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와 영상 통화하며 '아픈 곳' 보여줘…'비대면 진료' 직접 보니

이창섭 기자 2023. 5. 30.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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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면 진료 시범 사업 D-2, 실제 진료 이뤄지는 병원 현장 방문
화상 통화로 환자 병변 살펴… 병원비 계산은 나중에
"초진 비대면은 무리… 일부 업무에 플랫폼 필요성 있을 듯"
30일 서울 도봉구 소재 가정의학과 의원에서 백재욱 원장(가정의학과 전문의)이 화상 통화로 비대면 진료를 하고 있다./사진제공=보건복지부

30일 서울 도봉구에 위치한 한 가정의학과 의원. 점심 진료를 준비 중인 백재욱 원장 책상에는 태블릿 한 대와 업무 PC가 나란히 놓여있다. 이날 백 원장은 낮 12시 30분부터 약 한 시간 동안 다섯명 환자를 화상 전화를 통해 비대면으로 진료했다.

백 원장이 진료한 다섯명 환자 중 네 명이 재진이었다. 교통사고로 뇌 병변이 발생해 움직이지 못하는 환자만 초진이었다. 플랫폼 업체의 시스템을 이용하지 않고 병원에서 자체적으로 비대면 진료를 시행했다.

진료가 시작되자 백 원장은 환자에게 주민등록증을 보여달라고 했다. 카메라로 환자 얼굴을 살펴본 후 환자 본인임을 확인했다. 연세가 90이 넘은 세 번째 진료 환자는 10년 전에도 주민등록증이 없었다며 보여주지 못했다.

백 원장은 "본인 확인은 주민등록증을 보여줘야 하는데 확인에 무리가 따른다고 생각한다"며 "매일 오는 환자에게 주민등록증을 확인하면 화를 낸다"고 말했다.

환자들은 카메라로 환부를 비춰 의료진에게 보여줬다. 대상포진에 걸린 한 환자가 환부를 화상 전화로 보여주자 백 원장은 "아직 수포가 덜 내려갔다"며 "(약을) 한 번 더 드셔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환자가 "수포가 얼마나 가냐"고 되묻자 백 원장은 "보통 일주일 되면 좋아지는데 어머니는 더 가실 거 같다. 낫고는 있다"고 대답했다.

뇌 병변으로 거동하지 못하는 환자가 네 번째로 비대면 진료를 받았다. 초진이었다. 백 원장은 "환자에 대해 제대로 아는 게 없다. 화상으로 판단해도 되겠냐고 (보호자에) 물었더니 '오케이' 하셨다"고 말했다.

카메라가 환자를 비추자 백 원장은 욕창의 부위와 크기, 배변 여부, 발 상태 등을 보호자에 물으면서 진료를 진행했다.

초진 진료를 마친 백 원장은 내달 1일로 방문 진료 일정을 잡았다. 이어 "주민등록증을 한 번 보여줘야 할 것 같은데 아니면 매번 보여줘야 할 것 같으냐? 의견을 말해달라"고 하자 보호자는 "보여줄 수 있는데 한 번만 보여주면 되지 않느냐?"고 되물었다.

백 원장은 이어 "진료비 3700원인데 돈 갖다주려고 오시는 건 무리니까 나중에 (병원에) 볼 일 있으면 그때 달라. 그렇게 이야기해 놓겠다"고 말했다.

이처럼 비대면 진료에서의 진료비 계산은 곧바로 이뤄지지 않는다. 백 원장은 유방 아래 염증이 생긴 환자에게도 "귀찮게 진료비 때문에 병원에 나올 필요는 없으시고 나중에 병원 올 일 있으면 달라"고 말했다.

백 원장은 "환자가 병원에서 진료를 안 받는데 약은 사러 가고, 진료비를 내러 병원에 온다는 건 모순이다"며 "장기체납은 계좌번호를 알려 준다든지, 다음번 병원 방문에서 받을 계획이다"고 설명했다.

백재욱 원장(가정의학과 전문의)/사진제공=보건복지부

비대면 진료는 통상적으로 음성 전화로 이뤄진다. 이날은 대상포진과 염증 등 환부를 확인할 필요가 있는 환자들이어서 굳이 영상 통화를 진행했다는 게 백 원장의 설명이다. 그는 "카메라의 화질 왜곡 부분은 아직 (비대면 진료) 경험이 부족해서 정확도를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비대면 진료 '초진'과 관련해서는 "초진을 전화로만 결론 내는 게 무리가 있고 정확도도 떨어진다"고 말했다.

백 원장은 비대면 진료를 예약하고 본인 확인 절차를 미리 수행해줄 매니저 역할이 병원에 필요한 것 같다고 밝혔다. 그는 "매니지먼트가 있어야 비대면 진료가 안정화된다. 전화로 진료하는 걸로 단순히 생각할 문제가 아니다"라며 "(매니저가) 고용을 창출할 순 있겠지만 영세한 형태의 의원이 많다 보니 활성화시키기 어렵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를 활성화하려면 수가를 액면 그대로가 아니라 사업이 잘되도록 적극 지원하는 형태가 돼야 한다"고 했다.

비대면 진료 플랫폼 업체와의 협업에는 "있는 시스템을 그대로 사용하면서 확대해야지 새 시스템을 익혀가면서 하기엔 병원 내 업무도 처리하기도 힘들다"면서도 "다만 손으로 하는 업무가 병원에 많은데 그런 부분을 용이하게 해주는 데 (플랫폼의) 필요성은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이창섭 기자 thrivingfire2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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