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 스타트업 “과도한 규제는 사형선고”

중기부, 스타트업·국마 참여 ‘규제 뽀개기’ 개최
웨어러블 의료기기·디지털 치료기기 등 기업 참여

“초·재진을 거의 허용하지 않는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안이 시행되면 고객의 90%가 줄어들 것으로 생각합니다. 사실상 저희 기업에는 사형선고나 다름 없습니다.”(비대면진료 ‘메라키플레이스’ 선재원 대표)

“올해 3월 화상투약기(일반의약품 자판기)가 규제샌드박스 실증특례 대상으로 선정됐지만, 과도한 규제가 적용돼 한 발 자국도 나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일차적으로 국내에 10곳만 설치할 수 있으며, 이마저도 11개 품목만 판매할 수 있어 소비자들에게 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박인술 쓰리알코리아 대표)

30일 중소벤처기업부가 판교 코리아 바이오파크에서 개최한 ‘바이오 벤처·스타트업 규제뽀개기’ 행사에서는 정부 규제로 사업 추진이 어려운 스타트업 대표들이 참석해 애로사항을 쏟아냈다. ‘규제뽀개기’는 벤처·스타트업과 전문가, 국민판정단이 참여하는 토크콘서트다.

이날 행사에는 ▲웨어러블 의료기기(휴이노) ▲디지털 치료기기(웰트, 에임메드) ▲휴대용 엑스레이(오톰) ▲임상시험(제이앤피메디) ▲비대면진료(메라키플레이스) ▲화상투약기(쓰리알코리아) 등 7개사가 참여했다.

이영(왼쪽 다섯번째)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30일 경기도 판교 코리아 바이오파크에서 열린 '바이오 벤처·스타트업 규제뽀개기' 행사에서 규제를 없애겠다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중기부 제공

행사 참가자들은 ▲팥 없는 찐빵(일부 규제 완화로 사업화는 됐지만 핵심규제로 상용화 불가) ▲맨 땅에 헤딩(신산업 분야에서 기기·기술을 도입하기 위한 기준이 부재) ▲그림의 떡(기술은 있으나 이해관계자 간 갈등으로 도입 난항) 등으로 조를 나눠 발표했다.

‘팥 없는 찐빵’ 조에는 심전도 측정기기를 개발한 휴이노와 디지털 치료기기를 만든 웰트·에임메드가 나섰다. 휴이노는 원격 모니터링에 대한 수가를 마련할 것을 건의했고, 웰트와 에임메드는 임상시험 절차 간소화를 요구했다.

‘맨 땅에 헤딩’ 조는 휴대용 엑스레이를 개발한 오톰과 비대면(분산형)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는 제이앤피메디가 참여했다. 오톰은 현재 방사선사로 한정된 취급자 범위를 응급 구조사까지 확대해줄 것을 요구했고, 제이앤피메디는 분산형 임상시험 지침 마련을 촉구했다.

이해관계자 간 갈등이 가장 첨예한 팀은 ‘그림의 떡’ 조였다. 비대면 진료 업체인 메라키플레이스와 화상투약기(약사와 화상통화 후 일반의약품을 구입하는 자판기)를 개발한 쓰리알코리아가 발표에 나섰다. 메라키플레이스는 최근 발표된 비대면 의료 시범사업안의 문제점을, 쓰리알코리아는 불합리한 규제특례 조건을 지적했다.

발표에 이어 성인남녀 22명으로 구성된 국민판정단이 규제 개선 여부를 판단하는 시간을 가졌다. 기업들의 건의사항을 반영해 규제를 개선해야한다고 생각하면 ‘O’가 적힌 팻말을 들고, 유지해야한다고 생각하면 ‘X’가 적힌 팻말을 드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국민판정단의 과반수는 기업들이 언급한 건의사항을 반영해 규제를 개선해야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웨어러블 의료기기와 디지털 치료기기, 휴대용 엑스레이 사업, 비대면 진료 모두 규제가 해결돼 국민 한 사람이라도 혜택을 받을 수 있다면 상용화를 허용해야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바이오 벤처·스타트업 규제뽀개기' 행사에서 참석자들이 토론하고 있다./뉴스1

반대 목소리도 있었다. 분산형 임상시험의 경우 생명과 직결된 의료분야인 만큼 섬세하게 규제를 개선해야한다는 주장이 있었고, 휴대용 엑스레이는 의료인에 한정해서 장비를 제대로 교육한 뒤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전문가들의 논평도 이어졌다. 비대면 진료에 대해 의견을 낸 권용진 서울대 의대 교수는 “의사가 비대면으로 진료하더라도, 진료 후 병원에 가야한다고 생각한다면 의사가 내방을 권할 수 있다”면서 “의사의 직업윤리에 따라 정할 문제를 법적으로 초진·재진에 제한을 두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박종필 약사는 화상투약기와 관련해 “정부 규제가 과도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야간에 소화가 잘 안돼 응급실에 가도 머리가 터져서 피가 나는 정도의 위급한 상황이 아니라면 진료를 받을 수 없다”면서 “사전에 해열제를 받을 수 있다면 환자가 대처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중기부는 이날 논의된 내용을 취합해 보건복지부와 논의할 예정이다. 이영 중기부 장관은 “기술 혁신 속도를 기존의 법과 규범이 따라가지 못해 새로운 도전을 하는 많은 분들이 사회 곳곳에서 좌절하고 있다”면서 “오늘 나온 내용을 정리해서 보건복지부 장관을 만나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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