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산 엔진’ 쓰는 북한 로켓…“누리호 추력 절반 수준, 연료 성능도 열악”

송복규 기자 2023. 5. 30. 16:5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北, 이달 31일에서 내달 10일 사이 로켓 발사 예고
듀얼 체임버 ‘백두산 엔진’ 사용… 1단 엔진 160t급
연료에 하이드라진·사산화질소… 효율 낮은 유해물질
“누리호와 비교할 수 없는 낮은 기술력”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지난해 12월 19일 국가우주개발국이 평북도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에서 하루 전 정찰위성 개발을 위한 최종 단계의 중요 시험을 했다고 보도했다. /뉴스1

한국형발사체 누리호(KSLV-Ⅱ) 3차 발사가 성공으로 마무리 된 가운데, 이번엔 북한이 로켓 발사를 예고했다. 북한이 이전에 발사한 로켓보다 성능이 향상됐다는 예측이 나오지만, 누리호에 비해 아직 기술력이 한참 낮다는 평가가 나온다.

30일 국립해양조사원 국제항행경보에 따르면 북한은 5월 31일부터 6월 10일 사이 평북 철산군 동창리 발사장에서 로켓을 발사한다. 이번에 발사하는 로켓에는 전자광학(EO) 탑재체를 사용하는 군사정찰위성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공개한 로켓 낙하 예상지점을 살펴보면 1단 로켓 낙하지점은 북위 35∼36도, 동경 123도로, 발사장에서 지상 거리 330㎞ 정도 떨어진 중국과 한국 사이 서해다. 2단 로켓은 2955㎞ 정도 떨어진 북위 11∼15도, 동경 128∼129도 필리핀 동쪽 해안에 낙하한다.

이번에 발사되는 북한 로켓은 액체연료를 사용하는 백두산 엔진이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백두산 엔진은 듀얼 체임버(Dual Chamber) 방식을 사용한다. 하나의 터보 펌프로 양쪽 연소실에 연료를 공급하는 방식이다. 엔진 한 개의 추력은 80t으로 추정되고 있다.

백두산 엔진에 적용된 듀얼 체임버 방식은 로켓의 무게를 줄일 수 있는 강점이 있다. 엔진 하나에 노즐(배기구)이 두 개씩이다. 북한이 발사한 로켓 1단의 배기구가 4개라면, 엔진이 두 개가 들어있다는 뜻으로 총 추력은 160t로 볼 수 있다. 이에 비해 누리호의 엔진은 터보 펌프식 단일 체임버를 사용하며, 엔진 추력이 75t에 이른다. 누리호 1단에는 총 4개에 엔진이 장착돼 총 300t의 추력을 낸다. 1단 로켓 부분만 놓고 본다면 북한 발사체와 추력에서 두 배 가까이 차이가 난다.

그래픽=정서희

북한의 발사체와 누리호는 추력의 효율을 결정하는 연료에서도 차이가 난다. 북한 발사체는 액체연료로 질소와 수소 화합물인 하이드라진을 쓰고 산화제로 사산화질소를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하이드라진은 상온에서 액체상태라서 보관이 쉽지만, 소량만 노출되더라도 치명적인 유해물질로 분류된다. 추진제 1㎏이 소비될 때 발생하는 연소효율인 ‘비추력’은 270초로 추정되고 있다.

반면 누리호는 케로신(등유)과 액화산소를 각각 연료와 산화제로 쓰고 있다. 미국 우주기업 스페이스X의 우주발사체 팰컨9이 사용하는 연료기도 하다. 누리호의 비추력은 대형 로켓들의 기준인 310초에 이른다. 누리호 액체엔진은 연소효율이 뛰어나지만, 산화제인 액화산소를 섭씨 영하 183도의 상태에서 보관하기 때문에 기술력과 비용이 뒷받침돼야 한다. 북한이 한국과 달리 비추력이 낮은 하이드라진 계열 연료를 사용하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발사체 기술이 2012년 발사된 은하 3호나 2016년 쏘아올린 광명성 4호보다는 성능이 향상됐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하지만 기술력은 해외의 민간 발사체에 비해 현저히 떨어질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국산 발사체인 나로호와 누리호 개발에 참여한 조광래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전 원장은 “이번에 북한이 발사하는 로켓의 성능은 당연히 이전보다 좋아졌을 것으로 본다”면서도 “북한은 유독성이 강한 상온저장성 연료를 사용하는데, 비추력이 누리호보다 훨씬 떨어진다”고 말했다. 조 전 원장은 “기술적 특성을 놓고 보면 한국이 개발한 엔진과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일부 전문가는 북한이 예고한 발사 일정에 정확한 시각이 명시되지 않은 것을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북한은 이달 31일 0시부터 다음 달 11일 0시로 발사 일정을 공개했지만, 정확한 발사 시각은 밝히지 않았다. 과거 발사 때에는 지구 관측에 적합한 오전 시간대로 발사 시각을 확정해 발표한 것과 비교해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장영근 한국항공대 항공우주기계공학부 교수는 “위성에 설치하는 광학 카메라는 주로 햇빛이 잘 드는 오전 10시 30분에서 12시 사이가 관측이 잘 된다”며 “발사 일정을 잡아놓고 발사 시각을 발표하지 않는 건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것”이라고 했다.

북한은 이번에 발사하는 로켓에 군사정찰위성을 싣겠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해 12월에는 정찰위성 최종 시험 결과물을 공개하기도 했다. 당시 서울과 인천을 촬영했는데, 흑백 영상에서 해상도가 20m에 머물렀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상의 가로·세로 각각 20m인 물체를 한 점으로 인식하는 수준으로 0.3~0.5m가 보통인 서방의 정찰위성에 훨씬 못 미친다.

당시 전문가들도 북한이 공개한 결과물을 두고 “군사용으로 사용하려면 분해능이 1m 미만이어야 한다”며 “북한 위성은 조악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