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멀리포트] 철새처럼 장거리 비행하는 박쥐…몸속 나침반 따라 방향 잡는다

최정석 기자 2023. 5. 30.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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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쥐도 철새처럼 매년 계절이 바뀔 때마다 따뜻한 곳을 찾아 여러 대륙을 오고간다.

그런데 야행성인 박쥐가 어떻게 어두운 밤에 제대로 된 방향으로 장거리 비행을 할 수 있는 걸까.

윌리엄 슈나이더 영국 웨일즈 뱅거대 자연과학대학 교수 연구팀은 이달 초 국제 학술지 '바이오아카이브(bioRxiv)'에 "서식지를 옮기는 소프라노 집박쥐(Soprano pipistrelle bat)가 비행 방향을 계산할 때 자기장 각도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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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엄 슈나이더 英 뱅거대 교수 연구팀
남쪽으로 가던 박쥐 65마리 포획해 실험
자기장 흐름 반대로 뒤집자 북쪽으로 비행
철새처럼 장거리를 이동하는 소프라노 집박쥐.(Pipistrellus Pygmaeus)는 몸안의 나침반으로 길을 잡는 것으로 밝혀졌다./독일 라이프니츠 동물원 야생동물 연구소

박쥐도 철새처럼 매년 계절이 바뀔 때마다 따뜻한 곳을 찾아 여러 대륙을 오고간다. 그런데 야행성인 박쥐가 어떻게 어두운 밤에 제대로 된 방향으로 장거리 비행을 할 수 있는 걸까. 지구가 뿜어내는 자기장을 인식하는 박쥐의 능력에 그 비결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윌리엄 슈나이더 영국 웨일즈 뱅거대 자연과학대학 교수 연구팀은 이달 초 국제 학술지 ‘바이오아카이브(bioRxiv)’에 “서식지를 옮기는 소프라노 집박쥐(Soprano pipistrelle bat)가 비행 방향을 계산할 때 자기장 각도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고 밝혔다.

지구에서 나오는 자기장은 남극에서 나와 북극으로 들어간다. 나침반의 N극이 늘 북쪽을 가리키는 건 지구의 북극이 S극을 띠고 있기 때문이다. 지구에 이런 자기장이 발생하는 건 지구 외핵의 대류현상 때문이라는 설이 유력하다. 철과 같은 자성을 지닌 금속이 녹아 액체상태로 존재하는 외핵이 지구 속을 흐르면서 자기력을 일으킨다는 것이다. 이를 ‘다이나모 이론’이라고도 부른다.

연구팀은 박쥐들이 야간에 장거리 비행을 할 때 지구 자기장의 영향을 받는지 확인하기 위해 이번 연구를 계획했다. 연구팀은 앞선 실험에서 박쥐들이 매일 저녁 해가 어느 쪽으로 지는지 확인하며 비행 방향을 조정한다는 것을 알아냈다.

자기장 흐름에 따라 소프라노집박쥐가 이동 방향을 바꿨다는 실험 결과를 나타낸 그림. 원래 남쪽에서 북쪽으로 흐르는 자기장 방향을 수평으로 뒤집자(c) 따뜻한 남쪽으로 날아가야 할 박쥐들이 북쪽으로 방향을 바꿨다. 자기장 흐름을 수평, 수직으로 전부 뒤집자(d) 박쥐들은 정확한 방향을 잡지 못해 각자 다른 방향으로 비행했다./bioRxiv

연구팀은 라트비아에서 따뜻한 곳을 찾아 남쪽으로 이동하는 소프라노집박쥐 65마리를 포획해 실험을 진행했다. 자기장 발생장치인 헬름홀츠코일을 이용해 자기장 흐름이 각각 다른 3개 환경을 조성한 다음 포획한 박쥐들을 각 장소에 나눠서 풀어줬다. 자기장 흐름에 따라 박쥐들이 날아가는 방향에 차이가 생기는지를 확인하려 한 것이다.

실험 결과 박쥐들은 비행 방향을 선택할 때 자기장 영향을 크게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기장 흐름이 시계방향을 따라 수평으로 120도 꺾인 곳에서는 박쥐들이 남쪽이 아닌 북쪽으로 날아갔다. 남쪽에서 북쪽으로 흐르는 자기장이 반대로 흐르자 비행 방향을 반대로 바꾼 것이다. 자기장 흐름이 수평과 수직 모두 뒤바뀐 곳에서는 박쥐들이 방향을 제대로 잡지 못해 동서남북 가림 없이 각자 다른 방향으로 날아갔다.

자기장을 조작하지 않은 환경에 풀린 박쥐들은 절반이 북쪽, 절반이 남쪽으로 비행했다. 모든 박쥐들이 남쪽으로 날아가지 않은 이유에 대해 연구팀은 “박쥐들을 풀어줄 당시 날씨 상태가 좋지 않아 일부 박쥐들의 방향 감각에 문제가 생긴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박쥐가 지구의 자기장 흐름을 인식하는 정확한 원리는 아직 확인되지 않은 상태다. 다만 전문가들은 박쥐가 어두운 밤에 먼 거리를 비행할 때 자기장 흐름을 포착해 방향을 정할 것이란 예상을 이번 연구가 처음으로 증명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카이 카스파 독일 뒤셀도르프대 세포생물학과 교수는 “이번 연구를 계기로 박쥐와 같이 철마다 서식지를 옮기는 동물들이 비행 방향을 잡는 원리에 대한 탐구가 탄력을 받을 것”이라며 “향후에는 이들이 대규모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어떤 식으로 소통하며 방향을 바꿔나가는지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참고자료

BioRxiv, DOI: https://doi.org/10.1101/2023.05.03.539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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