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쟁'으로 번진 시민단체 비하 논란…협의회 "사과가 먼저"
30일 수원 국힘, 도의원 겨냥 기자회견
"국힘 전체 호도, 부당하게 의정 간섭"
표현 논란 "의원 개인 뜻" 당론과 거리
이에 황 의원 즉각 보도자료 내 재반박
"막말 논란에 소속 정당 입장 물은 것"
핵심 쟁점 답변 無에 "국힘의 변명 뿐"
시의회 민주당, 아직 입장 없이 관망세
협의회 "공식 사과 뒷전…정쟁만 몰두"
제375회 수원특례시의회 임시회 시정질의 中 |
의원: 지금 회장과 부회장님이 4연임 중이십니다. 그리고 사무국장님이 3연임 중이세요. 이 부분에 대해서는 혹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시장: 일반적인 통념으로는, 지금까지 회장과 부회장을 했다는 것은 저도 이해가 잘 안되지만 그것은 그들의 결정사항입니다. (중략) 의원: 독점해서 회장과 부회장직을 하고 있는 것은 시 차원에서, 그 과 차원에서 일하기는 편하실 수 있겠죠. 계속 같은 분들이랑 일을 하니까. 하지만 고인 물은 썩기 마련이기 때문에 그런 부분은 미리미리 단속을 하셨어야 될 것 같습니다. |
지난달 27일 수원특례시의회 배지환(국민의힘) 의원이 이재준(더불어민주당) 수원특례시장을 상대로 시정질의 한 내용이다. 이 문답으로 경기국제공항유치시민협의회 임원진의 연임과 관련해 이른바 '시민단체 비하 발언' 논란이 불거졌다.
이를 두고 협의회는 물론 황대호(민주당, 수원3) 경기도의원까지 거세게 반발한 데 이어, 배 의원과 시의회 국민의힘도 즉각 반박에 나서면서 '정쟁'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협의회 측은 이번 사안의 본질은 단체의 명예가 실추된 데 있다며, 정치 논리가 아닌 '정식 사과'가 우선돼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수원시의회 국힘 "도의원의 호도, 부당한 의정 간섭"
30일 시의회 국민의힘 측은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 당이) 군공항 이전과 경기남부국제공항을 반대하는 것처럼 호도하고 있다"며 최근 황 의원이 배 의원을 겨냥한 비판 성명에 유감의 뜻을 밝혔다.
'수원시 국민의힘은 자당의 공약사업(군공항 이전)과 관련한 국민의힘 시의원들의 이해하지 못할 행동에 입장을 표명해달라'는 황 의원의 주장을 반박하는 취지다.
이어 "여·야를 막론하고 군공항 이전을 반대하는 수원시의원은 없다"며 "사업 관련 예산 삭감은 상임위원회 심의를 거쳐 의결된 사안으로, 시의회 국민의힘이 삭감했다는 것은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황 의원이 군공항 이전·경기남부국제공항 홍보예산의 삭감 배경과 관련해 일부 국민의힘 소속 시의원과의 연관성을 언급한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이들은 "시의원 한 명, 한 명을 독립된 의회로 봐 교섭단체가 의정활동을 간섭하거나 지적하는 일은 없다"며 "도의원이 시의회 국민의힘을 논하는 것은 유감스럽고, 도의회 민주당 수석대변인 직함을 이용한 돌출발언에 대해서는 합당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다만 핵심 쟁점인 시민단체와 관련한 배 의원의 표현 논란에 대해서는 "시의원 개인의 의정활동으로 당론과는 무관한 사안"이라고 선을 그었다.
최근 배 의원이 자신을 향해 비판 성명을 낸 황 의원을 상대로 반박 성명을 내며 격돌한 데 이어, 이번 기자회견을 통해 당 차원의 전면전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지난 26일 반박 기자회견에서 배 의원은 "국어사전에 등재된 속담을 인용해 수원시 집행부의 행태에 대해 이야기 한 것이 정말 막말이냐"고 따져 물으며, "수원 군공항 이전과 경기남부국제공항 유치를 개인의 정치적 이익을 위한 정쟁의 대상으로 삼으려는 시도에 참담함을 느낀다"고 황 의원을 직격한 바 있다.
