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 비상문 연 사람 제압해 경찰 넘겼다? 온몸으로 비상구 막았다? 사실은···
◀앵커▶
아시아나항공 여객기가 운항 중 비상문이 열린 사고 속보입니다.
아시아나 항공 측은 지금까지 비상문을 연 30대 남성이 비행기 밖으로 뛰어내리려 하자 승무원과 승객이 제압하고 착륙 직후 경찰에 넘겼다고 밝혔는데요.
취재 결과 이 남성은 착륙 후에도 상당 시간 아무런 제지도 받지 않고 있었던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비상문이 어떻게 열렸는지 과정을 제대로 알지 못했을 뿐 아니라 피의자를 놓칠 뻔한 것으로 확인됐는데요.
취재기자와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변예주 기자 그러니까, 지금 구속돼 있는 피의자가 문을 열었고 착륙하자마자 경찰에 잡혔다고 알려져 있는데, 사실과 다르다는 겁니까?
◀기자▶
우선 아시아나 항공 여객기가 비상문이 열린 채 대구공항에 착륙한 시각은 지난 26일 낮 12시 39분쯤입니다.
착륙 직후, 그러니까 바퀴가 지상에 닿아 이동할 때 비상문을 연 30대가 안전벨트를 풀고 뛰어내리려 했고요.
이때 승무원들과 승객들이 함께 뛰어내리려는 걸 막았습니다.
아시아나 측에서도 이렇게 설명해 왔고 비행기에서 내릴 때 항공 관련 법에 따라 경찰에 이 남성을 바로 넘겼다고 밝혔습니다.
그런데, 10여 분 뒤인 낮 1시 3분쯤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 확인되는데요.
경찰에 체포됐다는 남성이 대구공항 청사 밖 버스 정류장에 혼자 앉아 있다가 촬영된 겁니다.
이 남성이 비행기에 떨어지는 것을 막으려 했던 탑승객 중 한 명이 직접 목격하고 촬영한 건데요.
경찰에 사진을 보여주고, 확인까지 했는데, 비상문을 연 남성이 맞다는 답변도 받았습니다.
다시 말해 마음만 먹었다면 충분히 도주할 수 있는 상황이었던 겁니다.
◀앵커▶
착륙 후에 아무런 제지를 받지 않았다는 건데, 그러면 어떻게 잡힌 겁니까?
◀기자▶
착륙 후 승객들 가운데 일부는 병원으로 이송됐지 않습니까?
아시아나 측은 승객들의 상태를 확인하고 있었는데, 마침 이 남성에게도 다가가서 상태가 괜찮은지 확인을 했습니다.
그런데, 그때 이 남성이 '비상문 레버를 작동하면 어떻게 되는지' 묻다가 덜미가 잡힌 겁니다.
◀앵커▶
그렇다면 그때까지 그 남성이 비상문을 연 사실을 몰랐다는 말입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당시 승객 중에도 이런 증언을 하기도 했는데요.
승무원이 그 남성에게 계속해서 '죄송하다, 놀라셨죠?' 이런 얘기를 계속했다고 합니다.
경찰 확인에서도 아시아나 항공이 최초로 신고한 시각은 낮 1시 20분쯤입니다.
승객들이 비행기에서 내리기 시작한 게 12시 50분이니까 30분이 더 지난 뒤입니다.
아시아나항공 측도 이 남성이 아무런 제지를 받지 않고 공항 밖에 있을 때 찍힌 사진이 있다고 취재진이 밝히며 확인을 하니 말을 바꿨는데요.
문을 여는 걸 몰랐고, 비상구 바로 앞에 있으니까 위험해서 승무원이 잡은 것이라고 했습니다.
비상문 고의 개방을 막지 못했고 그 사실조차 몰라 눈앞에서 놓칠 뻔한 겁니다.
◀앵커▶
미흡한 대처가 확인이 된 거군요.
그뿐 아니라 승무원이 비상문을 온몸으로 막았다는 사진이 공개되지 않았습니까?
◀기자▶
사고가 난 뒤 비상문이 열린 상태에서 문을 연 30대를 제압하고 승무원이 온몸으로 문을 막았다는 내용이었는데요.
대체로 비행기가 착륙하고 이동하던 중이라는 설명을 했습니다.
저희 취재진도 사진을 보고 확인에 들어갔는데요.
비행기가 이동할 때 가까이 근접할 수 없기 때문에 보도된 것처럼 먼 거리에서 촬영하는 것 자체가 매우 어렵습니다.
보도 사진을 보면 주변 상황을 전혀 알 수 없는 클로즈업 장면이었습니다.
그래서 검색도 하고 수소문도 해서 클로즈업이 아닌 전체 장면이 담긴 사진을 확보했는데요.
보도와 달리 비행기는 이미 멈춰선 상태였습니다.
이미 비행기 바퀴에는 움직이지 못하도록 고임목까지 설치돼 있고, 아래에서는 공항 직원도 서 있는 상황을 확인했습니다.
◀앵커▶
그러니까 상황이 종료된 시점에 촬영됐다는 거죠?
◀기자▶
승객들에게도 관련 내용을 확인해 봤는데요.
증언은 일치했습니다.
해당 사진은 비행기가 움직이던 상황이 아니라 완전히 멈추고, 탑승교가 연결돼 승객들이 내릴 때인데, 승무원이 비상구로 가지 못하도록 한 거란 겁니다.
이번 사고가 다행히 대형참사로 이어지지 않았습니다만 철저한 조사로 원인과 경위는 정확하게 밝혀내야 합니다.
그래야 재발 방지대책도 세울 수 있습니다.
항공기 운항에 어떤 위험 요소가 있고, 그 위험 요소는 어떻게 제거해야 하는지, 또 비상사태 매뉴얼이 부실하거나 매뉴얼대로 따르기가 어렵지는 않는지 관계 당국의 총체적인 점검과 철저한 조사가 필요한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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