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의 상담실] 우리의 관심과 도움으로 학교폭력 STOP! 푸른나무재단 학교폭력SOS센터

한겨레 2023. 5. 30.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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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폭력 예방 위한 비정부기구 \'푸른나무재단\' 학교폭력SOS센터 김석민 팀장 인터뷰

지난 4월 12일, 제19차 학교폭력 대책위원회가 열리고 ‘학교폭력 근절 종합대책’이 발표됐다. 이로써 학교폭력 가해자는 자퇴를 해도 모든 대입 전형에서 불이익을 받게 됐으며, 가해 기록이 학교생활기록부에 4년간 남게 되는 등 가해자의 처벌 수위와 피해자 보호 조치가 강화됐다. 우리나라 최초로 학교폭력 예방과 피해자 치유, 사회 변화를 위해 활동하는 비정부기구인 ‘푸른나무재단’의 김석민 학교폭력SOS센터 팀장과 함께 가장 현실적인 학교폭력 대응 방법을 알아봤다.

김석민 푸른나무재단 학교폭력SOS센터 팀장.사진 이동훈

푸른나무재단 학교폭력SOS센터가 하는 일에 대해 알고 싶어요.

우리 재단의 학교폭력SOS센터는 주로 학교폭력 화해조정, 즉 관계 회복을 위한 프로그램과 학교폭력으로 인한 손해배상, 그리고 법적 소송이 있을 경우 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조정하는 분쟁조정 사업을 주로 하고 있습니다. 특히 학교폭력의 대상자인 피해(추정)학생과 가해(추정)학생은 한 사건에 대해 서로 다른 시각과 입장, 태도를 가질 수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상대방에게 바라는 것을 들어보고 갈등을 조정하는 과정이 꼭 필요하죠. 이를 위해 대상자가 온전히 회복할 수 있도록 갈등을 조정하고, 법률정보 자문과 상담을 하기도 합니다. 이 외에도 전국 학교폭력 상담전화(1588-9128) 업무를 맡고, 가정의 위기상황에 개입해 문제 해결을 돕기도 해요. 또 화해분쟁조정 전문가와 117 학교폭력 신고센터 상담사의 상담 역량을 강화하는 교육 연수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전국 학교폭력 상담전화인 1588-9128(구원의팔)로 연락하는 피해자들의 마음을 생각하면 정말 안타깝습니다. 상담을 신청한 친구들에게는 어떤 전문적인 상담과 지원이 이뤄지는지 궁금합니다.

여기에 연락한다는 것은 큰 용기가 필요한 일입니다. 상담사는 먼저 그 용기를 지지하고 격려하면서 내담자가 주로 호소하는 문제에 대해 차분히 듣습니다. 피해학생 중에는 가해자의 처벌보다는 진심 어린 사과를 듣고 싶은 경우도 많아요. 그렇기 때문에 내담자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상담 목적을 들어보고 심리적으로 안정을 취할 수 있게 도와주면서 지금 해야 할 행동과 대처 방법을 설명합니다. 그리고 부모님이나 선생님 등 가까운 어른이 피해 사실을 알고 있는지 피해학생에게 꼭 확인하고 있어요. 어른들이 모르고 있다면 주변 어른에게 도움을 구할 수 있도록 설득하고 있죠. 경제적으로 어렵거나 피해 정도가 심한 경우, 기댈 어른이 없는 경우에는 우리가 직접 출동해서 보호해줄 수 있다고 얘기하기도 해요.

이렇게 상담전화를 한 자체만으로도 내담자들은 누군가에게 내 이야기를 할 수 있고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긍정적인 경험을 하게 됩니다. 이 순간만큼은 내가 안정되고 보호받고, 익명이 보장돼 다른 곳에 비밀이 새어나가지 않는다는 성공 경험을 갖게 되면 이후에도 자신의 피해 사실을 가까운 어른들에게 용기 내어 이야기할 마음이 생기거든요.

