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팡이 냄새에 감기는 달고 살아요" 인천 재능고 지하교실에 '고통'
“햇빛도 들어오지 않는 교실에서 곰팡이냄새를 맡으면서 수업하느라 감기를 달고 살아요. 수업 집중도 어려워요.”
30일 오전 10시께 인천 동구 송림동 재능고등학교 본관 3층. 지난 1983년 산기슭을 따라 지어진 7층짜리 본관 건물은 사실상 4층이 지상 1층이다. 3층은 반지하층이고 1, 2층은 지하 공간이다. 해가 쨍쨍한 오전인데도 3층 교실은 서늘하고 곰팡이 냄새가 강하게 난다. 반지하라 학생들 걷는 소리도 크게 울린다. AI로봇 과목 시간이지만 교실은 습기가 가득하고 햇빛이 들지 않아 어둡다. 벽면 군데군데 곰팡이가 슬어 있다. 학생 A군(17)은 “여름이면 더욱 습하고 곰팡이 냄새가 심해 수업에 집중하기 어렵다”고 했다.
사실상 지하층인 1~2층 교실의 상황도 마찬가지. 1~2층 교실에는 밖을 볼 수 있는 반지하 창문조차 없다. LED등이 없으면 대낮인데도 캄캄하다. 출입문을 제외하고는 모두 콘크리트 벽이다. 환기가 이뤄지지 않아 퀴퀴한 냄새가 가득하다.
인천 재능고등학교 본관 교실 일부가 반지하 또는 지하 공간이어서 학생들이 고통을 받고 있다. 수업 집중력이 떨어지고 감기, 비염, 알레르기 등을 호소한다.
30일 인천시교육청과 재능고등학교 등에 따르면 7층짜리 본관 건물 중 3개 층의 교실이 반지하, 지하에 있다. 이 곳에는 2~3학년 7개 교실과 6개의 실습실, 도서관, 교무실, 학부모회의실 등 모두 21곳의 학교시설이 있다.
이때문에 지하 공간에서 생활하는 학생들과 교직원들은 자주 비염을 앓거나 알레르기 증상을 호소한다. 이 학교 학부모회의 한 관계자는 “학생들이 감기가 들어도 잘 낫지 않는다”며 “교실이나 실습실에 햇빛이 들지 않는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앞서 학부모들은 지난 12일 지하 교실 실태를 살펴본 뒤 시교육청에 교실을 지상으로 옮겨줄 것을 요구했다. 이 민원은 30일 현재 800여명의 동의를 받았다.
하지만 시교육청은 민원 담당부서조차 정하지 않았다. 아직 1천명의 동의를 받은 민원이 아닌데다 학교로부터 공식적인 요청도 없었다는 이유에서다.
재능고등학교 관계자는 “시교육청과 협의해서 학생들이 지상 교실에서 수업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했다.
황남건 기자 southgeon@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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