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최초’ 대전 공공어린이재활병원 개원···의사 부족은 여전
낮병동 무작위 추첨 논란에 “병상 확대 등 검토”
국내 첫 공공어린이재활병원인 ‘대전세종충남·넥슨후원 공공어린이재활병원’이 30일 개원했다. 대전 서구 관저동에 지하 2층∼지상 5층, 연면적 1만5789㎡ 규모로 들어선 이 병원은 장애가 있거나 장애가 예견돼 재활치료가 필요한 18세 미만 어린이를 위한 시설이다. 진료는 개원에 앞서 지난 26일부터 시작했으나 의사충원 등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당분간 일부 과목만 진료가 가능하다.
공공어린이재활병원은 개원까지 여러번 진통을 겪었다. 의사 채용 공고를 4번이나 냈지만 번번이 충원에 실패하면서 개원은 두 차례나 연기됐다. 의료진은 재활의학과 3명, 소아치과 1명, 소아청소년과 1명 등으로 구성됐다. 당초 당직의 2명도 전문의로 구하려했지만 충원이 쉽지 않아 대전시에서 파견 나오는 공중보건의 2명이 당직의를 맡기로 했다.
현재 진료는 재활의학과와 소아치과에서 이뤄지고 있다. 개원 첫날 병원을 방문한 환자수는 20여명이었다. 병원 측은 다음 달 말까지 진료 예약이 이미 찼다고 설명했다. 병원 관계자는 “소아청소년과의 경우 담당 의사가 7월부터 근무가 가능해 그 때까지는 충남대병원에서 파견된 전문의가 매주 수요일에만 진료를 하게 된다”라고 밝혔다.
‘반쪽 개원’이지만 지역 주민들은 병원이 드디어 문을 열었다는 소식에 반가움을 나타냈다. 희귀질환을 앓고 있는 자녀를 둔 A씨(30대)도 그 중 한명이다.
서울에 있는 병원에서 자녀가 정기 치료를 받았다는 A씨는 최근 아이의 초등학교 입학으로 장거리 입원이 불가능해지면서 이곳을 찾았다. A씨는 “서울 병원과 비교하면 시설 면에서 다소 아쉬움이 있지만 이만큼도 감사하다”며 “시각, 청각, 후각, 촉각 등 다양한 자극을 통해 아이의 심리를 안정시키는 스노젤렌실 치료공간이 인상적”이라고 덧붙였다.
전국에서 18세 미만 어린이만을 대상으로 재활치료를 하는 전문병원은 서울에 있는 푸르메재단 넥슨어린이재활병원 정도다. 대부분 민간병원에서는 성인까지 포괄적으로 재활치료를 하고 있다.
그러나 공공어린이재활병원이 자리를 잡기 위해선 의료진 확충과 함께 효율적인 운영 방식에 대해서도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이 병원은 최근 낮병동 치료 대상 아동들의 진료 순서를 무작위 추첨으로 결정해 논란이 일었다.
낮병동은 환우들이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만 입원해 집중 치료를 받는 의료서비스다. 입원병동은 24시간 보호자가 병원에 상주해야 하는 반면 낮병동은 낮에만 치료를 받고 집으로 돌아가는 통원 개념이어서 부담이 덜하다. 공공어린이재활병원에는 입원병동 50병상, 낮병동 20병상이 각각 마련돼 있다.
낮병동은 다음달 12일부터 운영되는데 병상 이용 예약에 100여명이 몰리자 병원 측은 무작위 추첨방식으로 대상자를 선정했다. 병원 관계자는 “병상이 부족한 데다 선착순 혹은 의사들의 직접 선정이 어려워 대상자를 무작위로 추첨한 것”이라며 “추후 병원 운영 상황을 지켜본 뒤 입원실을 줄이고 낮병동을 늘리는 등의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공공어린이재활병원 운영위원회에서 활동했던 김동석 사단법인 토닥토닥 이사장은 “추첨 방식의 진료는 국내에선 처음 있는 일”이라며 “상태가 위중한 환자들부터 진료하는 등의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정의 기자 justic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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