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여당 ‘제평위 법제화’로 포털 옥죄나…“언론 통제” 우려
정부·여당이 포털 뉴스제휴평가위원회(제평위) 법제화에 본격적으로 나서는 모양새다. 여당 의원은 제평위와 성격이 유사한 ‘인터넷뉴스진흥위원회’ 설치를 핵심 내용으로 하는 법안을 발의하는가 하면,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는 관련 협의체를 꾸려 제평위 법정기구화 논의를 진행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방통위 등은 이를 통해 포털 뉴스서비스의 공정성·투명성을 높이겠다는 것인데, 학계나 언론단체에서는 이런 시도 자체가 표현의 자유 침해와 언론 통제로 이어질 수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정부가 추진하는 제평위 법제화의 밑그림은 지난해 5월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에서 ‘포털 등 미디어 플랫폼 신뢰성·투명성 제고방안’을 미디어 분야 국정과제로 제시하면서 처음 등장했다. 당시 인수위에서는 제평위 구성·운영의 투명성을 높이겠다며 ‘제평위원 자격 기준 법적 규정’과 ‘제평위 회의 속기록 작성·공개 의무화’ 등을 구체적인 추진 방안으로 제시했다. 아울러 ‘알고리즘 투명성위원회’라는 법정기구를 꾸려 포털의 뉴스 배열·노출 기준으로 작용하는 알고리즘을 투명하게 검증·공개하겠다는 내용도 국정과제에 담았다.
인수위가 내세운 ‘포털 개혁’ 관련 국정과제는 방통위의 올해 업무 추진계획에도 그대로 반영됐다. 이어 방통위는 지난 23일 ‘제평위 법정기구화 협의체’를 조만간 꾸려 법제화에 필요한 논의를 진행한 뒤 올해 안에 입법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민의힘 김승수 의원이 지난달 3일 발의한 신문법 개정안도 기존 제평위를 대신하는 ‘인터넷뉴스진흥위’를 대통령령으로 설치하는 내용이라는 점에서 정부 계획과 별반 다르지 않다.
정부·여당이 나서서 법제화까지 거론하고 있는 제평위 문제의 핵심은 ‘막강한 권한’과 ‘폐쇄적 운영’이라는 표현으로 요약된다. 제평위는 2015년 네이버와 카카오 등 포털 사업자의 제안을 언론단체와 학계, 전문가단체 등이 받아들여 출범한 민간 자율기구다. 주된 기능은 포털에 입점하게 될 언론사를 심사하고 제휴 언론사의 뉴스를 심의·제재하는 것인데, 법적 근거는 없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제평위의 입점·제재 심사 결과를 자발적으로 준수하고, 제휴 언론사는 포털사업자와 계약하기에 앞서 제평위의 심사 결과를 받아들이겠다고 약속함으로써 제평위의 심사 결과가 실행력을 가질 뿐이다. 테크 미디어기업 ‘퍼블리시’의 김위근 최고연구책임자는 지난 4월 ‘포털 뉴스서비스의 현황과 과제’를 주제로 한 국회 토론회 발제에서 제평위와 관련해 “중요한 사회적 역할을 하는 기구의 구성 방식으로는 불완전하다”고 평가했다.
심사 과정이 투명하지 않고, 특히 포털에 입점하고자 하는 신규 언론사한테 지나치게 가혹하다는 점은 제평위가 주로 비판받는 대목이다. 예컨대 네이버의 경우 2016년부터 2021년까지 뉴스스탠드를 포함한 뉴스콘텐츠 제휴 결과를 보면, 2020년까지 네이버에 콘텐츠 제휴를 신청한 매체는 616개인데 심사를 통과한 곳은 6개였다. 카카오는 659개 매체가 콘텐츠 제휴를 신청해 7개가 통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해 인수위에서 미디어 분야 국정과제를 발표하며 “포털은 제평위를 통해 언론사의 제유 계약·해지 여부를 결정한다. 사실상 언론사의 목줄을 쥐고 있으면서도 지나치게 폐쇄적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정부와 여당이 제평위 문제에 접근하는 방식, 그리고 ‘제평위 법제화’라는 결론이 가져오게 될 부작용이다. 앞서 제평위 사무국은 지난 22일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에 적합한 제휴 모델을 구성하겠다”며 기존 제평위 활동의 무기한 중단을 선언했다. 이를 두고 포털업계 안팎에서는 여당 의원들이 포털 뉴스서비스의 불공정성을 지적하며 제평위 법제화 등 내용을 담은 법안을 잇따라 발의하고, 정부에서도 ‘포털 뉴스의 불공정성’ 관련 대책을 내놓겠다고 나서면서, 제평위를 운영해온 네이버와 카카오에 적잖은 압박으로 작용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송경재 상지대 사회적경제학과 교수는 30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정부가 추진하겠다는 제평위 법제화는 그 취지를 아무리 좋게 이해한다고 해도 결국 정부가 또 다른 규제 수단을 갖겠다는 것”이라며 “일단 제도화가 이뤄진다면 정부가 해당 기구를 어떻게 구성한다 해도 언론사 제휴·제재 심사에 정부의 입김이 미칠 수밖에 없다. 이는 포털만이 아니라 신문·방송 등 전체 언론에 대한 간섭과 통제 시도라는 점에서 언론 스스로 문제의식을 가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심영섭 경희사이버대 겸임교수는 기존 제평위의 대안으로 ‘위임형 공동규제’ 모델을 제안했다. 불투명하고 폐쇄적인 운영 등 제평위가 드러낸 한계는 분명한 만큼,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구성·운영에 참여하는 새로운 자율기구를 마련할 필요성은 있다는 취지다. 심 교수는 위임형 공동규제 안에 대해 “제휴 심사 등에 관한 위임의 법적 근거는 마련하되, 그 근거에 따라 정부 개입 없이 자율적으로 운영되는 기구를 마련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금 정부 방침대로 법제화를 통해 제평위를 행정기구로 전환한다면 이는 언론중재위원회나 방송통신심의위원회처럼 포털을 규제하는 제3의 규제기구를 만들겠다는 것에 불과하다.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위헌적 요소가 있다”고 짚었다.
최성진 기자 cs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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