물고기가 인간의 생활 양식, 문화 영역과 연결됐을 때 어떤 의미로 다가오는 지 가늠할 수 있다. 

이아영 작가는 자신의 일상과 호흡하는 강아지들을 애정 어린 시선으로 캔버스에 실었다. ‘조금만 더’, ‘으읏차!’ 등의 작품에서는 캔버스에 실제 목줄이나 원반 등 강아지와 시간을 보낼 때 쓰는 용품을 결합하고, 캔버스 위에 장난감을 올려놓는 등 소재와 표현 방식에 있어 입체감을 부여해 관람객들의 몰입을 돕고 있다.

윤석남 작가의 조각 ‘1025: 사람과 사람 없이’의 일부가 전시된 모습. 송상호기자

반려동물과 함께 하는 일상의 가치를 보여주는 작업들만 존재하는 건 아니다. 5년에 걸쳐 유기견 나무 조각을 2천400여마리 만들고 그 가운데 1025마리를 전시했던 윤석남 작가의 조각 ‘1025: 사람과 사람 없이’의 일부가 전시실 벽면을 가득 채우고 있다. 이처럼 전시는 유기견 문제와 같이 동물들이 인간의 곁을 지켜온 기간이 길어질 때 발생하는 부작용을 곱씹어보는 경험을 제공한다.

특별히 반려동물의 죽음, 장례문화를 다룬 섹션도 주목할 만하다. 금혜원 작가는 박제된 반려동물들을 사진으로 남겨 이들의 죽음을 대하는 방식과 태도를 점검해보는 기회를 만들어낸다. 또 반려동물의 장례식이나 묘지, 납골당과 화장터 등을 작품의 화두로 끌고 오면서 동시대의 반려동물 장례 문화가 어떤 질문을 만들어내는지 사유하고 있다.

현실에서 만나는 반려동물뿐 아니라 현실과 비현실을 넘나드는 시선 역시 확인할 수 있다. 개가 등장하는 동서양의 설화를 재해석한 이승희 작가의 작품에선 인간과 동물, 그리고 그들이 속한 세계가 품고 있는 사회문화적인 요소를 풀어내는 작업을 엿볼 수 있다.

전시를 기획한 민재홍 성남문화재단 전시기획팀 과장은 “다양한 순수미술 분야의 작품을 통해 반려동물과 함께 하는 일상의 모습을 다각도로 표현하고 있는 전시”라며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반려동물과 같이 지내는 데 있어 꼭 이야기해야 하는 부분을 놓치지 않고 담으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송상호 기자 ssho@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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