푸른나무재단 상담실에서는 학교폭력 사안처리에 대해 전문적으로 교육 및 연수를 받은 상담사가 전화 상담을 진행한다. 재단을 찾아온 학생들과는 감정 카드, 상황 카드 등 도구를 이용해 학생이 말로 하지 못한 감정을 읽어내고 대화의 물꼬를 트기도 한다.자료 제공 푸른나무재단

피해학생을 상담할 때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점은 무엇인가요?

제3자가 보기에는 사소한 부분이 피해학생에게는 큰 아픔일 수 있어요. 따라서 상담사가 무심코 한 말 한마디가 2차 가해가 되지 않도록 늘 주의하고 있습니다. 상담사도 어른이기 때문에 성인의 잣대와 기준으로 사안의 가벼움과 무거움을 따지거나, 피해 수준을 판단하면 피해학생은 ‘이 사람에게도 도움을 받을 수 없다’는 생각에 입을 다물게 돼요. 상담을 시간 낭비라고 여기게 될 수 있는 거죠. 제가 신경 쓰는 점은 피해학생과 이야기를 나눌 때 가해학생을 ‘친구’라고 지칭하지 않아요. 이는 피해학생에게 거부감을 느끼게 하고, 또 다른 상처를 주기도 합니다.

학교폭력 가해자들이 자주 하는 말 중 하나가 ‘친구라서 그랬다, 장난이었다’는 거예요. 만약 내가 아무리 사소하더라도 ‘피해를 당한다’는 생각이 든다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올바른 교우관계를 맺고 있는 경우라면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고 진지하게 말하길 바랍니다. 웃으면서 하지 말라고 하면 가해학생이 암묵적 동의로 받아들일 수도 있거든요. 명백하게 거부 의사를 밝혀 도를 넘는 장난이 되지 않도록 하세요. 그런데도 멈추지 않는다면 이 역시 가까운 어른들에게 알려야 할 피해 사실이 됩니다.

지난해 9월 22일, 푸른나무재단은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사이버폭력과 진화하는 학교폭력의 심각성을 실태조사를 통해 강조하고 학교폭력의 근본적인 해결책을 발표하기 위한 기자회견을 가졌다.자료 제공 푸른나무재단
지난 3월 24일, 푸른나무재단이 진행한 학교폭력, 사이버폭력 예방 대국민 비폭력 캠페인 학교폭력 Out, 사이버폭력 Out.자료 제공 푸른나무재단

최근 학교폭력 피해자가 가해자에게 복수를 하는 이야기로 큰 흥행을 거둔 드라마가 있었죠. 해당 드라마만 봐도 학교폭력의 가해 수위가 지나친데요, 갈수록 심각해지는 가해 수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수많은 상담을 진행하면서 늘 가해 수위의 심각성에 대해 고민하고, 또 걱정이 많습니다. 콘텐츠나 언론 등을 통해 자극적이고 과장된 학교폭력 사례를 계속 접하면서 이를 간접 경험하며 충격에 둔감해지는 경향도 있습니다. 수위 높은 가해 행위를 마치 ‘영웅담’처럼 이야기하고, 인증하듯 행동하면서 희열을 즐기는 범죄 청소년도 존재하고요. 가해 정도가 점차 심각해지고 있다기보다는 과거에도 심했던 가해 수위가 이제야 공론화되면서 속속들이 드러나고 있는 것인데요. 학교폭력은 재미나 장난으로 하는 행위가 아닌, 엄연히 범죄이고 처벌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모두가 인지해야 합니다.

지난 4월에는 ‘학교폭력 근절 종합대책’이 심의, 의결돼 피해학생의 보호조치가 강화되고 가해자의 처벌 수위가 달라졌습니다. 앞으로 가해자가 받게 되는 징계와 처벌에 대해서도 설명해주세요.

