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무심코 둔 전동킥보드…점자블록 이용자엔 치명적
이지현 기자 2023. 5. 30. 18:20
오늘(30일) 오전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인도 위에 공유 전동킥보드가 주차돼 있습니다. 누군가 세워두고 자리를 떠난 겁니다.
그런데 전동킥보드를 세워둔 이곳, '점자블록' 위입니다.
점자블록은 시각장애인에게 길을 안내하는 역할을 합니다. 시각장애인에게는 '생명선'이라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그런 길을 전동킥보드가 막아버린 겁니다.
단순히 점자블록을 막기만 하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발목 높이까지 오는 전동킥보드에 걸려 시각장애인이 넘어질 위험도 있습니다.
조형석 서울시각장애인연합회장은 “혼자 외출을 할 때는 시각장애인용 지팡이에 의존해 점자블록을 따라 걷게 된다”며 “그런데 점자블록 위에 전동킥보드나 자전거, 오토바이가 있으면 정말 위험하다”고 말했습니다.
조 회장은 “점자블록을 따라 걷다가 주차된 이동장치나 차량에 부딪혀 타박상을 입는 건 일상다반사가 됐다”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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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자블록·엘리베이터 앞 무단주차, 한 달에 140건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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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취재진이 서울시에 정보공개를 청구한 결과, 지난해 1월부터 올해 3월까지 점자블록이나 지하철 엘리베이터 입구 등에 주차돼 견인된 공유 전동킥보드는 총 2125대였습니다.
시각장애인 등 교통 약자의 보행을 위협하는 주차 행태죠.
단순 계산해보면 한 달에 140건 이상입니다. 견인된 건수가 이 정도니, 실제 주차된 건 더 많을 수 있습니다.
JTBC 취재진이 서울시에 정보공개를 청구한 결과, 지난해 1월부터 올해 3월까지 점자블록이나 지하철 엘리베이터 입구 등에 주차돼 견인된 공유 전동킥보드는 총 2125대였습니다.
시각장애인 등 교통 약자의 보행을 위협하는 주차 행태죠.
단순 계산해보면 한 달에 140건 이상입니다. 견인된 건수가 이 정도니, 실제 주차된 건 더 많을 수 있습니다.
꼭 점자블록 위가 아니더라도 좁은 폭의 인도에 세워진 전동킥보드, 쓰러진 채 방치된 전동킥보드는 시각장애인들의 보행에 위험요소가 될 수 있습니다.
조형석 회장은 "점자블록 없는 곳이어도 시각장애인들이 지팡이에 의지해 다녀야 할 때가 있다”며 “좁은 길을 막고 있으면 당연히 위험할 수밖에 없다”고 호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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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법안 미비…“점자블록은 생명선, 기억해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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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1년 국회에서는 점자블록 위 개인형 이동장치 주차를 금지하는 법안이 발의됐습니다.
점자블록 위나 점자블록 인근 5m 이내를 개인형 이동장치 주·정차 금지 구역으로 정하고, 여기에 주차하면 운전자에게 30만 원 이하 벌금이나 구류에 처하도록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죠. 하지만 법안은 아직 계류 중입니다.
현재로써는 점자블록 위 전동킥보드를 치울 수 있는 건 지자체의 견인 조치뿐입니다.
서울시에서는 공유 전동킥보드 무단 주차에 대해 '즉시 견인구역'을 정해두고 있습니다. 점자블록을 비롯해 ▲차도 ▲지하철역 출구 ▲버스 정류소 ▲횡단보도 등이 있죠. 이곳에 주차된 전동킥보드가 있으면 킥보드 업체에 먼저 알린 뒤 1시간 이내에 수거해갈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1시간 안에 수거가 안 되면 시에서 견인해가는 방식입니다.
지난 2021년 국회에서는 점자블록 위 개인형 이동장치 주차를 금지하는 법안이 발의됐습니다.
점자블록 위나 점자블록 인근 5m 이내를 개인형 이동장치 주·정차 금지 구역으로 정하고, 여기에 주차하면 운전자에게 30만 원 이하 벌금이나 구류에 처하도록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죠. 하지만 법안은 아직 계류 중입니다.
현재로써는 점자블록 위 전동킥보드를 치울 수 있는 건 지자체의 견인 조치뿐입니다.
서울시에서는 공유 전동킥보드 무단 주차에 대해 '즉시 견인구역'을 정해두고 있습니다. 점자블록을 비롯해 ▲차도 ▲지하철역 출구 ▲버스 정류소 ▲횡단보도 등이 있죠. 이곳에 주차된 전동킥보드가 있으면 킥보드 업체에 먼저 알린 뒤 1시간 이내에 수거해갈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1시간 안에 수거가 안 되면 시에서 견인해가는 방식입니다.
견인된 전동킥보드는 1대당 4만원의 과태료와 30분당 700원의 보관료를 내야 합니다. 그래서 일부 공유 전동킥보드 업체에서는 무단 주차한 이용자에게 견인 과태료를 청구하기도 하죠. 그런데도 공유 전동킥보드 무단주차 문제는 여전합니다.
서울시 관계자는 “공유 개인형 이동장치의 경우 주차와 관련한 법안이 국회에 계류되어 있다”면서 “주차와 관련한 명확한 규정이 없다 보니 자동차처럼 불법 주차에 대해 과태료를 부과하는 식의 규제가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결국 현재 기댈 건 시민 의식입니다.
조형석 서울시각장애인연합회장은 “점자블록은 시각장애인들의 생명선이라는 걸 전동킥보드 이용자들이 꼭 기억해주셨으면 한다”고 당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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