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시론]신산업 발목 잡는 국회의원 코인 파문

2023. 5. 30.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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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김남국 의원의 60억원 코인 의혹이 점점 증폭되고 있다. 지난 총선에서 슬로건으로 내걸었던 ‘깨끗한 인물’은 온데간데없고 수많은 거짓말과 의심만 낳았다. 스스로 당에 진상조사를 요구했다고 생색만 내고 정작 필요한 자료는 제출하지 않았다. 국회 상임위 도중 거래한 코인은 몇 천원 수준이라고 했지만 수천만원 거래를 한 의심을 사고 있다. 코인 등 가상자산 과세를 유예하는 법률안에 찬성표를 던지지 않았다고 했지만 거짓이었다.

이해충돌 소지가 다분한 선출직 공직자의 상상을 초월한 코인 보유와 이어지는 거짓말. 하지만, 이번 파문이 가져온 더 큰 문제가 있다. 바로 신산업 발전에 재(灰)를 뿌렸다는 것이다. 물론 코인이나 NFT(Non-Fungible Token, 대체 불가능한 토큰)와 같은 가상자산을 신산업으로 볼 수 있는가, 없는가 하는 의견이 다양하다. 하지만 미국, 일본, 프랑스, 싱가포르, 스위스, 몰타 등 여러 국가에서는 입법을 통해 제도권 내에서 산업 발전과 이용자 보호에 나서고 있다.

〈표〉최근 5년간(2018∼2022) 가상자산 관련 불법행위 검거 현황
〈표〉최근 5년간 가상자산 관련 불법행위 피해금액 현황

먼저 미국은 2015년 선물거래위원회가 지침서를 발표, 상품거래법상의 상품 정의에 가상자산이 포함된다고 해석하고 있다. 일본은 2016년 자금결제법 개정으로 가상통화의 재산적 가치를 인정하고 있다. 프랑스도 통화금융법에 ICO(가상화폐공개) 내용을 담고 있으며, 싱가포르는 금융감독청이 디지털 토큰 및 ICO 가이드라인을 발표하고, 자금세탁방지 관련 법률을 마련했다. 스위스의 금융시장감독청은 토큰 성격에 따라 지불형, 유틸리티형, 자산형으로 분류한 ICO 가이드 라인을 발표했다. 몰타의 경우 블록체인 산업 정책에 힘입어 대형 글로벌 가상자산 거래소들이 본사를 몰타로 이전하거나 확장해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우리나라도 자금세탁방지 시스템 구축, 정보보호관리체계 인증서 발급, 트레블룰 구축 등 많은 노력의 결과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안’이 정무위를 통과해 법사위에 계류 중이다. 이 제정안에는 △가상자산 거래기록의 생성·보관 △해킹·전산장애 등의 사고에 대비한 보험·공제 가입 또는 준비금의 적립 △가상자산시장에 대하여 이상거래가 있는지 감시하고 적절한 조치를 취하도록 하면서 △미공개중요정보 이용행위 및 시세조정행위 등 불공정거래행위에 감당했을 경우 형사처벌 뿐만 아니라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고, 집단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한 금융위원회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가상자산 이용자를 두텁게 보호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했다.

가상자산은 신산업이다. 2009년 비트코인 소스가 처음 공개된 이후 비트코인은 중개자를 거치지 않는 P2P거래의 가능성을 보여줬고, 2010년에는 세계 최초의 가상자산거래소가 등장했다. 2021년 4월에는 미국의 한 가상자산거래소가 나스닥에 상장했다. 가상자산이 하나의 산업으로서 영역을 확대해 나가는 중에 인류는 코로나를 겪으면서 디지털 세상과 더욱 가까워졌다. 우리는 가상공간에서 회의, 쇼핑, 친목도모, 게임을 하며 함께 시간을 공유했다. 앞으로 가상세계의 문은 더 활짝 열리게 될 것이다. 대한민국이 원화를, 미국이 달러화를 사용하는 것처럼 가상세계에서 사용 가능한 통화도 필요하다. 따라서 신산업 육성을 위해 모든 것을 열어주되, 꼭 필요한 것만을 제한하는 네거티브 규제를 비롯해 다양한 제도적 뒷받침이 이루어져야 한다.

우리는 구글과 아마존이 우리나라에서 사업을 했다면 지금의 일류 기업이 될 수 없었을 것이라는 이야기를 종종 듣는다. 그만큼 대한민국이 규제 투성이라는 것이다. 필자가 활동하고 있는 춘천과 강원도도 온갖 규제로 발전이 정체돼 있는 상황이다. 인구소멸, 지역 경제 침체 등 지방정부가 직면해 있는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규제의 늪을 거둬내고, 지방정부로의 과감한 권한 이양이 필요하다. 강원도의 경우 오는 6월 11일 출범하는 강원특별자치도가 그 계기가 되길 기대하고 있다.

이렇게 대한민국 발전을 이끌 수 있는 현안이 눈 앞에 산적해 있는 상황에서 김남국 의원의 코인 파문은 신산업 성장을 발목 잡는 족쇄가 되었다. 아직 해소되지 않은 의혹도 많다. 김 의원의 가상자산거래소 연결계좌 한 곳에서 지난 대선을 전후해 2억5000여만 원이 인출된 정황에 대한 의혹, 신생 코인에 거액을 부어 15억 원을 손해봤다고 알려진 것이 실상은 자금세탁 목적이었다는 의혹, 위장용 통장을 들고나와 국민을 속였다는 의혹, 거래 코인이 6개월 만에 시장에서 사라지고 발행 업체가 사라진 의혹.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앞으로 수사가 어떻게 이루어질지, 그 범위는 어떻게 될지 등에 대해 긴장하며 시장 자체에 대한 위축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

최근 국회에서는 이른바 ‘김남국 방지법’의 연이어 발의됐고, 여러 개의 법안을 통합한 대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필자도 코인과 같은 가상자산을 주식·국채·공채·회사채 등과 마찬가지로 1000만 원 이상 소유했을 경우 등록대상에 포함시키는 내용의 ‘공직자윤리법’을 대표발의 했지만, 여야를 넘어 공직자는 지위와 권한을 이용해 사적 이득을 취해서는 안 된다. 이것이 국민에 대한 봉사자로서 가져야 할 공직자의 기본 본분이다.

다시금 정치권이 ‘국민을 위한 봉사자로서 오직 자유와 복리의 증진을 위하여 공익 우선의 정신으로 성실하게 직무를 수행하며, 사익을 추구하지 아니한다’는 국회의원 윤리강령 제2호를 가슴 깊이 새기길 바란다.

노용호 의원

〈필자〉노용호 의원은 대학에서 산업공학을 전공했지만 총학생회 활동을 시작으로 줄곧 문과 인생을 살았다. 졸업 후 신한국당 공채 5기로 정당에 입문, 강원도당에서 18년 동안 일하며 도내 선거만 20번 가까이 치렀고, 중앙당 조직국 ·총무국·기획조정국장을 거치며 당직자 경력의 정점을 찍었다. 2022년 5월 비례대표직을 승계해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위원으로 임명됐다. ‘스마트제조혁신법’을 1호 법안으로 발의하는 등 전공을 살린 의정활동을 활발하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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