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알뜰폰 도매대가 산정 방식 바꾼다… ‘통신 3사’ 독과점 정조준

윤진우 기자 2023. 5. 30. 15:57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제4 통신사 유치 대신 알뜰폰 육성 효과적 판단
도매대가 산정 방식 바꿔 알뜰폰 경쟁력 키울 듯
통신사 “망 유지·보수 비용 부담” 반발 목소리 커
올해 시행령으로 우선 도입, 탄력적 개선 방안 논의
서울 시내의 한 알뜰폰 판매점 모습. /연합뉴스

정부가 통신 3사의 독과점 구조를 깨고 시장 경쟁을 촉진시키기 위한 방안으로 알뜰폰 사업을 전면에 내세운다. ‘시장 구조를 개선해 더 저렴한 통신 서비스를 제공한다’라는 취지에 맞게 알뜰폰을 키우기 위한 방안으로 망 사용료인 ‘도매대가’ 산정 방식을 기존 종량제(리테일 마이너스)에서 수익 배분(코스트 플러스)으로 변경한다.

30일 통신 업계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다음달 말 공개 예정인 ‘통신 시장 경쟁 촉진 전략’ 방안으로 알뜰폰 사업 육성을 발표한다. 단기간에 제4 통신사를 유치가 어려운 상황에서 통신요금 부담을 낮추는 데 알뜰폰 육성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알뜰폰은 이동통신망사업자(MNO)의 네트워크를 빌려 통신 서비스를 제공하는 가상 이동통신망사업자(MVNO)를 말한다. 2010년 이명박 정부가 과점시장인 통신망 시장에 경쟁을 촉진시키기 위해 전기통신사업법에 알뜰폰을 위한 조항(제38조)을 마련하면서 시작됐다.

◇알뜰폰 업계, 산업 키우려면 ‘도매대가’ 산정 방식 바꿔야

알뜰폰은 통신망을 보유한 통신사로부터 얼마나 낮은 가격으로 통신망을 빌려올 수 있느냐로 사업 경쟁력이 결정된다. 이를 위해 정부는 통신사가 지정된 방식으로 도매대가를 결정할 수 있도록 하는 강제 조항을 넣었고, 이를 도매제공 의무 제도라고 부른다. 도매제공 의무 제도는 협상력이 약한 알뜰폰 사업자를 돕기 위해 정부가 대신해 통신사와 협상에 나서는 것이 핵심이다. 다만 지난해 9월 의무 제도가 일몰되면서 법적인 효력이 사라진 상태다. 알뜰폰 업계가 도매제공 의무화를 제도적으로 구축해야 한다고 요구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알뜰폰 업계는 안정적인 도매대가를 확보해야 다양한 신규 서비스를 출시, 시장 경쟁을 촉진시킬 수 있다고 주장한다. 김형진 한국알뜰통신사업자협회 회장(세종텔레콤 회장)은 “일몰된 도매제공 의무 제도를 살려 요금 불확실성을 없애야 알뜰폰 사업자가 다채로운 혁신 서비스를 내놓을 수 있다”라며 “현재 알뜰폰 시장은 통신 3사가 주무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했다.

서울의 한 휴대폰 판매 매장에 붙어있는 통신 3사 로고. /뉴스1

이런 이유로 알뜰폰 업계는 도매대가 산정 방식을 기존 리테일 마이너스에서 코스트 플러스 방식으로 변경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리테일 마이너스는 통신망 사업자가 알뜰폰에 통신망을 제공할 때 소매가격에서 마케팅과 연구개발비 등을 제외한 방식을 말한다. 예를 들어 소비자에게 1GB당 700원에 판매하는 LTE(4세대 이동통신) 통신망 비용을 알뜰폰 업체에는 마케팅비 100원, 연구개발비 100원을 제외한 500원으로 제공하는 식이다.

알뜰폰 업계는 리테일 마이너스 방식의 경우 도매대가 결정권이 사실상 통신 3사에 있어 알뜰폰 사업자의 협상력이 제한된다고 주장한다. 통신 3사가 마케팅 비용을 늘리거나 줄이는 방법으로 우호적인 알뜰폰 사업자에 더 저렴한 도매대가를 제공하고 있다는 의심이다.

◇”사실상 원가 제공” 통신사 반발에도… 정부 시행령으로 도입할 듯

알뜰폰 업체들이 요구하는 코스트 플러스 방식은 통신망을 제공하는 통신 3사에 일정 수준의 수익률만 보장하는 것이다. 통신망 원가에 최소한의 이자비용만 더해 도매대가를 결정하는 식이다. 가령 LTE 데이터 원가가 1GB당 300원일 경우 이자 비용 100원만 더해 400원으로 도매대가를 결정하게 된다. 통신사 한 관계자는 “코스트 플러스는 사실상 네트워크 유지·보수 비용은 통신사가 부담하고 원가로 알뜰폰에 통신망을 제공하라는 것과 같다”라며 “통신사 입장에서는 손해를 보고 통신망을 제공하는 것과 다를 게 없다”라고 했다.

정부는 알뜰폰 사업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도매대가 산정 방식을 코스트 플러스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다. 설비투자가 집중되는 통신망 교체 초반에는 리테일 마이너스 방식으로 통신사의 수익을 보전해야 하지만, 현재는 설비투자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만큼 원가로 제공하는 코스트 플러스로의 전환도 가능하다는 판단이다.

과기정통부는 이런 내용의 도매제공 의무 제도를 올해 안에 시행령 방식으로 우선 도입할 전망이다. 법으로 정한 리테일 마이너스를 코스프 플러스 방식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이 필요한 만큼 행정규칙인 시행령 형태로 먼저 진행하고, 하위 고시로 구체적인 도매대가 산정 방식을 추가하는 식이다. 박윤규 과기정통부 차관은 “알뜰폰 도매대가 산정 방식은 리테일 마이너스 방식으로만 할 수 있도록 법으로 규정돼 있다”라며 “탄력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개선 방안을 논의하겠다”라고 했다.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