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분배 악화' 文정부에선 1면 비판, 尹정부에선 침묵?
올해 1분기 '소득 5분위 배율' 3년 만에 악화
경향한겨레 1면 배치, 조선중앙동아 경제B면 수록
文정부 당시 분배지표 늘 1면, 정치 수단으로 활용되는 통계들
윤석열 정부 이후 소득분배 지표 관련 기사 절반 이상 줄어
[미디어오늘 박재령 기자]
소득분배 지표가 3년만에 악화됐다는 통계가 나왔지만 일부 언론을 제외하곤 이를 제대로 다루지 않았다. '최저임금 인상', '소득주도성장' 등의 키워드로 문재인 정부 당시 같은 지표가 모든 언론의 1면을 장식하며 중요 평가 잣대로 활용됐던 것과 대비된다. 단순 기사 건수로만 봐도 윤석열 정부 이후 소득분배 지표 관련 기사가 절반 이상 줄어 다수 신문이 해당 지표를 정치적 수단으로 사용했다는 지적이 가능하다.
지난 25일 통계청이 발표한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고소득층과 저소득층 간 소득 격차는 올해 더 벌어졌다. 대표적 분배지표인 '소득 5분위 배율'이 6.45배로 1년 전 6.2배보다 늘었다. 소득 5분위 배율은 소득 상위 20% 집단의 평균소득(처분가능 기준)을 소득 하위 20% 집단의 평균소득으로 나눈 것으로 숫자가 높을수록 소득 격차 심화를 뜻한다. 분위별로 봐도 1~3분위 가구(하위 60%)의 실질소득은 각각 1.5%, 2.4%, 2.1% 감소한 반면, 5분위(상위 20%) 실질소득은 1.2% 올랐다.
'소득 5분위 배율'은 1분기 기준, 3년간 완화세를 보였다. 2020년도 6.89배에서 6.30배(2021년도), 6.20배(2022년도)로 내림세였지만 올해 들어 다시 6.45배로 올랐다. 코로나19로 인한 정부지원금이 사라진 것이 지표 악화의 원인으로 꼽힌다. 실제 소비 부분을 보면 격차가 더 실감 난다. 5분위(상위 20%)의 실질 소비는 12.4% 급증, 2분위(20~40%) 가구의 실질 소비는 오히려 3.8% 감소했다. 1분위(하위 20%) 가구의 실질 소비가 8.6% 증가했지만 이는 대부분 보건비 등 필수 생계비였다. 반면 고소득층의 소비는 자동차, 여행 등에 몰렸다.
소득 분배가 나빠졌다는 소식은 26일 신문에서 대대적으로 다뤄지지 않았다. 경향신문과 한겨레는 1면에 배치했지만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는 통계를 종합면이 아닌 경제B면에 실었다. 기사에서 소득분배 지표를 강조하지도 않았다. 매일경제는 <얇아진 지갑… 소득 5% 늘 때 지출은 11% 쏙> 기사에서 가계 부담을 뭉뚱그려 보도할 뿐 '소득 5분위 배율'과 같은 지표는 사용하지 않았고, 한국경제도 <고물가에… 1분기 실질소득 '제자리'> 기사에서 소득 분배를 언급하지 않았다.
이 같은 모습은 문재인 정부 당시와 180도 다르다. 그간 다수 신문은 진영을 가리지 않고 소득분배 지표를 정부 성과의 중요 잣대로 삼아 왔다. 특히 조선일보는 문재인 정부 임기 동안 가계동향 자료가 나오면 매년 1면에 해당 소식을 실었다. 2018년 <소득주도 성장의 역설>, 2019년 <-37%… 저소득층 '소득절망 성장'>, 2020년 <가난한 사람만 더 힘들어졌다>, 2021년 <세금 쏟아부었지만…소득격차 더 벌어졌다> 등의 기사가 모두 1면이었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2022년 이후 소득분배 지표는 더 이상 중요하게 다뤄지지 않고 있다. 주요 경제지 역시 마찬가지였다.
중앙일보는 2018년 8월24일 사설 <양극화 참사에 “소득주도 성장 필요하다”는 청와대 잠꼬대>에서 2분기 소득 5분위 배율이 5.23배인 것을 놓고 “이번엔 분배 참사다. 소득주도 성장이 빚은 비극”이라며 “'재난'이란 표현이 어색하지 않은 수치”라고 비판했다. 동아일보도 2018년 5월25일 사설에서 소득 5배위 배율이 5.95배를 기록한 것을 근거로 “소득 양극화는 2003년 관련 통계 조사 이후 최악”이라고 했다. 문 정부 때 강력히 소득 양극화를 우려했던 이들은 2022년 이후 소득 격차 관련 사설을 내지 않았다.
단순 기사 건수 통계로도 언론의 태도 변화가 드러난다. 윤석열 대통령 임기가 시작된 2022년 5월10일부터 2023년 5월10일까지, 신문지면 스크랩 서비스 아이서퍼에서 '5분위 배율'을 키워드로 검색한 결과, 국내 11개 매체의 기사 수는 총 63건이었다. 여기에 연도만 바꿔 보면 141건(2018~2019년), 136건(2019~2020년), 128건(2020~2021년)으로 기사 수가 2배 이상 늘어난다. 소득분배 지표 자체가 언급된 횟수가 윤석열 정부 들어 확연히 준 것이다.
취약계층 지원을 위해선 정부가 재정을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 공통된 지적이다. 경향신문은 지난 26일 사설 <서민 실질소득·성장률 동반 하락, 이래도 긴축 고집할 건가>에서 “경제에 돌파구가 보이지 않을 땐 정부가 단기적으로 지출을 늘려 마중물 역할을 하게 하는 것이 상식”이라며 “그런데 윤석열 정부는 '건전 재정'을 앵무새처럼 반복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재정을 풀어야 한다. 재정을 옥죄면 경기 회복이 늦어지고 복지 투자가 줄어 서민들 삶이 더욱 어려워진다”고 했다.
한겨레도 지난 30일 사설 <경기둔화·고물가 서민 가구 직격, 정부는 어디 있나>에서 “경기가 침체되면 소득 격차에 따른 가구별 부담의 차이도 커지기 마련이다. 재정이 이를 조금이나마 보완하는 것이 어느 나라에서나 일반적”이라며 “재정이 제 역할을 하지 않으면, 저소득 계층에 돌아갈 재원이 줄어 취약계층 실질소득 감소로 이어진다. 정부는 감세 정책과 건전재정 기조로 재정 운신 입·출구 양쪽을 다 좁혀놓았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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