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하락에 베팅 늘었나 대차잔고 82조원 '역대급'
공매도 대기자금으로 볼 수 있는 대차거래 잔액 규모가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울 기세다. 올해 들어 대차거래가 급증하면서 최근에는 8거래일 연속 대차잔액이 80조원을 넘겼다. 증권가에서는 일부 종목에 몰려 있기는 하지만 주가 하락에 베팅한 외국인과 기관투자자들이 많아진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30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6일 기준 당일 포함 직전 5거래일(22~26일) 평균 대차잔액은 82조2992억원이었다. 2018년 5월 23일 82조4409억원을 기록한 이래 5년 만에 최고치다.
대차거래는 대여자가 이자를 받고 차입자에게 유가증권을 빌려주는 거래를 말한다. 국내에서 무차입 공매도는 불가하기 때문에 공매도를 하려면 대차거래를 반드시 해야 한다. 대차잔액이 공매도로 이어질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올 들어 대차잔액이 대폭 증가했다는 점이다. 1월 초 60조원 남짓에 불과하던 대차잔액이 4월 10일부터 80조원을 돌파하더니 5월 마지막주까지 80조원을 넘나들고 있기 때문이다. 대차잔액이 실제 공매도로 연결되면 주가 하락이 나타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코스피에서 공매도 잔액이 많은 상위 다섯 종목에 포함되는 HMM 셀트리온 아모레퍼시픽 카카오뱅크 등은 2020~2021년 사이 형성된 고점 대비 주가가 크게 하락했다. 5274억원으로 공매도 잔액 1위를 기록하고 있는 포스코퓨처엠만 지난달 고점을 기록했고 최근에는 주가가 빠졌다가 다시 회복하고 있다.
다만 늘어난 대차잔액이 공매도로 연결되고 주가가 낮아질 것이라고 보기에는 아직 해석의 여지가 많이 남아 있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한국예탁결제원 관계자는 "12월 말이면 의결권 행사를 위해 유가증권 대여자가 상환을 요구하는 사례가 많기 때문에 대차잔액이 감소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1월부터 대차잔액이 다시 증가하는 것은 반복된 패턴"이라고 말했다.
[최희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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