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 아기 아파도 처방전 없이 오직 상담만
약 배달 서비스 사실상 금지
장애인 등 극히 일부만 허용
의료·약사계 눈치에 누더기
"차라리 병원 가고말지" 불만
보건복지부가 일반진료보다 수가가 높고, 약 배송 금지와 재진 환자를 중심으로 하는 비대면진료 추진 방안을 확정하자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환자의 의료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마련된 비대면진료가 오히려 환자에게 비싼 값을 지불하게 하고 이용 방법도 까다로워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3개월 뒤 이번 추진 방안이 실행되고 제도로 고착화되면 환자들의 외면으로 원격의료 산업 자체가 무너질 수 있다는 위기감까지 감돌고 있다.
30일 복지부 발표 내용을 들여다보면 저렴하고 편리해야 할 비대면진료가 기득권 눈치 보기에 급급해 취지와 정반대 결과를 낳았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먼저 복지부 발표 내용이 편리성과 거리가 멀다는 분석이다.
앞으로 비대면진료를 이용하려는 환자는 본인이 직접 30일 내 동일 병명 코드로 동일 의료기관에 다녀간 적 있다는 사실을 증명해야 한다. 일일이 병원에서 증명서를 떼고 플랫폼 양식에 입력해야 한다. 병원 측이 환자 입력 데이터를 토대로 해당 환자의 의무기록을 확인하면 비대면진료를 받을 수 있다. 일부 초진 환자도 비대면진료를 받을 수 있지만 매우 제한적이다. 휴일·야간에 한해 초진을 허용하기로 논의했던 소아 환자는 예외 대상에서 결국 빠졌다. 초진 소아 환자는 휴일·야간에 의사와 비대면으로 원격 상담을 할 수 있지만 어떤 약도 처방받을 수 없다. 현재 소아과 대란 문제를 해결하는 창구로 비대면진료가 활용되고 있지만 이젠 그 역할에 큰 제약이 생긴 것이다.
약 배달이 사실상 전면금지된 것도 논란이 되고 있다. 복지부에 따르면 섬·벽지 거주자, 만 65세 이상 노인 가운데 장기요양등급에 해당하는 자, 장애인, 감염병 확진자, 희귀 질환자에 한해서만 약 배달이 허용된다. 이외에는 본인 혹은 대리인이 약국에서 약을 수령해야 한다. 병원에 들를 시간이 없어 비대면진료를 이용한 환자가 약국에는 직접 가야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됐다. 복지부가 환자를 뒷전에 두고 의약계 눈치만 본 탓에 실효성 없는 대책이 마련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진료비 문제와 관련해서도 보다 저렴하게 이용해야 할 비대면진료비와 약값이 일반진료보다 비싸지는 만큼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복지부는 이날 비대면진료 수가를 대면진료보다 30% 높이기로 결정했다. 의료기관에선 진찰료의 30%, 약국에선 약국 관리료·조제 기본료·복약 지도료의 30%가 가산된다. 이렇게 되면 건강보험 재정 부담은 물론 환자가 병원·약국에 내는 비용도 30% 이내에서 늘어난다.
복지부의 추진 방안이 의료 편의성을 해치는 것뿐만 아니라 환자와 국가의 재정 부담까지 가중시킨다는 비판이 나온다.
비대면진료의 이점이 모두 사라지게 됐다는 점에서 이용자가 점차 줄고 산업 자체가 없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원격의료산업협의회 관계자는 "비대면진료를 이용할 수 있는 국민은 대폭 줄었지만 의약계를 위한 수가는 오히려 늘었다"며 "해외 사례를 봐도 비대면진료 수가가 대면진료보다 높은 곳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이어 "환자가 언제 어디서든 의료 서비스를 누릴 수 있도록 편의성을 높이고 재정적 부담을 줄이는 방식으로 돼야 하는데 정반대로 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복지부 관계자는 "의·약사들이 환자 재진 여부를 확인하고 여러 의료 기록을 남겨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어 이를 수가에 반영했다"고 해명했다.
[심희진 기자 / 김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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