가해학생 조치는 제1호부터 제9호까지 마련돼 있습니다. 피해학생에 대한 서면 사과와 보복행위 금지, 교내봉사, 사회봉사, 심리 치료와 출석 정지, 학급 교체와 전학, 퇴학까지 그 가해 수위에 따라 단계별로 조치를 취하고 있는데요. 학교폭력 근절 종합대책에 따르면 출석 정지와 학급 교체, 전학 조치를 당한 가해학생은 학생부 기록 보존기간을 2년에서 4년으로 연장하게 됐습니다. 가해학생 조치사항은 학생부위주 전형은 물론 수능, 논술, 실기와 실적위주 전형 평가에도 반영되고요. 또한 가해학생 조치사항이 학생부에 기재되지 않게 하려고 심의하기 전에 자퇴하는 사례도 있었는데, 이제는 자퇴할 수 없도록 시행령도 개정됩니다. 가해학생이 조치에 불복할 경우 피해학생이 심판이나 소송에 참가하는 진술권을 보장하고, 피해학생과 가해학생을 분리해서 피해학생을 적극적으로 보호하는 제도도 신규로 개정됩니다.

가해학생의 처벌 강화는 물론, 피해학생을 위한 촘촘한 보호망이 생긴다는 게 마음이 놓이네요. 그런데 지난해 재단에서 발표한 <2022 전국 학교폭력·사이버폭력 실태조사 연구>를 살펴보니 피해학생이 도움을 요청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가 ‘요청해도 잘 해결될 것 같지 않아서’라고 해요. 아이들이 도움을 요청하기 전, 부모나 교사가 피해 사실을 먼저 알아볼 ‘경고등’이 있을까요?

아이가 멍이 들거나 신체 일부가 다쳐서 올 때가 있어요. ‘왜 다쳤어?’라고 물었는데 반사적으로 상처를 가리며 이유를 명확히 말하지 않는다면 학교폭력을 의심해보세요. 귀중품이 망가지거나 없어지고, 뺏긴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짜증이 급격히 늘고 예민해지거나 반항적으로 변하기도 하는데, 그 시기가 지나면 눈에 띄게 무기력해지고 시무룩한 태도를 보이게 됩니다. 성적이 떨어지는 것도 시그널이 될 수 있어요. 부모님은 자녀가 무심코 흘린 말, 수면 패턴과 같은 생활 습관, 자주 쓰는 앱이나 게임, 메신저 등을 애정 어린 시선으로 관찰하고, 이러한 변화를 단순히 사춘기나 성장기로만 여기지 않았으면 합니다.

학교폭력을 목격한 학생들이 알아둬야 할 대처 방법도 알려주세요.

한 초등학생이 학교폭력을 목격했는데 어떻게 하면 피해학생을 도울 수 있을지 궁금하다고 상담을 요청한 적이 있어요. 전화를 하기까지 용기가 필요했을 텐데 정말 기특해서 칭찬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 학생에게는 목격한 학교폭력 사실을 부모님이나 선생님에게 알리라고 했어요. 거기까지가 지금 당장, 목격학생이 할 수 있는 가장 큰 역할이고 피해학생을 도와주는 행동이라고 알려줬죠. 그 학생도 가해학생 집단에게 피해를 받을까봐 걱정을 많이 했거든요. 그런데 2주 뒤에 이 학생이 다시 전화해서 피해학생이 교사의 보호를 받고 있다고 알려주기도 했어요. 피해학생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방관자 역시 가해자로 인식하게 되고, 그들에게 더 큰 마음의 상처를 입기도 해요. 만약 학교폭력을 목격했다면 주변의 어른들에게 그 사실을 꼭 알리고 도움을 요청하세요. 피해자의 아픔에 공감하고 지지하는 마음으로, 방관자가 아닌 방어자가 되어줄 수 있는 사회 분위기가 만들어지기를 바랍니다.

푸른나무재단 2,3층에 있는 위드위센터는 학교폭력예방법에 따라 일시보호를 받은 피해 학생의 상처받은 마음을 치유하고, 학교로 복귀해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 과정을 지원하는 곳이다.자료 제공 푸른나무재단

전정아 MODU매거진 기자 jeonga718@modu1318.com

글 전정아 ‧ 사진 이동훈 ‧ 자료 제공 푸른나무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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