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 내려 염증 부위 보여줄 수 있어요?”···‘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현장 가보니

민서영·노도현 기자 2023. 5. 30.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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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서울 도봉구 A가정의학과 의원에서 백재욱 원장이 태블릿PC를 통해 비대면 진료하는 과정을 취재진에 시연하고 있다. 코로나19 위기경보단계가 ‘심각’에서 ‘경계’로 조정되면서 그간 감염병예방법에 근거해 한시적으로 허용됐던 비대면 진료는 종료된다. 이에 정부는 다음 달 1일부터 제한적 범위 내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을 하기로 했다. 보건복지부 제공

“저번에 좌측 유방에 염증 있던 것 어떤지 살짝 보여줄 수 있으세요? 심각한 덴 (화면에) 안 나오게 할테니까. 좀 어때요?” 30일 서울 도봉구의 한 가정의학과 의원에서 백재욱 원장(51)이 태블릿PC 너머 환자에게 말을 건넸다. 화면 속 환자가 옷을 들쳐 환부를 보여주자 백 원장은 “아, 좋아졌네요”라고 말했다. “약간 곪았다 그럴까요. 안에 딱딱한 건 좀 남아있어요.” 여전히 불편함을 호소하는 환자에게 백 원장은 “(딱딱한 건) 앞으로도 남아있을 건데 굳이 파낼 필요는 없다. 곧 사라진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는 30일 오전 제9차 건강보험정책심의원회에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추진방안’을 보고하고 6월1일부터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을 한다고 이날 밝혔다. 6월1일부터 코로나19 위기경보 단계가 ‘심각’에서 ‘경계’로 조정되면서 그간 감염병예방법에 근거해 한시적으로 허용됐던 비대면 진료는 종료된다. 이에 정부는 보건의료기본법에 따라 제한적 범위 내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 6월부터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소아 환자도 휴일·야간에 비대면 진료로 상담 가능
     https://www.khan.co.kr/national/health-welfare/article/202305301105001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은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대면진료 경험이 있는 재진 환자를 중심으로 시행된다. 만성질환자는 대면진료를 받은 지 1년 이내, 만성질환 이외 질환의 경우 30일 이내면 비대면 진료를 받을 수 있다.

이날 백 원장이 비대면으로 진료한 환자 5명 중 4명은 모두 최근 며칠 이내 대면진료를 받았던 ‘재진’ 환자다. 백 원장은 태블릿PC로 만난 환자에게 주민등록증 등으로 본인 확인을 먼저 했다. 이어 증상을 물었다. 필요하면 화면을 통해 환부를 확인하기도 했다. 일주일 전부터 대상포진을 앓았다는 90대 환자는 화면상 여전히 수포가 보여 ‘약을 며칠 더 먹어야겠다’는 백 원장의 진단을 받았다.

섬·벽지 거주자, 장애인 등 거동불편자, 격리 중인 감염병 확진 환자 등은 예외적으로 초진 비대면 진료가 가능하다. 거동이 불편한 60대 뇌병변 장애인 환자는 이날 5명 중 유일하게 비대면으로 초진을 받았다. 화면으로 환자의 모습을 처음 접한 백 원장은 환자의 얼굴 상태와 욕창, 기관삽관·소변줄 여부 등을 확인했다. 비대면 초진을 마친 백 원장은 이틀 뒤 방문진료 일정을 잡았다.

비대면 진료는 화상진료가 원칙이다. 예외적으로 스마트폰이 없거나 영상통화를 하기 어려울 때만 음성전화를 통해 진료 할 수 있다. 휴대전화에 영상통화 기능이 없는 80대 환자는 이날 음성전화로 비대면 진료를 받았다. 며칠 전 손에 화상을 입었다는 이 환자는 전화로 가려움 등 자신의 증상을 설명했다.

현장에서는 제도 정착을 위해 진료 일정 조율과 환자 교육 등 ‘관리’가 중요하다고 봤다. 백 원장은 “완치 확인 절차 등 병의 마지막 단계에서 방문 외 다른 방식을 통해 환자가 자기 상태를 제대로 제공할 수 있다면 이 정도 (비대면) 진료로 가능하다고 생각한다”며 “환자의 편의를 봐주는 대신에 환자가 지켜야 하는 규범을 만들고 그에 따라 진행하다 보면 정착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의원마다 환자에게 비대면 진료 방식 설명하는 등 개별적인 노력이 많이 필요하다”며 “단순히 전화 통화로 진료보는 걸로 생각할 문제가 아니다”라고 했다.

장지호 원격의료산업협의회 공동회장이 지난 24일 오전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앞에서 열린 비대면진료 시범사업안 전면 재검토 촉구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비대면 진료 플랫폼 업계는 여전히 ‘재진 원칙’에 반발했다. 선재원 메라키플레이스(나만의닥터) 대표는 이날 “소아 환자의 경우 낮 시간에는 (비대면) 진료를 볼 수 없고 야간까지 기다려야 하는 등 비대면 진료 대상자가 굉장히 좁아 (시범사업 내용을) 막상 들여다보면 비대면 진료가 정착되기 어려운 수준”이라며 “많은 소비자가 이전까지 누려왔던 제도 누릴 수 있도록 우리가 원하는 건 모두 초진을 볼 수 있게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민서영 기자 mins@kyunghyang.com, 노도현 기자 hyun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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