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출범의 단초 제공한 PSI···20년 만에 106개국 참여

박은경 기자 2023. 5. 30.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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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한국에서 첫 PSI 고위급회의
2002년 북한 서산호 사건이 단초 제공
30일 제주 서귀포시 해비치 호텔에서 열린 대량살상무기(WMD) 확산을 방지하기 위한 국제협력체 확산방지구상(PSI) 고위급 회의에서 참석자들이 윤석열 대통령의 영상 메시지를 보고 있다.

한국이 30일 확산방지구상(PSI) 20주년 고위급회의를 개최하고 오는 31일 다국적 해양차단훈련 ‘이스턴 앤데버(동방의 노력) 23’ 실시를 예고한 가운데 북한은 “주권국가에 대한 해상차단봉쇄”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PSI는 특정 국가를 대상으로 하지 않는다는 것이 공식 입장이지만 태생부터 북한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는데다 묵시적으로 북한을 겨냥하고 있다. 북한의 우군인 중국·러시아의 반대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대북 추가 제재가 어려운 상황에서 PSI가 해상차단에서 확대된 포괄적 공조 체제로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 군부 서열 1위인 리병철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은 이날 조선중앙통신에 공개한 입장문에서 “미국이 5월말부터 대량살상무기(WMD) 확산방지라는 구실로 남한과 일본·호주 등 추종세력들을 규합해 주권국가에 대한 해상차단봉쇄를 기정사실화한 PSI 훈련을 벌려놓으려 한다”고 비난했다.

북한이 예민하게 반응하는 PSI는 탄생부터 북한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출범의 직접적 단초는 2002년 12월 북한제 스커드미사일 15기를 적재하고 예멘으로 향하던 북한 선박 ‘서산호’다. 미국은 국적기를 달지 않고 항행 중이던 서산호를 스페인 함정의 협조로 아라비아해 공해상에서 나포했다. 그러나 해당 미사일 소유권과 거래의 합법성을 주장한 예멘 정부의 공식 항의에 따라 최종적으로는 예멘으로의 운송을 허용할 수밖에 없었다. 국제법과 기존 국제 수출통제 체제상 문제 삼을 근거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 사건을 계기로 2003년 당시 조지 부시 미 행정부는 교전 상황으로 확대될 위험성이 있는 선박에 대한 강제나포 가능성을 회피하면서 대량살상무기 확산을 방지할 수 있는 대안으로 PSI 창설을 제안했다.

PSI 차단 원칙에는 회원국이 단독 혹은 참가국 공동으로 대량살상무기 이전·수송 차단을 위한 효과적 조치를 수행해야 하고, 자국 영해에 대량살상무기 및 미사일 관련 물자 수송 혐의 선박이 있으면 정선·검색·압류를 위해 조치를 해야 한다는 내용 등이 담겼다.

PSI의 핵심은 대량살상무기를 선적하고 있는 것으로 의심받는 선박을 공해상에서 정선하고, 검색하는 해상차단훈련이다. 가입국들이 헬기, 초계기, 구축함 등을 동원한 공동 해상작전을 통해 문제 선박을 검색해 대량살상무기 등을 압류하는데 무기 수출로 외화를 벌어들이는 북한은 강하게 반발해왔다.

한국이 2009년 5월 PSI 전면 참여를 발표했다. 당시 이명박 정부는 북한의 핵실험과 장거리로켓 발사에 대한 대응으로 PSI 전면 참여를 결정했다. 북한은 발표 하루 만에 북한군 판문점대표부 대변인 성명에서 “선전포고로 간주하겠다”면서 “어떠한 사소한 적대행위에도 군사적 타격으로 대응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또 “우리 군대도 정전협정에 구속받지 않겠다”면서 “서해5도의 법적 지위와 주변의 안전 항해를 담보할 수 없게 될 것”이라고 했다.

다만 PSI는 참여국 영해에서 대량살상무기적재 의혹 선박에 대한 검색은 물론 화물 압류까지 제시하고 있어 1982년 유엔해양법협약 상의 무해통항권을 침해한다는 지적 등이 제기돼왔다. 미국은 확산방지 조치를 요구한 2004년 유엔 안보리 결의 1540호 채택, 2005년 해상불법행위억제협약(SUA) 채택, 그리고 회원국 증가 등을 통해 PSI 차단활 동에 대한 국제규범적 정당성 확보에 공을 들여왔다.

PSI 차단 원칙에 동참한 국가는 2003년 11개국에서 현재는 106개국으로 늘어났다. 기존의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 관련 국제기구나 조약들이 소기의 목적을 발휘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PSI가 새로운 국제행동 규범으로서 역할을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PSI의 차단 중점을 대상별 맞춤형 차단과 해상 차단에서부터 화물선적 이전 차단, 금융거래 및 사이버 정보교류에 대한 감시 및 차단 노력 강화 등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30일 열린 PSI 고위급회의에서 채택된 공동성명에서도 “유엔 안보리 결의에 위배되는 핵무기·탄도미사일 프로그램 개발 등 진화하는 대량살상무기 위협에 대항하기 위한 보다 강력한 협력의 필요성과 PSI의 지속적 중요성”을 강조했다.

박은경 기자 yam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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