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컴은 AI 핵심 인프라"… 과기부, 기술자립 시동건다

팽동현 2023. 5. 30.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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챗GPT·생성형 AI에 발맞춰
정부, 슈퍼컴 자체 개발 초점
글로벌 기술패권에 대응 계획

슈퍼컴퓨터를 비롯한 HPC(고성능컴퓨팅)를 육성하기 위한 국가 차원의 로드맵이 수립됐다. AI(인공지능)와 데이터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급증하는 HPC 수요에 대응하는 동시에 그동안 외산에 의존해온 기술을 자립하기 위한 발걸음을 뗀다는 구상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30일 제12차 국가초고성능컴퓨팅위원회를 열고 올해부터 2027년까지 추진되는 '제3차 국가초고성능컴퓨팅 육성 기본계획'을 심의·확정했다. 엑사스케일(1초에 100경번 연산 가능한 슈퍼컴퓨터) 시대에 대비한 HPC 기술력과 인프라를 확보하는 게 목표다.

제3차 기본계획은 △활용 분야별 혁신 지원 △초고성능컴퓨팅 자원 접근성 강화 △기술강국 도약 △생태계 기반 확충의 4대 중점방향과 10대 추진전략, 22개 세부과제로 구성됐다. 특히 '기술강국 도약'을 목표로 초고성능컴퓨팅 도입·활용·운영 자립화를 위한 중장기 기술로드맵을 수립하고 공공 수요 발굴을 통한 산업 성장기반을 마련하는 게 눈에 띈다.

◇생성AI 경쟁, 슈퍼컴 경쟁으로 확전= 생성형AI가 빠르게 산업화되면서 그 기반인 초거대AI 학습과 구현에 쓰이는 HPC 수요가 빠르게 커지고 있다. '챗GPT'로 생성형AI 시대의 문을 연 오픈AI의 AI모델들도 MS(마이크로소프트) 애저 클라우드의 슈퍼컴 시스템을 통해 학습한다.

최근 AI 경쟁이 HPC 경쟁으로 확전하고 있다. 엔비디아는 급증하는 AI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이스라엘의 800개 스타트업 및 수만명의 SW(소프트웨어) 엔지니어와 협력해 연내 부분가동을 목표로 슈퍼컴퓨터를 구축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일본이화학연구소(RIKEN)와 후지쯔가 개발해 세계 슈퍼컴 1위를 한동안 지키다 지금 2위로 내려온 '후가쿠'를 이용, 일본어 데이터 중심으로 초거대AI 기반기술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1위는 1엑사플롭스를 넘긴 미국 오크리지국립연구소의 '프론티어'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슈퍼컴을 비롯한 HPC 제품과 솔루션을 외산 제품에 거의 의존해 왔다. 대규모 투자를 해서 자체 개발하기엔 기술력이 부족하고 시장 수요도 한정됐기에 '가성비'를 고려해 필요한 부분의 활용이나 요소기술 개발에 그쳤다. 하지만 데이터가 폭증하고 AI가 부상하는 데다 세계 경제의 블록화 양상이 뚜렷해지면서 전략기술자산으로서 초고성능컴퓨팅 기술력 확보 필요성이 커졌다.

정부는 3차 기본계획을 통해 자체 개발이 필요한 핵심기술을 도출하고 산업생태계 육성을 위한 단계적 목표를 설정하는 등 기술로드맵을 수립한다. 프로세서, 초고속 연결망(인터커넥트), 메모리 관리기술, 냉각시스템 등 이기종·저전력 기반 HW(하드웨어) 기술 확보 관련 검토를 진행한다. 이종 컴퓨팅 환경에서 데이터 집약형 응용을 위한 고확장성·고효율성·고신뢰성 SW(소프트웨어) 기술 개발에 대한 검토도 병행한다. 이를 통해 자체개발 시스템에 적용 가능한 전략기술을 확보하고 산·학·연 협력을 통해 산업계 주도의 시스템 개발에 나선다.

◇HPC 인프라 및 생태계 강화= AI반도체와 인메모리 컴퓨팅 및 양자컴퓨팅 기술개발도 병행한다. 초고성능컴퓨팅 연구개발 성과의 적용·확산을 위해 공공 수요를 창출하고, 국산기술의 실용화 촉진을 위해 신기술을 적용한 고성능컴퓨팅 제품 시험·인증 제도를 마련한다.

이식 KISTI(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국가슈퍼컴퓨팅본부장은 "AI가 중요해질수록 슈퍼컴퓨팅 자원 수요가 늘어나고, 세계 경제 블록화에 따라 우리도 어느 정도 기술을 갖춰야 할 필요가 높아졌다"며 "물론 한 번에 모두 확보할 수는 없고, 어느 정도까지 기술 개발을 추진할 지 정책적 판단도 필요할 것"이라고 밝혔다.

제3차 기본계획에선 초고성능컴퓨팅 활용 확대를 위한 지원을 체계화하고, 혁신적 성과 창출 및 산업계 활용 활성화를 추진한다. 분야별 자원 배분 비중을 설정하고, 중요·긴급한 현안 지원을 위한 패스트트랙 제도를 도입한다. 자원배분 평가에 외부전문가 참여를 확대하고, 국가센터와 전문센터 간 역할분담으로 자원과 기술 지원을 수요맞춤형으로 제공하는 등 초고성능컴퓨팅 자원의 지원 체계를 고도화한다.

초고성능컴퓨팅 자원의 양적·질적 강화도 꾀한다. 입찰을 앞둔 KISTI 국가센터 슈퍼컴퓨터 6호기를 연내 구축·운영하고 7호기 도입도 준비한다. 600페타플롭스의 성능을 목표로 추진하는 6호기 사업은 기존 5호기를 구축한 HPE와, 기상청에 슈퍼컴을 공급한 레노버가 경쟁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밖에 초고성능컴퓨팅 자원의 효율적 활용을 위한 단일창구 기술지원 서비스를 마련하고, 환경변화에 적시 대응하기 위한 국가센터 보조시스템 구축·운영도 추진할 예정이다.

기술개발·활용·운영을 수행할 전문인력을 양성하고 다양한 협의체 운영을 통해 초고성능컴퓨팅 생태계 기반을 확충한다. 전문교육 신설, 산학협력 프로그램 및 실습기회 확대를 통해 신규 전문인력을 양성한다. 초·중·고등학생 및 과학영재 대상 교육콘텐츠 개발, 청소년 대상 체험 프로그램 확대도 진행한다. 다만 기획 단계에 포함됐던 HPC대학원 신설은 최종안에서 빠졌다. 다양한 분야에서 참여하는 초고성능컴퓨팅의 특성상 별도의 대학원을 둘 필요가 크지 않다는 의견이 제기돼 이를 반영했다.

오태석 과기정통부 차관은 "초고성능컴퓨팅은 글로벌 기술패권 시대에 핵심 인프라를 넘어 전략자산으로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며 "이번 3차 기본계획을 바탕으로 과학기술, 경제, 사회 전반의 초고성능컴퓨팅 역량 강화와 활용 저변 확대로 과학기술 선도국가 실현에 한발 더 다가가는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팽동현기자 dhp@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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