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를 이어주는 것들
이번 2023 조형아트페어에서는 특별한 인연을 만났다. 캐나다 토론토에서 온 써니 갤러리의 오유영 작가. 대학 동기 선희는 캐나다에서 써니갤러리를 하고 있다. 어쩌면 아직도 그대로니! 라는 말도 안나오는 중년의 우리지만, 그 오랜 세월에도 눈빛은 흐려지지 않았다. 좋아하는 일을 하는 사람의 그것은 누구나 알아볼 정도로 빛난다. 예술계 일이라는 게 겉보기에는 멋지지만 고도의 감정 노동과 육체 노동이 기본값이다. 지독하게 좋아하지 않으면 버티기 힘들다. 그 친구가 바다 건너 서울의 아트페어에 부스를 연 것이다.
작품들이 다양하고 재밌었다. 캐나다 작가들의 자유로운 표현 방식이 신선했고. 과감한 생략과 강렬한 색감으로 표현된 이국의 높은 산맥, 깊은 강, 넓은 언덕이 눈 앞에 펼쳐졌다. 아직 한번도 가본 적 없는 곳인데 가만히 응시하자 실경이 보이는 것만 같다. 지나치게 아름다워서, 도저히 구현될 수 없는 미감이어서 이토록 과감하게 생략하거나 상징하거나, 자기만의 표현법을 만들었을까. 심상의 풍경을 보여준걸까. 너무 아름다워도 매일 보는 풍경에 감탄하기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닌데, 작가의 생각이 궁금했다.
ㅡ앗, 임지영 선생님 아니세요? 저 캐나다에서 선생님 책 계속 읽었어요! SNS도 팔로우하고 있고요. 와! 너무 너무 신기해요. 이렇게 만나다니요. 와...
처음보는 여성이 화들짝 반가워한다. 캐나다에서 작품 활동을 하는 오유영 작가였는데 그녀는 몹시 놀라워했다. 멀리서 외롭게 작품을 하며 힘들 때가 많았는데, 마음을 알아주는 글을 읽으며 너무 큰 위로를 받았다고, 감사하다고. 나도 너무 깜짝 놀랐다. 나 좋아서 쓴 글인데 누군가 이렇게 치켜세워주면 주책없이 가슴이 뜨거워진다. 더 잘 써야겠구나, 더 잘 살아야겠구나! 오유영 작가는 여성스럽고 아름다웠다. 어릴 때 캐나다로 이민 간 작가의 삶은 끝없는 정체성의 혼란속에서 스스로를 지키고 보듬고 일으키는 과정이었을 것이다. 예술로 자신을 만들고 스스로 살렸을지도 모르겠다.
ㅡ코로나 시절에도 저는 행복했어요! 매일 산책하고 오롯이 저에게 집중했어요.
수줍게 말하는 작가의 눈빛이 충만했다. 그녀의 작품들이 생동으로 가득찬 이유를 알았다. 매일 똑같은 풍경을 본 것이 아닌 것. 매순간 감흥을 일으키는 심상으로 날마다 새로운 자연을 느끼고 찾아낸 것. 그것이 작품이 됐다.
코로나 시절에 찾은 삶의 의미. 나도 격하게 공감했다. 관계에서 자유로워졌고 나에게 몰입할 수 있었던 시간, 나를 더 잘 알아가고 내가 좋아하는 걸로 채워가던 시간. 그녀도 나도 고립의 시간을 몹시 잘 살아낸 것 같다. 서로의 팬이 되기로 하고, 오유영 작가의 그림 한 점을 소장했다. 캐나다에 어여쁜 친구가 생긴 듯 뿌듯하다.
만날 사람은 만나고 또 좋아하게도 된다. 우리는 마음의 방향대로 걷는다. 그대로 태평양도 건넌다. 진짜 그러하다.
임지영 (즐거운예감 대표, 예술 칼럼니스트 / art@artwit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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