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예종서 박사 배출하겠다’ 정치권 추진에 예술대 반발…“생태계 파괴”

세종=손덕호 기자 2023. 5. 30.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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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교 30년째를 맞은 국내 예술계 명문대학 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가 석박사 과정을 두는 문제로 기존 예술대들과 갈등을 빚고 있다.

그동안 한예종은 학사 과정 외에 석사와 박사 학위 과정을 둘 수 없었는데, 정치권에서 이 제한을 푸는 법안을 논의하자 기존 예술대들이 예술대학 생태계를 파괴한다는 이유로 반발에 나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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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원 둘 수 없어…석·박사 과정 두자는 법안 논의
각 대학 예술대 “한예종에만 특혜 주는 것”

개교 30년째를 맞은 국내 예술계 명문대학 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가 석박사 과정을 두는 문제로 기존 예술대들과 갈등을 빚고 있다. 그동안 한예종은 학사 과정 외에 석사와 박사 학위 과정을 둘 수 없었는데, 정치권에서 이 제한을 푸는 법안을 논의하자 기존 예술대들이 예술대학 생태계를 파괴한다는 이유로 반발에 나선 것이다. 한편 문화체육관광부는 한예종에 대학원 설치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2022년 9월 21일 서울 성북구 석관동 한국예술종합학교 이어령 예술극장 모습. /조선DB

30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문화예술법안심사소위를 열고 국민의힘 이채익 의원, 더불어민주당 김윤덕·박정 의원이 발의한 한예종 설치법안 3건을 심사할 예정이었다. 소위가 열린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이날 오전 국회 앞에서는 수도권 예술관련 학과 대학생·대학원생들이 참석한 규탄 집회가 열리기도 했다. 하지만 문체위는 한예종에 석·박사 과정 대학원을 두는 내용의 설치법안에 대해 의견수렴이 더 필요하다는 이유로 당일인 30일 소위를 취소했다.

한예종 설치법안이 발의된 이유는 현재 한예종은 학사 과정만 둘 수 있기 때문이다. 한예종은 1991년 12월 한국예술종합학교 설치령(대통령령)에 따라 설립됐다. 설치령에 따르면, 한예종은 ‘고등교육법’에 따른 대학이 아닌 ‘각종학교’로 분류된다. 실질적으로 석사 과정에 해당하는 예술전문사 과정을 운영하고 있으나, 예술전문사를 취득한 학생은 다른 학교 박사 과정에 입학하는 경우에만 석사에 준하는 학력이 인정된다. 한예종에서 예술전문사 과정을 이수하더라도 ‘석사 학위’가 있어야 하는 직장에 취직할 수 없는 셈이다. 해외 유학생이 정규 학위를 받을 수 없다는 점을 알고 입학을 포기하는 사례도 있다고 한다.

이밖에 한예종 설치법안을 발의한 여야 의원 3명은 한예종이 다른 국내·외 대학과 공동학위제를 운영할 수 없어 창의적 예술 인재 양성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문체부는 한예종에 대학원을 설치한다는 이 법안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을 문체위에 전했다. 다만, 교육부는 이에 대해 별다른 의견을 제시하지 않았다.

한예종에 석·박사 과정을 설치하는 것은 학교 차원의 숙원이기도 하다. 김대진 한예종 총장은 지난해 10월 개교 30주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유학 갈 필요가 없는 학교’를 만들겠다는 개교 당시의 목표는 달성했다면서, “앞으로 30년의 목표는 ‘유학 오는 학교’로 만드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대학원으로 유학 오는 외국 학생을 받을 수 있도록 학위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국예술대학총학생연합회가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계단 앞에서 '한예종설치법'을 규탄하고 있다. 연합회는 "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에 석·박사 학위 과정을 개설할 수 있도록 하는 '한예종 설치법'은 예술교육의 생태계를 파괴하는 행위"라며 반발했다. /뉴스1

반면 전국예술대학교교수연합(예교련)은 전날(29일) “한예종 1개 기관에만 특혜를 주는 것을 강력히 반대한다”고 했다. 이들은 “한예종은 등록금이 일반 예술대학의 절반 수준으로 올해에만 국비 950억원이 투입된다. 사립 예술대학은 꿈도 꿀 수 없는 예산”이라며 “(한예종이) 석·박사 학위를 갖는다는 건 국가기관이 예술교육의 자율적 생태계를 파괴하는 행위로 비쳐질 수 있다”고 했다.

앞서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도 지난달 교육부에 “한예종은 본래의 설립목적인 예술 실기교육을 통한 전문예술인 양성이라는 취지에서 벗어나 독점적 지위를 확보하고자 한다며 “한예종만을 위해 발의된 법안 폐기에 적극 나서달라”고 건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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