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살한테 땅에서 삼촌 주검 꺼내란 경찰…“금니 보자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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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형주(85)씨는 '충남 서산 부역혐의 희생 사건'의 유족이다.
그는 1950년 10월께 작은아버지와 둘째 형, 두 사람의 가족을 잃었다.
형주는 아무것도 모른 채 작은아버지가 일하는 들판으로 경찰을 안내했다.
형주는 작은아버지에게 했듯 유치장으로 밥을 나르다가 이틀 만에 중단해야 했고, 소나무 밑에 꺼내놓은 형의 주검을 역시 가마니 들것으로 날라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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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형주(85)씨는 ‘충남 서산 부역혐의 희생 사건’의 유족이다. 그는 1950년 10월께 작은아버지와 둘째 형, 두 사람의 가족을 잃었다. 그들이 끌려가던 순간들을 생생히 기억한다. 70년이 지나도 잊히지 않는다. 유씨는 30일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와 재단법인 동방문화재연구원이 유해발굴 언론공개에 앞서 연 중간보고회에서 자신의 기막힌 사건을 기자들에게 공개했다.
당시 유형주씨는 12살 어린이였다. 그날 형주는 충남 서산시 고북면 남정리 집 마당에서 놀고 있었다. 경찰 2명이 들이닥쳤다. “야, 유상근이 누구야.” 유상근은 당시 30대였던 작은아버지 이름이었다. “들에 일하러 갔는데요.” “어디야 어디?”
형주는 아무것도 모른 채 작은아버지가 일하는 들판으로 경찰을 안내했다. 경찰은 작은아버지를 보자마자 손을 뒤로 묶고 끌고 갔다. 형주는 영문을 몰라 집으로 달려가 할아버지·할머니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큰일 났다며 눈물을 흘렸다.
저녁 때 이장이 와서 작은아버지가 지서에 끌려갔다면서 밥을 갖다줘야 한다고 말했다. 형주가 고북면의 임시 유치장까지 식사를 날랐다. 이름을 부르면 밥을 넣어주었고, 조금 있다가 빈 도시락을 내주는 식이었다. 돌아온 도시락통에는 먹은 흔적이 별로 없었다.
그렇게 식사를 이틀 나르고 삼일째 오후가 됐다. 유치장에서 밥을 안 받는다고 했다. 밖에 서 있는데 열댓명의 청년이 손이 뒤로 묶인 채 끌려나왔다. 그 중에 작은아버지의 모습이 보였다. 머리가 터져 피를 흘리고 있었다. 작은아버지는 형주와 눈길이 마주치자 고개만 끄덕끄덕였다.
그날 어둠이 내리고 고북면 야산에서 총소리가 들려왔다. 총소리가 그친 다음에 마을 어른 세 명이 산에 올라갔는데 형주도 따라갔다. 형주는 아직 어려 힘을 잘 쓰지 못했지만 그래도 힘을 보탰다.
작은아버지의 주검을 찾아 소나무 밑에 눕혀놓고 솔가지를 얼굴 위에 덮어놓았다. 그리고 다시 집에 뛰어갔다. 가마니에 막대기를 끼운 들것으로 작은어머니와 함께 주검을 메고 오는데, 어두운 산길에서 자꾸만 넘어졌다. 산에서 내려와 집 근처 들판 어딘가에 작은아버지를 묻어주었다.
그런데 다음날 다시 경찰이 들이닥쳤다. 경찰이 말했다. “네 작은아버지가 집에 돌아왔다며?” 절대 아니라고 고개를 저었지만 “너 거짓말 하면 죽인다”는 협박이 돌아왔다. 주검을 확인시켜야 했다.
경찰과 함께 작은아버지가 묻힌 자리로 갔다. “너희 작은아버지 표시가 뭐냐”고 경찰이 물었다. “금니 했는데요.” 경찰은 주검이 묻힌 곳에서 작은아버지의 머리 쪽만 꺼내 입을 벌렸다. 금니가 번쩍거렸다. 경찰은 그제야 닦달을 중단했다.
다음날엔 둘째 형 유형갑(당시 19살)이 끌려갔다. 둘째 형도 작은아버지와 똑같은 방식으로 유치장에 갇혔다가 처형을 당했다. 형주는 작은아버지에게 했듯 유치장으로 밥을 나르다가 이틀 만에 중단해야 했고, 소나무 밑에 꺼내놓은 형의 주검을 역시 가마니 들것으로 날라야 했다. 그날의 기억이 아직도 선연하다고 했다.
서산/고경태 기자 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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