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기후의 평균 실종 … 강수가 양극화하고 있다

2023. 5. 30.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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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20일, 기후변화의 교과서라 불리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의 '제6차 평가보고서 종합보고서'가 전 세계 195개 회원국의 만장일치로 승인되었다. 이 보고서는 지구온난화 강도가 증가하면 호우의 빈도와 강도, 강력한 열대저기압 비율뿐 아니라 몇몇 지역에서는 가뭄도 증가할 것으로 보았다. 또한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과학저널 '네이처 워터(Nature Water)'를 통해 2002년 이후 20년간 극심한 가뭄과 홍수가 계속 증가해 왔으며, 이는 지구의 평균기온 상승과 연관이 깊다고 발표했다. 실제로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경우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최악의 가뭄이 이어졌고, 이와 정반대로 작년 12월부터는 폭설과 폭우로 홍수 및 침수 피해가 심각한 상황이다. 호주 또한 3년 전 극심한 가뭄을 겪다가 올해는 북서부 지역에 사이클론이 강타해 피츠로이강 수위가 21년 만에 최고 높이를 기록했다.

강수 양극화는 우리나라에서도 심화하고 있다. 지난여름 수도권은 집중호우로 강남 한복판이 침수되고 도림천이 범람하여 인명 피해가 잇따랐다. 반면 전남 지역은 강수가 부족하여 제한 급수를 실시하는 등 가뭄으로 인해 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 기상가뭄 발생 일수는 전국적으로 증가하는 추세인데, 특히 지난해 남부지방의 기상가뭄은 227.3일로 1974년 이후 가장 길었고 그중에서도 광주·전남 지역은 무려 281.3일을 기록했다. 강수의 경우 연간 강수 일수는 줄어든 반면 연 강수량은 늘어나, 가뭄 발생은 증가하고 강수의 강도는 강화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1973년 이후 집중호우 발생 일수가 10년에 0.16일씩 증가하고 있고, 특히 작년 8월 8일 서울(동작)은 141.5㎜라는 역대급 시간당 강수량을 기록했다. 미래 전망에서도 온실가스가 현재 추세대로 배출된다면 20년 후에는 평균 강수량은 현재와 유사(+1%)하나 강수 일수는 11.9일 감소해 가뭄과 집중호우 발생 빈도가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국토 면적이 그리 크지 않은 우리나라에서도 같은 시기 다른 지역에 가뭄과 홍수가 동시에 나타나는 복합 재난 현상이 발생하고 그 피해 양상도 심각해질 수 있을 것이다.

기상청에서는 변화하는 기후에 대응하기 위해 가뭄과 홍수에 관한 더욱 실효적인 정보를 생산·전달하고자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기존에 제공해온 기상가뭄 1~3개월 장기 전망과 함께 작년 9월부터는 더 상세한 10일 기상가뭄 예측 정보를 제공하고 있고, 봄철 영농기에는 가뭄 관계 부처와 기관의 의견을 반영한 맞춤형 기상가뭄 정보를 제공 중이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는 현재 추세대로라면 근미래(2021~2040년)에 1.5도, 현재(2020년)까지 시행된 정책이 강화되지 않는다면 2100년에 3.2도의 지구온난화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했다. 현재(2011~2020년) 지구 온도가 산업화 이전(1850~1900년)보다 1.1도나 오르면서 세계 곳곳은 기후변화로 인한 극심한 가뭄과 홍수를 경험하고 있다. 앞으로 지구의 온도가 더 올라간다면 가뭄과 홍수는 지금보다 훨씬 더 강력한 모습으로 우리를 위협해올 것이다. 우리와 우리가 살아가는 터전을 지키기 위해서는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

[유희동 기상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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