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선관위 ‘특혜 채용’ 엄정조처하되, 정치 중립 훼손 안돼

한겨레 2023. 5. 30.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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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선거관리위원회 전·현직 간부들의 자녀 특혜 채용 의혹이 확산되고 있다.

이미 고위 간부 6명의 연루 의혹이 제기된 데 이어, 선관위 내부 전수조사에서 4·5급 직원의 자녀 채용 사례가 5건 이상 확인된 것으로 전해진다.

선관위 행동강령은 '4촌 이내 친족이 직무 관련자인 경우 기관장에게 신고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자녀 특혜 채용 의혹을 받는 간부 6명 가운데 이를 신고한 이는 한명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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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태악 중앙선관위원장이 30일 오전 과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고위직 간부들의 자녀 특혜 채용 의혹 관련 대응 방안 등을 논의하기 위해 열린 긴급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전·현직 간부들의 자녀 특혜 채용 의혹이 확산되고 있다. 이미 고위 간부 6명의 연루 의혹이 제기된 데 이어, 선관위 내부 전수조사에서 4·5급 직원의 자녀 채용 사례가 5건 이상 확인된 것으로 전해진다. 국가 선거를 총괄하는 헌법기관의 청렴성과 공정성을 뿌리째 흔드는 중대 사안이다.

이번 선관위 특혜 채용 의혹은 박찬진 사무총장과 송봉섭 사무차장의 자녀가 각각 2022년, 2018년 선관위 경력직 공무원으로 채용된 사실이 보도되면서 불거졌다. 박 총장 자녀는 광주시 남구청 9급 공무원으로 일하다 전남 선관위에 채용됐고, 충남 보령시청 8급 공무원이던 송 차장 자녀는 충북 단양 선관위에 경력채용됐다. 이후 박 사무총장 자녀는 채용 6개월 만에, 송 사무차장 자녀는 1년3개월 만에 승진했다. 채용과 승진 과정에 ‘아빠 찬스’가 작용했다는 의심이 나오는 이유다. 이 밖에 고위 간부 자녀 채용 과정에서 해당 간부의 동료가 면접관으로 참여해 최고점을 줬다거나, 채용 단계부터 고위 간부의 자녀가 내정됐다는 의혹 등이 연이어 제기되고 있다. 선관위 행동강령은 ‘4촌 이내 친족이 직무 관련자인 경우 기관장에게 신고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자녀 특혜 채용 의혹을 받는 간부 6명 가운데 이를 신고한 이는 한명도 없다. 박 사무총장은 이런 신고 의무조차 몰랐다고 하니, 더 이상 할 말이 없다.

30일 현재 드러난 사례는 모두 11건인데, 전수조사가 진행 중인 만큼 규모는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 선관위는 이날 긴급위원회의를 열어 인사제도 투명성 강화를 위한 개혁 방안을 논의했고, 31일 특별감사 결과에 대한 입장을 내놓을 예정이다. 국민권익위원회도 이날 선관위 특혜 채용 의혹 실태조사에 착수했다. 이번 선관위 사례는 독립기관이라는 위상을 방패 삼아 제대로 된 견제 장치를 두지 않을 경우, 어떤 일이 일어나게 되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그러나 정치적 중립과 공정성이 생명인 선관위가 이번 사태로 정치적 분란에 휩쓸려선 안 된다. 여당은 전임 정부에서 임명된 노태악 위원장 사퇴를 요구하며 공세를 펴고, 야권에선 총선을 11개월 앞두고 ‘선관위 장악’을 위한 정치 공세라고 맞서고 있다. 선관위는 스스로 엄정하고 철저한 조사를 벌이고, 필요하다면 관련자에 대한 수사도 의뢰해야 한다. 그러나 선관위가 정치적 중립성마저 훼손당하는 일이 일어나선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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