황대호 "막말 논란 해명부터"…시의회 민주당은 관망세
이에 대해 황 의원은 "공천받고 당선된 의원의 막말 논란에 소속 정당의 입장을 요구한 것이 왜 시의회 국민의힘 전체를 모욕하는 말이 되느냐"며 거듭 맞불을 놓았다.
이날 황 의원은 보도자료를 내고 "(배 의원의) 여과되지 않은 막말과 국제공항 추진 의지에 대한 국민의힘 입장을 요청했는데, 돌아온 것은 당 차원의 변명과 의원 개인을 향한 협박이었다"며 재반격에 나섰다.
배 의원의 '고인 물' 발언을 놓고는 "배 의원이 지난 기자회견 때 말한 것처럼 그 (비유의) 대상이 수원시 집행부라면 수치심에 못 이겨 삭발과 고소장까지 제출한 협의회 지도부와 회원들에게 선택적 난청을 강요한 것이 아닌지 궁금하다"고 반문했다.
또 "아니면 수원시 공직자의 행태가 고여서 썩은 물이라는 뜻이냐"며 "도대체 어떤 부분의 단체운영 적정성을 따져 물었다는 것인지, 혹시 예산이 투입되는 사업과 자발적 시민 단체운영을 구분 못 했던 것은 아닌가"라고 의문을 던지기도 했다.
이와 함께 그는 수원 군공항 이전과 경기남부국제공항 유치에 관한 시의회 국민의힘 의지에 "환영한다"며 "수원 군소음 피해 실태조사 용역과 홍보비 등 8억 1800만 원의 예산삭감으로 가슴에 피멍이 든 시민들을 위해 국민의힘 의지에 걸맞은 수반된 행동도 따라야 한다"고 후속 조치를 요구했다.
이런 가운데 시의회 민주당 측은 아직 공식 입장은 없지만, 시의회 당 내부에서는 의원 개인과 시민단체 간 문제로 거리를 두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시의회 민주당 소속 한 다선 의원은 "의원 개인과 시민단체가 풀어야 할 사안이다"라고 했고, 또 다른 민주당 의원도 "시민단체와 관련해 고인 물 발언이 나와 논란이 됐던 것인데, 지금은 집행부에게 표현했다고 말을 바꾸니까 개인의 오락가락 해명에 당 차원에서 대응하기 모호한 측면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시민단체 "배 의원 사과는 없고 정쟁만 심화"
배 의원의 의정발언에 반발해 온 경기국제공항유치시민협의회는 "사과할 일이 정쟁으로 덮이고 있어 안타깝다"며 재차 유감을 표했다.
경기국제공항유치시민협의회 유한형 사무국장은 CBS 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처음엔 시민단체 운영에 대한 취지라고 하더니 이젠 시청을 상대로 얘기했던 것이라고 말을 바꿨는데, 그렇다면 공무원은 '고인 물'로 빗대도 되는 것인가"라며 "표현의 문제에 대해 사과는 하지 않고 정쟁만 키우는 궤변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회장 등 임원직은 누가 나서서 경쟁했던 적이 한 번도 없어 희생하듯 연임을 해왔고, 시 지원금 5천만 원은 공식 행사 개최와 홍보용 기념품 제작 등으로 쓰고 부족한 부분은 회비로 충당해오고 있다"며 "임원 연임 현상 만을 내세워 마치 부정 집단인 것처럼 비춰질 수 있는 속담을 인용한 것 자체가 깊은 상처다"라고 강조했다.
협의회는 16일 수원시청 앞에서 집회를 열고 배 의원의 즉각 사과를 요구하며 일부 간부의 삭발식을 진행했다. 배 의원은 명예훼손 혐의로 경찰에 고소·고발된 상태다.
2015년 '수원시 군 공항 이전 조례'에 따라 군공항이전수원시민협의회 명칭으로 발족한 경기국제공항유치시민협의회는 수원 군공항 이전을 목표로 1100여명의 전문가·시민으로 구성된 민간 조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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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박창주 기자 pcj@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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