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로 사라지는 간호법? '지역사회' 간호 계승할 법안은 남았다

이창섭 기자 2023. 5. 30.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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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법 이슈가 제기한 '지역사회' 논란… 새로운 법으로 논의
복지부 제정 추진 검토 중… 신현영 의원 관련 법안 대표 발의
"의료·요양·돌봄 하나로 연결할 새로운 법안 필요"

간호법 논란이 촉발한 '지역사회' 의료·간호 체계 정립이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우리나라 의료 행위의 중심은 병원 내부였다. 고령화로 병원 밖 자택에서의 의료·돌봄 수요가 늘 것으로 예상되면서 관련 법안의 정비가 시급했다. 이 와중에 간호법에서 '지역사회 간호'를 언급하면서 이슈에 불을 지폈다. 간호법은 국회 표결로 폐기됐지만 의료·간호 서비스를 병원 밖에서 지역사회로 확장하기 위한 법안은 이미 준비되고 있다.

30일 보건·의료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복지부)와 정치권에서 의료·간호·돌봄 시스템을 지역사회로 확대하기 위한 법률을 준비 중이다. 이날 국회 본회의 표결로 제정이 무산된 간호법을 대체하려는 성격이 강하다.

앞서 간호법 제정안에서는 '국민이 지역사회에서 수준 높은 간호 혜택을 받도록 한다'는 내용이 논란이 됐다. 현재 우리나라 법체계에서 의료 행위 중심은 병원 등 의료기관이다. 그러나 1인 노인 가구가 늘면서 집에서 의료·간호 서비스를 받고 싶어 하는 수요가 늘었다. 고령화 시대에 맞춰 의료·돌봄 체계를 병원 밖으로 확대할 필요성이 제기됐다.

아직 병원 밖 의료 체계에 대한 합의가 없는 상황인데 간호법 제정안에서 먼저 '지역사회 간호'를 명시하면서 논란이 된 것이다. 의료계에서는 이 문구를 문제 삼아 간호사 단독 개원의 근거가 되는 것이 아니냐고 지적했다.

간호법 제정안은 폐기됐지만 논란이 불 지핀 지역사회 의료·간호·돌봄 체계 수립은 다른 법안에서 계속 논의된다.

복지부는 '의료·요양·돌봄 통합지원법'(가칭) 제정을 검토 중이다. 현행법에서 규정이 전무한 의료기관 밖 의료 행위의 체계를 마련하는 것이다. 의료·요양·돌봄 통합지원법이라는 상위법을 만들고 그 밑에 의료법, 국민건강보험법, 장기요양법 등 관련 법을 세부적으로 개정하는 방향으로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복지부는 지난 17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내달부터 보건·복지 전문가와 협의해 의료·요양·돌봄 통합지원법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복지부는 의료·요양·돌봄 통합지원법은 검토안일 뿐이라 구체적인 내용은 밝힐 수 없다고 했다. 임강섭 복지부 간호정책과장은 "지역사회와 관련해서는 의료법, 국민건강보호법 등 의료와 돌봄 관련 법제를 전면적으로 혁신하겠다는 게 공식 입장이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 이승배 기자 = 대한간호사협회 회원들이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간호법 제정 약속 이행을 촉구하고 있다. 2023.5.30/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26일 '지역사회 통합돌봄에 관한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그동안 의료기관 안에 머물던 보건·의료 역할을 지역사회로 확대한다는 내용이다.

법에 방문진료·방문간호·방문재활·방문건강관리·만성질환자 및 퇴원 환자 관리·호스피스 지원 등을 명시해 구체적인 보건·의료 서비스가 제공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복지부 장관이 지역사회 통합 돌봄 기본계획을 5년마다 수립하도록 했다.

지역사회 통합 돌봄에 필요한 재원은 별도로 기금을 설치해 마련한다. 또한 국가와 지자체 출연금, 노인장기요양보험 재정, 국민건강보험 재정에서도 재원을 충당한다. 신 의원은 기금 설치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국가재정법 개정안도 함께 발의했다.

이 외에도 비슷한 취지를 담은 법률안이 국회에서 두 건이나 발의된 상태다. '지역사회통합돌봄법안'으로 정춘숙·전재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각각 대표 발의했다.

이주열 남서울대학교 보건행정학과 교수는 "원래 간호법에서 정말 간호사들이 하고 싶어 했던 지역사회에서의 돌봄에 관한 활동은 중재하는 과정에서 간호법이 아닌 새로운 법이 나와야 할 것 같다"며 "미래 사회, 고령 사회를 대비해 의료·요양·돌봄을 하나로 연결하는 뭔가 새로운 법은 필요한데 지금은 어떤 법에서도 이걸 다루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간호법'이라는 이름은 아니겠지만 다른 형태로 간호법이 담으려고 했던 미래 지향성을 새로운 법에 담고, 시행령에서 구체화하는 방식으로 풀어야 한다"며 "그 안에서 각 직역의 업무나 영역, 범위 이런 걸 구체화하는 과정이 있어야만 가장 이상적으로 간호법 갈등이 풀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창섭 기자 thrivingfire2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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