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진료 D-2…"완치 환자 중심 진행돼야…매니지먼트 필요"

권지원 기자 2023. 5. 30.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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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도봉구 비대면 진료 실행과정 시연…5명 화상 진료
백재욱 원장 "내원 진료보다 준비와 시간이 많이 걸려"
"새 플랫폼보다 있는 시스템 활용 잘해서 효과 냈으면"
[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백재욱 도봉구의사회 총무이사가 30일 서울 도봉구의 한 병원에서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관련 비대면진료 실행 과정을 시연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3.05.30.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권지원 기자 =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을 이틀 앞두고 의료 현장에서는 초진 환자를 화상이나 전화로만 진료하는 것은 어렵기 때문에 완치 단계의 환자들을 중심으로 진행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또한 비대면 진료가 대면 진료에 비해 준비과정과 본인 확인 등에 시간이 걸리는 만큼 통합적인 '매니지먼트(관리)'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가정의학과 전문의 원장인 백재욱 서울 도봉구의사회 총무이사는 30일 자신이 운영하는 서울 도봉구 소재 의원에서 직접 비대면진료 절차를 시행한 후 기자들과 만나 "초진 환자를 전화로만 (진료) 결론을 내는 것은 무리가 있고 정확도도 떨어진다"며 "초진으로 (비대면 진료를) 바로 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밝혔다.

백 원장은 회복기에 들어선 환자들을 대상으로는 완치 확인 절차 또는 상담의 경우 비대면 진료를 통해 가능하지만 질병 초기 단계에는 대면 진료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그는 "맹장염이 의심되는 환자를 화면으로 진찰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면서 "비대면 진료는 초진이나 질환이 악화될 때 안 되고 오늘 환자들은 대부분 완치 직전 환자들 위주로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대면 진료 허용 대상과 본인 여부 확인, 전화 연결 등 진료 상담 외에도 준비해야 하는 절차가 존재하는 만큼 전문적인 매니지먼트도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내원 진료보다 준비나 시간이 엄청 많이 걸리고 환자에게 업무를 가르치는 시간이 걸린다"면서 "매니지 역할이 새로 병원에 필요해서 역할을 할 사람이 또 존재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원이 대체로 영세하다 보니 고용을 실현하기 어려울 거 같고 활성화하려면 수가 문제를 액면 그대로 하는 게 아니라 사업이 잘 되도록 지원이 잘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비대면 환자 대상인지 판별하고 신원을 확인하는 업무에 대해서는 "예약을 잡아야 업무가 돌아갈 듯하다"며 "바로 전화 연결되는 것이 이상적이지만 현실에서는 불가능하다. 매니지먼트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백 원장은 "단순히 새로운 플랫폼에서 일선 원장들을 적응시키는 것보다 기존 프로그램과 장비를 사용하는 범위 내에서 비대면 진료 사업을 진행하는 게 쉽지 않을까 생각한다. 새로운 시스템을 집어넣으려고 하지 말고, 있는 것을 활용 잘 해서 효과를 냈으면 (좋겠다)"이라고 밝혔다.

비대면 진료비를 부과하고 납부 받는 방식과 관련해서도 고민이 있었다.

[서울=뉴시스] 30일 부건복지부에 따르면 다음달 1일부터 비대면 진료가 시범사업으로 전환되는 가운데, 정부가 소아의 야간·휴일 비대면 진료에 초진을 허용하지 않기로 했다. 대신 처방 없는 의학적 상담은 가능하다. 거동이 불편한 고령자나 섬·벽지 환자, 감염병 환자, 희귀질환자는 비대면진료 후 의약품을 집에서 받아볼 수 있게 됐다. (그래픽=전진우 기자) 618tue@newsis.com

백 원장은 "환자가 진료를 받으러 오지 않는데 진료비를 내러 병원에 온다는 모순이 존재한다"면서 "진료비는 차후 방문, 또는 장기체납은 계좌번호를 알려줄까 생각 중"이라고 밝혔다.

이날 비대면 진료는 총 5명 환자 대상 영상통화로 진행됐다. 환자들은 유방 염증, 대상포진, 욕창 등 다양한 질환을 앓고 있었다. 5명 중 4명은 재진 환자였으며 1명은 오래 전 해당 의원에서 진찰 받은 경험이 있지만 사실상 초진 환자였다. 백 원장은 환자들에게 영상 전화를 걸고 진료 전후 주민등록증 등을 제시하도록 해 본인 여부를 확인했다.

비대면 진료는 대부분 음성 전화로 진행해왔다는 백 원장은 "오늘은 대상포진 후유증이나 염증 가라앉은 것을 확인해야 해서 영상통화를 했다"면서 "자기 상태를 설명할 수 있는 수준이면 영상통화는 필요 없다"고 말했다.

영상통화 방식의 비대면 진료는 환자와 보호자들이 직접 카메라 후면을 이용해 자신의 환부를 보여주면 백 원장이 관련 진료 상담을 해주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거동이 불편하고 대상포진을 앓고 있는 90세 환자의 경우, 보호자가 직접 환자의 대상포진 환부를 카메라로 비춰주면서 수포가 아직 있다고 설명했다. 백 원장은 "보통 일주일 지나면 좋아지고 오늘 즈음엔 까맣게 변해야 하는데 환자 분은 (포진이) 더 가실 것 같다"면서 보호자에게 환자의 환부에 연고를 바를 것을 권고했다.

사실상 초진인 환자도 있었다. 뇌 병변이 생겨 거동이 아예 불가능한 60대 남성 환자였다. 앞서 정부는 대면진료 경험이 있는 재진 환자에 대한 비대면 진료를 원칙으로 하되 섬·벽지 환자, 거동 불편자, 감염병 확진 환자에 대해서는 초진도 예외적으로 진료를 허용한다고 이날 발표했다.

환자의 보호자는 백 원장에게 환자의 욕창 및 기관삽관 부위, 얼굴 등을 차례로 카메라로 비췄다. 백 원장은 환자의 컨디션 관련 질문 몇 가지 한 후 다음 주 환자를 방문하겠다고 했다.

앞서 보건복지부(복지부)는 이날 오전 제9차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를 통해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계획을 확정하고 오는 6월1일 시범사업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비대면 진료 대상은 1회 이상 대면 진료 경험이 있는 재진 환자로, 해당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동 질환에 대해 1회 이상 대면해 진료 경험이 있는 환자로 제한한다. 다만 요양기관까지의 거리가 먼 섬·벽지 환자, 65세 이상 노인과 장애인 등 거동 불편자, 감염병 확진 환자는 의료접근성이 낮기 때문에 초진부터 예외적으로 비대면 진료가 가능하다.

☞공감언론 뉴시스 leakwo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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