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예종의 30년 숙원 '석·박사 설치' 3수만에 성공할까

유동주 기자 2023. 5. 30.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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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황기선 기자 = 전국예술대학총학생 연합회가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계단 앞에서 '한예종설치법'을 규탄하고 있다. 이날 연합회는 "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에 석·박사 학위 과정을 개설할 수 있도록 하는 '한예종 설치법'은 예술교육의 생태계를 파괴하는 행위"라며 반발했다. 2023.5.30/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 석·박사 과정 신설이 문화계와 교육계의 뜨거운 이슈로 다시 등장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법안소위원회에서 '한예종 설치법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다.

사립 예술대학 교수들과 학생들은 법안 통과를 저지하기 위헤 소위원회가 열리기로 예정됐던 30일 국회에서 집회를 열기도 했다. 이들은 국가 지원을 적지 않게 받고 있는 한예종이 석·박사 학위까지 만들면 특혜라고 주장하고 있다. 앞서 1999년, 2005년에도 유사한 입법이 추진됐지만 기존 예술대학들의 반대로 무산된 바 있다. 이번이 3수째인 셈이다.

문화체육관광부 소속이면서 교육기관이기도 한 한예종의 특별한 위치가 이번 논란의 원인 중 하나다. 국비로 예술교육을 전담하는 학교로 문을 연 한예종은 '실기'위주 학교다. 수학능력시험성적이 없어도 '실기 실력'만 인정받으면 입학할 수 있다.

이런 특별한 점이 한예종의 경쟁력이면서 동시에 약점이기도 하다. 대부분 사립인 타 예술대학들은 한예종에 대한 경계심을 늦출 수 없었다. 예술분야는 조기발굴이 중요하고 수능성적 등 학력과 무관하게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특성이 있어서다. 실제 예술 영재들이 한예종을 거쳐 세계적 수준의 예술가로 커나간 사례가 적지 않다. 최근 세계적인 유명세를 얻고 있는 피아니스트 임윤찬 등 다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예술가들이 한예종을 통해 배출됐다.

[서울=뉴시스] 백동현 기자 =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16일 서울 성북구 한국예술종합학교 이어령예술극장에서 열린 개교 3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해 축사하고 있다. (사진=문화체육관광부 제공) 2023.03.16. *재판매 및 DB 금지

타 예술대학 입장에선 한예종에 석·박사 과정까지 신설되면 예술분야 학문을 위한 고급학위마저 쏠릴 수 있다는 우려를 할 수 있다. 따라서 실기 위주 교육기관인 한예종에 석·박사 학위를 두는 건 안 된다는게 타 예술대학들측 논리다.

문체부 지원을 직접 받는 예술전문 교육기관이 석·박사까지 양성하는 건 '특혜성'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한예종이 석·박사 시장까지 독식할 수 있다는 우려도 타 예술대학들이 반대를 하는 숨겨진 이유 중 하나다.

문체부 지원으로 교육 여건이 좋은 한예종과 경쟁하는 게 타 예술대학 입장에서 버거운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저명한 교수진을 갖추고 등록금마저 사립대의 반값 수준이어서 이미 학사과정에서도 타 대학의 시기와 질투를 받는 게 한예종이다.

반면 한예종 및 출신 졸업생들은 한예종에서도 학문으로서의 예술을 더 배우고 싶은 의지가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한예종 학사 출신이 석·박사를 위해선 외국 유학을 가야하는 현실에서 국내에서 이를 소화할 수도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경쟁력 있는 학교라면 석·박사 진학생 유치에 문제가 없을 것이기 때문에 공정한 경쟁을 해 볼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예종은 타 예술대학과의 공동학위 과정 개설 가능성도 언급하는 등 타 대학들의 반대 여론을 무마시키기 위해 노력 중이다.

(서울=뉴스1) = 16일 서울 성북구 한국예술종합학교 석관동 캠퍼스 이어령예술극장에서 열린 한국예술종합학교 개교 30주년 기념행사에서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 참석자들이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제공) 2023.3.16/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아울러 과학기술 인재 양성을 위한 특성화 대학으로 특혜에 가까운 지원을 받았던 카이스트(KAIST)와 다를 바 없다는 얘기도 나온다. '과학' 분야는 카이스트의 사례와 같이 정부가 집중적인 지원을 해도 되고 '예술'은 안 된다는 건 어불성설이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예술 각 분야에 만연한 순혈주의가 퇴색되려면 한예종에 석·박사가 개설돼 상호 학문교류가 활발해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한예종 석·박사 학위 신설은 문체부에서도 적극 찬성하는 사안이다. 반면 교육부는 '신중 검토' 의견을 국회에 전했지만 사실상 반대 입장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회 문체위에선 여야 의원들이 당론없이 각자 입장을 달리하고 있다.

지난 29일 전국예술대학교수연합과 한국예술교육학회가 반대성명을 내고 예술대학생들과 교수들이 국회 본관 앞에서 집회를 열자, 30일 열기로 했던 법안소위는 일단 취소됐다. 소위 일정은 추후 정하기로 했다.

국회 한 관계자는 "전에 비해선 한예종 설치법 제정이 실현되기 좋은 조건"이라며 "다른 대학들의 반대가 없을 순 없는 법안이지만 한류가 세계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예술분야의 세계적 경쟁력을 생각하면 한예종 석·박사 설치는 당연한 수순이라는 여론이 더 지배적"이라고 말했다.

유동주 기자 lawmake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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