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 흑인 인어공주에 '별점 테러'
영화 개봉후 "몰입 안된다"며
세계 곳곳서 고의적 평점 낮추기
과도하게 '다양성' 강조하는
블랙워싱에 대한 피로감인듯
애니메이션에서 흰 피부에 빨간 머리를 가졌던 인어공주 역할에 흑인 배우를 기용해 블랙워싱(black washing) 논란이 일었던 디즈니 실사 영화 '인어공주'가 개봉 후 '별점 테러' 논란에 휩싸였다. 평점을 고의적으로 낮추는 움직임이 감지된 반면 영화 티켓 구입을 인증한 관객들의 평가는 지나치게 높게 나타나 정치적 올바름(PC·political correctness) 운동에 대한 찬반이 반영된 것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블랙워싱은 인종, 종교, 성적 지향 등에서 편견을 없애야 한다는 PC 이념에 따라 작품에 유색인종을 필연적 맥락 없이 등장시키는 것을 일컫는다.
30일 영화 자료 사이트 IMDb의 국가별 관객 평점을 보면 인어공주는 미국에서 10점 만점에 6.3점을 기록했고 영국 5.9점, 브라질 5.8점, 캐나다 5.6점, 멕시코 6.3점 등 저조한 점수를 받았다. IMDb 측은 이 영화의 평점을 고의로 낮추는 별점 테러가 일어나고 있다고 밝혔다. IMDb는 평점 페이지에 "우리의 점수 계산 메커니즘이 이 영화에 대한 비정상적인 평점 활동을 감지했다"며 "평점 시스템의 신뢰성을 지키기 위해 대안적인 가중치 계산법을 적용했다"고 공지했다. 별점 테러에 대한 경고는 프랑스 영화 사이트 '알로시네(AlloCine)'에서도 나타났다고 미국 연예매체 데드라인은 전했다.
인어공주에 대한 별점 테러는 블랙워싱에 대한 반발 때문이다. 블랙워싱은 할리우드 등에서 주연에 무조건 백인 배우를 기용하는 관행인 '화이트워싱(white washing)'의 반대 개념으로, 인종적 다양성을 추구한다며 작품에 흑인 등 유색인종을 무조건 등장시키는 현상을 비꼬는 표현이다.
애니메이션 인어공주의 일부 팬들은 제작사 디즈니가 PC라는 특정 이념에 맞추기 위해 작품의 맥락에 관계없이 원작을 훼손했다고 비난하고 있다. 지난해 흑인 가수 겸 배우 핼리 베일리가 주인공 '에리얼'역을 맡는다는 소식이 알려졌을 때는 '내가 알던 에리얼이 아니다(#NotMyAriel)'는 해시태그 운동도 일어났다.
이들 사이트의 낮은 평점과 대조적으로 실제로 인어공주를 관람한 관객 다수는 매우 높은 평점을 매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영화 평점 사이트 로튼토마토에서 영화 티켓 구입을 인증한 관객들의 평점은 100% 만점에 95%에 달했다.
영화 관계자들은 인어공주의 평점이 극단적으로 엇갈리는 현상을 영화가 PC 이념에 매몰됐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블랙워싱에 반발하는 사람들은 영화를 보지 않은 채 별점 테러로 항의하고, 돈과 시간을 써 인어공주를 본 사람들은 원작 훼손에 불쾌감이 없거나 PC 이념을 지지하는 사람이 다수일 테니 평점이 높게 나온다는 설명이다. 김성수 대중문화평론가는 "변화한 시대에 맞게 개작을 한다면 새로운 서사와 맥락을 구현해야 하는데 이념에 꿰맞추기 위해 배우만 흑인으로 바꾸는 안일한 방식을 취했다"며 "영화 자체가 이념에 매몰됐으니 대중의 평가도 이념에 따라 갈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형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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