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국민참여재판, 성범죄자들에게는 관대하다?
[열린라디오 YTN]
■ 방송 : YTN 라디오 FM 94.5 (20:20~21:00)
■ 방송일 : 2023년 5월 27일 (토요일)
■ 진행 : 최휘 아나운서
■ 대담 : 송영훈 뉴스톱 기자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최휘 아나운서(이하 최휘)> 지난 한 주간 있었던 뉴스들 가운데 사실 확인이 필요한 뉴스를 팩트체크해 보는 시간입니다. 팩트체크 전문미디어 뉴스톱의 송영훈 팩트체커 전화로 연결돼있습니다. 안녕하세요?
◆ 송영훈 기자(이하 송영훈)> 네. 안녕하세요.
◇ 최휘> 우선 축하할 일이 있다고요?
◆ 송영훈> 네. 제가 소속된 뉴스톱이 국제인증을 받았습니다. IFCN, 국제팩트체킹네트워크라는 현재 세계 유일의 팩트체크 관련 국제단체인데요. 전 세계 팩트체크 단체들을 모아주고 지원하는 허브 역할을 하면서 그 공로로 2021년 노벨평화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이곳에서 팩트체크 관련 언론에 엄정한 심사를 통해 인증을 부여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뉴스톱이 국내에서는 두 번째로 현재 기준으로는 국내 유일의 IFCN 인증을 받았습니다.
◇ 최휘> 공인 팩트체크 국제기구로부터 인증을 받았다는거군요. 축하드립니다. 지금 청취자 여러분께서는 국제인증을 받은 팩트체크를 듣고 있으신 걸로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럼 첫 번째 팩트체크부터 시작할까요?
◆ 송영훈> 네, 지난 2019년과 2020년 큰 문제가 됐던 엔번방 사건이 있었죠. 온라인 성착취, 그 운영자 가운데 한 명인 조주빈이 최근 대법원에 국민참여재판을 받게 해달라고 신청한 사실이 알려졌습니다. 앞서 조주빈은 다수의 미성년자를 성 착취하고 이를 제작물로 만들어 유포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징역 42년 형이 확정된 상태입니다. 이후 강제추행과 미성년자 성폭행 등의 혐의로 추가 기소됐는데, 미성년자 성폭행 재판에서 국민참여재판을 받게 해달라고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런데 이 사실이 알려지자,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국민참여재판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습니다. '국민참여재판이 성범죄자들에게 관대하다는 것입니다.' 이걸 검증해봤습니다.
◇ 최휘> 국민참여재판은 일반국민들이 배심원으로 참여하는 제도죠?
◆ 송영훈> 국민이 형사재판에 배심원 또는 예비배심원으로 참여하는 제도입니다. 지난 2007년 6월 1일 공포된 '국민의 형사재판 참여에 관한 법률', 약칭 '국민참여재판법'을 근거로 2008년부터 시행되고 있습니다. 배심원은 만 20세 이상의 대한민국 국민으로 해당 지방법원 관할구역에 거주하는 주민 가운데 무작위로 선정됩니다. 배심원이 된 국민은 법정 공방을 지켜본 후 피고인의 유·무죄에 관한 평결을 내리고 적정한 형을 토의하면 재판부가 이를 참고하여 판결을 선고하게 됩니다. 배심원은 원칙적으로 법관의 관여 없이 평의를 진행한 후 만장일치로 평결에 이르러야 하지만, 만장일치의 평결에 이르지 못한 경우 법관의 의견을 들은 후 다수결로 평결을 할 수 있습니다. 단, 배심원은 심리에 관여한 판사와 함께 양형에 관해 토의를 하면서도 표결을 통하여 양형결정에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양형에 관한 의견만을 개진할 수 있을 뿐입니다. 배심원의 평결은 법원을 기속하지 않고 단지 권고적 효력만을 갖습니다. 하지만, 재판장은 배심원의 평결결과와 다른 판결을 선고하는 때에는 피고인에게 그 이유를 설명해야 하며, 판결서에 그 이유를 기재하여야 합니다.
◇ 최휘> 네. 상당히 꼼꼼한 절차로 진행된다는 점을 알려주셨는데, 국민 참여재판을 받으면 형량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 사실일까요?
◆ 송영훈> 법원행정처가 지난 2021년 발표한 '국민참여재판 성과 분석'자료에 따르면, 국민참여재판에서 살인이나 강도와 같은 강력범죄에 비해 성폭력 범죄의 무죄 평결 비율이 상당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2008년부터 2020년까지 강력범죄에 대한 배심원의 전부 무죄 평결 비율은 살인이 3.36%로 가장 낮았고, 강도 8%, 상해 9.17%였다. 반면 성범죄는 27.88%를 기록해, 다른 강력범죄보다 3배~9배정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배심원의 평결과 판결이 불일치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2008년부터 2020년까지 평결과 판결이 일치하지 않은 사건은 모두 177건이었는데, 이 중 15%인 25건이 성폭력 범죄 사건이었습니다. 특히 이 25건 가운데 1건을 제외한 24건이 '배심원이 무죄 평결을 하였으나 재판부가 유죄로 판결한 사건'이었습니다. 국민참여재판 배심원들이 재판부보다도 성범죄에 관대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 최휘> 국민참여재판이 성범죄자들에게 관대하다...예상 외의 결과인데요. 왜 그런 걸까요?
◆ 송영훈> 사법정책연구원이 지난해 9월 발표한 <성폭력 범죄의 특수성과 국민참여재판에서의 배심원 지침에 관한 연구> 보고서에 관련한 내용이 있는데요. 유독 국민참여재판에서 성범죄 무죄 평결이 많이 나오는 이유에 대해 "배심원들의 평결에 '강간통념'이 작용했다"고 분석했습니다. 강간통념은 △"여성은 강간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있고, 강요된 성관계를 원한다" △"여성이 성관계에 대해 'NO'라고 말하는 것은 종종 실제로 'YES'를 의미한다" △"여성은 종종 성폭력을 유발하거나 부추긴다" △"여성이 정말 강간을 막고자 한다면 할 수 있다" 등 성폭력 범죄를 정당화할 위험이 있는 사회적 통념을 의미합니다. 배심원들이 과거의 잘못된 성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태에서 성폭력 범죄 사건의 평의와 평결에 참여할 경우 공정한 재판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입니다. 사법정책연구원은 △성폭력 범죄 사건을 국민참여재판에서 배제하거나 △공정한 판단을 위해 배심원들에게 지침을 제공하는 게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현재 국회에서 관련 개정안이 발의된 상태이기도 합니다.
◇ 최휘> 그럼 국민참여재판이 성범죄자들에게 관대하다는 주장은 사실인 건가요?
◆ 송영훈> 네. '국민배심원들이 성범죄에 대해, 다른 강력범죄, 또 재판부와 비교해서는 관대한 것이 사실입니다. 그래서 '사실'로 판단했습니다.
YTN 이은지 (yinzhi@ytnradi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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