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석의 건강수명 연장하기] 폐동맥 고혈압, 방치하면 큰일난다

2023. 5. 30. 18:52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현석 서울시 서북병원장

일반적으로 고혈압이라고 하면 팔에서 측정하는 혈압, 즉 심장에서 대동맥을 통하여 전신으로 공급하는 혈액의 압력을 의미한다. 그런데 정맥으로 들어온 혈액은 우심실과 폐동맥을 통하여 허파에서 이산화탄소를 내보내고 산소를 받아들인 후에 좌심실에서 전신으로 보내게 된다.

따라서 선천성 심장질환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폐로 공급되는 혈액양과 대동맥을 통해 전신으로 공급되는 혈액양은 정확하게 일치한다. 그러나 폐로 가는 혈액은 허파만 통과하면 되기 때문에 굳이 높은 압력을 유지할 필요가 없다. 따라서 정상적인 동맥압은 120/80이지만 폐동맥은 15/30 정도의 압력으로도 충분하다. 이렇게 압력이 낮기 때문에 우심실의 두께와 폐동맥은 굳이 두꺼울 필요가 없다.

오히려 폐의 모세혈관은 매우 얇기 때문에 쉽게 가스 교환이 이뤄진다. 만일 폐동맥의 압력이 비정상적으로 높으면 가스 교환이 이뤄지는 모세혈관을 구성하는 근육층이 두꺼워지면서 섬유화 반응도 같이 일어난다.

이렇게 되면 염증 반응을 유도하여 혈관벽에 수분이 증가하며 또 혈액이 쉽게 응고하게 된다. 이런 변화는 가스 교환을 막는 장벽의 역할을 하게 되고, 혈관이 좁아지거나 막히게 하여 폐동맥 혈압은 더 올라가게 된다. 따라서 폐고혈압을 방치하면 점점 더 심해지면서 생명이 위험해진다.

가장 대표적인 것으로 선천성 심장질환이 있다. 대동맥으로 가야 할 혈액이 우심장이나 폐동맥과 연결되어 강력한 압력으로 폐로 가는 경우이다. 대부분의 환자에서 수술로 치료가 가능하나 치료를 하지 않고 방치하면 점점 폐동맥의 압력이 높아지면서 대동맥과의 압력차가 적어진다.

그러면 동맥혈이 폐로 가지 않으면서 일시적으로 호흡곤란이나 청색증 같은 증상이 호전된다. 그러나 조금 더 진행이 되면 폐혈관에서 가스 교환 자체가 안 이뤄지면서 치료가 불가능해진다.

또한 만성 폐쇄성 폐질환(COPD)이 있거나 수면 무호흡증이 있으면 폐동맥압이 증가한다. 대개는 생명이 위험할 정도는 아니다. 다만 심장병이 있는 환자의 상태를 악화시킬 수는 있다.

그 밖에도 간경화 환자의 약 5% 정도에서 발생하는데 만일 간 이식이 필요할 정도로 심한 간경화에서는 16%까지도 폐동맥 고혈압이 생긴다. 그 외에도 다양한 질환에 의해서 발생할 수 있다. 2001년에는 폐동맥 고혈압이 잘 생기는 유전자가 밝혀지기도 했다. 이 질환이 있는 환자의 약 30%가 이 유전자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반적인 증상은 입술이 파랗고 가슴이 답답하거나 통증이 있으며 어지럽고 심하면 실신하기도 한다. 또 가슴이 뛰고 피로하며 숨이 가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증상은 폐고혈압이 매우 높을 때 나타나므로 증상으로 진단하기는 매우 어렵다.

진단은 폐동맥압이 장기간 지속되면 우심실이 계속 높은 압력을 만들어내야 하기 때문에 두꺼워지면서 커진다. 따라서 단순 흉부 X선 촬영이나 심전도로 의심이 되면 심장 초음파 검사를 하게 된다.

또 심장의 상태를 보기 위해 CT를 촬영하기도 하지만 MRI가 심장 근육과 혈액이 명료하게 구분이 되므로 더 효과적이다. 그리고 폐고혈압 때는 가스교환이 힘들어지므로 폐기능 검사와 함께 폐 동위원소 스캔이 도움이 된다. 그러나 가장 확실한 검사는 정맥으로 가는 고무호스인 카데터를 집어넣어 우심실의 압력을 직접 측정하는 방법이다. 그러나 가장 심각한 문제는 증상이나 흉부 X선 검사, 심전도 같은 비교적 간단한 검사에서 심장 질환이 의심될 때는 폐고혈압이 이미 심각하게 진행된 상태라는 점이다. 다만 선천성 심장질환일 때는 종류에 따라 폐고혈압의 존재를 충분히 짐작할 수 있고 수술이나 기구 삽입으로 치료가 되면 폐고혈압도 같이 치료가 된다.

치료는 폐동맥을 확장시키는 약과 우심실 기능을 도와주는 약을 사용하게 된다. 폐고혈압을 유발한 질환이 있으면 그 질환을 치료하게 되지만 조기 진단이 되는 경우가 거의 없기 때문에 예후는 매우 나쁘다. 다만 폐고혈압 을 잘 일으키는 유전자가 밝혀졌으므로 가족력이 있을 때는 미리유전자 검사를 하는 것이 좋다.

Copyright © 디지털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