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협 “62만 간호인 ‘저항권’ 발동…간호법 재제정 추진”
간호법 제정안이 30일 국회 본회의 재표결에서 부결되자 대한간호협회(간협)는 “62만 간호인과 시민들과 함께 저항권을 발동할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간협은 “내년 총선에서 (간호법을 반대한) 국민의힘을 심판하겠다”면서 21대 국회 임기 내에 간호법 제정을 다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간호법 제정을 둘러싼 논쟁 속에 부각된 간호사 처우개선, 의사 수 확충 등 정책 과제들을 정부가 시급히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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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경 간협 회장은 이날 오후 국회 본회의 재표결에서 간호법 제정안이 부결되자 국회 본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 대통령이 후보시절 약속했던 간호법을 대통령 스스로 거부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간호법은 국가 권력에 의해 (가짜뉴스로) 날조됐으며 이에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부당한 것이었다”며 “오늘 본회의 재투표에서 국민의힘은 자신들이 발의하고 심의한 간호법의 마지막 명줄을 끊었다”고 비판했다.
간협은 내년 총선 전 간호법 제정을 재추진하겠다면서 간호법에 반대한 의원들과 정부 관료들에 대한 심판 운동을 벌이겠다고 했다. 또 간호사들의 준법투쟁도 계속 이어갈 것이라고 했다.
김 회장은 “마지막으로 간호법 제정을 지지해주셨던 시민들”을 언급하면서 울먹였다. 그는 “간협 회장인 제가 먼저 준법투쟁과 총선 (심판) 활동을 솔선하고 선도할 것을 선언한다”면서 “후배 간호사들에게 잘못된 역사를 남겨주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번에 폐기된 간호법 제정안은 2021년 국민의힘 최연숙·서정숙 의원, 더불어민주당 김민석 의원이 각각 대표발의한 법안을 묶은 대안이다. 지난해 5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를 통과한 후 지난 4월27일 여당의 표결 불참 속에 본회의를 통과했다. 지난 16일 윤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다. 간호사들은 준법투쟁에 나서며 국회에 간호법 재의결을 촉구했으나, 결국 폐기됐다.
간호법 제정을 둘러싼 논쟁은 보건의료계의 묵은 과제를 들춰내는 계기가 됐다. 간호사 처우개선, 보건의료 직역 간 업무범위 명확화, 의대 정원 확대, 지역사회 의료·돌봄 서비스 확충 등이다. 정부는 간호법이 아닌 의료법 개정이나 시범사업 등을 통해 이런 정책을 실행하겠다고 밝혔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 16일 윤 대통령의 간호법 거부권 행사 이후 브리핑에서 “간호사들의 처우 개선은 국가가 책임지겠다”고 했다. 앞서 복지부는 지난달 25일 발표한 간호인력 지원 종합대책에서 간호사 1명당 환자 수 5명을 정책 목표로 제시하고, 교대제 근무방식 개선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보건의료노조와 시민단체들은 정부가 예산 투입이나 법제화 방안 등 ‘실행력’을 보여줘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의사의 일부 의료행위를 대신하며 불법의 경계에 서 있는 PA 간호사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보건의료 직역 간 업무범위를 명확하게 하는 작업이 선행돼야 하고 의사 수도 늘려야 한다. 의대 정원 확대나 방문형 의료 서비스 사업을 추진하려면 의사들의 협조 및 참여가 필요하다. 정부로서는 의사단체와 협의 과정에서 추진력을 확보해야 한다.
김향미 기자 sokh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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