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행위 땐 캡사이신 분사”···31일 민주노총 집회 강경대응하겠다는 경찰청장
오는 민주노총 집회 해산 때 사용될 수도
31일 ‘불법집회’ 강경 대응 시험대될 듯
경찰이 오는 31일 전국 각지에서 열리는 민주노총 대규모 집회에서 불법행위가 발생할 경우 “캡사이신 분사기 사용도 불사하겠다”고 밝혔다. 집회 참가자를 향한 캡사이신 분사는 박근혜 정부 때인 2017년 3월이 마지막이었다. 이번 집회는 이른바 불법집회에 대해 윤석열 정부가 공언한 강경 대응의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경찰이 강경진압에 나설 경우 집회가 격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30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열린 상황점검 회의에서 “지난 16~17일 건설노조가 도심 한복판에서 야간문화제를 빙자한 불법 집회를 개최해 퇴근시간대 극심한 교통혼잡을 야기했고, 심야 집단 노숙으로 인해 시민들에게 커다란 불편을 초래했다”고 말했다.
이어 “집회 및 행진 시간을 제한해 금지했음에도 시간을 초과해 해산하지 않고 야간문화제 명목으로 불법집회를 강행하거나, 도심에서 집단 노숙형태로 불법 집회를 이어가 심각한 시민불편을 초래하는 경우에는 현장에서 해산조치하고, 불법집회를 해산시키는 과정에서 필요한 경우에는 캡사이신 분사기 사용도 준비해야 한다”고 지시했다.
경찰이 도심 집회에서 캡사이신을 사용한 것은 2017년 3월 ‘박근혜 탄핵’ 정국 때가 마지막이었다. 캡사이신 용액은 고추에서 추출한 천연성분으로, 분사기로 눈 주변으로 뿌려 시야를 제한한다.
윤 청장은 또 “해산조치 등 경찰 법집행 과정에서 경찰관 폭행 등 공무집행을 방해할 경우에는 즉시 현장 검거하고 최대한 신속하게 사법처리하겠다”며 “이번 집회 대응을 위해 전국에서 임시편성부대를 포함해 120여개 경찰부대를 배치하여 단호하게 대처하라”고 했다. 경찰은 120여개 부대 중 80여개 부대를 서울 도심 집회에 배치할 예정이다.
민주노총은 31일 서울 지역 2만여명을 포함해 전국 14개 지역에서 총 3만5000여명이 참석하는 총력투쟁대회를 연다. 이들은 집회에서 노조 탄압과 노동개악 중단, 노조법 2·3조 개정을 요구할 방침이다.
서울의 경우 건설노조, 금속노조 등이 오후 2시쯤 각각 용산 대통령실 인근, 경찰청 앞에서 사전집회를 가진 뒤 오후 4시 서울 중구 세종대로에서 열리는 본집회에 결집한다. 민주노총은 당초 오후 7시부터 1시간동안 청계천 일대에서 1500명이 참석하는 야간 집회를 열겠다고 신고했으나 경찰은 일부 불허를 통고했다. 이에 민주노총은 야간 집회를 야간 문화제로 대체하기로 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3일 건설노조 집회를 두고 “과거 정부가 불법 집회, 시위에 경찰권 발동을 사실상 포기한 결과 확성기 소음, 도로 점거 등 국민들께서 불편을 감내하기 어려운 수준에 이르고 있다”고 했다.
윤 대통령 발언 이후 경찰의 집회·시위 대응 수위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경찰은 지난 25일 ‘불법집회 해산 및 검거 훈련’을 6년 만에 공식 재개했으며, 같은 날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연 야간문화제를 강제 해산했다.
이유진 기자 yjleee@kyunghyang.com, 김세훈 기자 ksh3712@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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