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무서웠어요" 러 끌려간 뒤 두려움에 떤 우크라 아이들

이도연 2023. 5. 30.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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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침공 후 1만6천명 이상 데려가
"6개월 이상 실종된 아이들도 있어"
조국 수호자의 날' 기념 콘서트에 참석하는 푸틴 대통령 [로이터=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이도연 기자 = "우크라이나군이 우리를 해칠 수 있다는 말을 믿고 러시아로 갔는데, 정말 너무 무서웠어요."

우크라이나에서 친구 어머니의 말에 속아 러시아로 간 뒤 가까스로 가족과 재회한 알리나 포포바(15)는 29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에 이같이 털어놨다.

러시아가 침공 이후 점령한 우크라이나 헤르손주에 살던 알리나는 친한 친구의 어머니이자 친러파였던 이브게니아에게 속아 러시아로 갔다.

이브게니아는 당시 알리나와 알리나의 가족이 러시아로부터 식량을 받았고 이 때문에 만약 우크라이나 군대가 헤르손에 들어오면 알리나 가족처럼 러시아와 접촉한 사람들을 죽일 수 있다고 거짓말을 했다.

알리나는 당시 이브게니아를 친구로 느꼈고 따라서 그가 안전을 위해 러시아로 대피하자고 했을 때 두려움에 떨며 이에 동의했다고 가디언에 전했다.

그러나 실상은 달랐다.

이브게니아는 러시아에서 더 좋은 아파트와 사회 복지를 얻어내기 위한 수단으로 알리나를 데려간 것이었고 국경을 넘자 폭력적으로 돌변했다.

알리나의 어머니인 스비틀라나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알리나를 추적했고 딸이 러시아 내 1천500㎞ 떨어진 곳에 있다는 것을 알아냈다.

스비틀라나는 휴대전화 메시징 애플리케이션으로 딸에게 연락했고, 알리나는 당시 울고 있었다고 한다. 이브게니아는 스비틀라나가 딸에게 연락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알리나의 휴대전화를 빼앗아버렸다.

알리나는 "엄마와 연락했다는 것을 알았을 때 이브게니아는 화가 나서 나를 때렸다"며 "그는 돈과 나를 돌봐준 대가로 러시아 당국으로부터 받을 수 있는 것에 집착했다"고 전했다.

스비틀라나가 딸을 찾아오기 위해서는 폴란드와 벨라루스를 거쳐 러시아로 들어가 사회복지 기관에 호소하는 방법밖에는 없었다.

러시아에 도착한 스비틀라나는 알리나가 자기 딸이라고 공식 진술서를 작성했지만, 이브게니아는 알리나를 80㎞ 떨어진 '재활 센터'로 보내버렸다.

그러나 러시아 당국이 딸을 찾는 것을 도왔고 결국 스비틀라나는 알리나와 재회할 수 있었다.

그러나 스비틀라나와 알리나의 사례는 러시아로 납치된 뒤 우크라이나로 돌아갈 수 있었던 소수의 사례에 불과하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납치된 어린이들의 친척 대다수는 이들을 되찾아오려는 시도가 복잡해질까 봐 이에 대해 말하기를 꺼린다.

러시아는 지난해 2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뒤 우크라이나 어린이들을 강제로 자국으로 강제 이송했다고 비판받아왔다.

지난 3월 국제형사재판소(ICC)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아동 불법 이주 등 러시아군이 저지른 전쟁범죄에 책임이 있다며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그러나 러시아는 '어린이 대피 조치'라며 아동 납치설을 강력하게 부인했다.

우크라이나 정부에 따르면 현재까지 러시아로 납치된 어린이는 1만6천226명에 달하는데 이 중 1만513명은 위치가 파악했고 300명 이상이 우크라이나로 돌아왔다.

다만 일각에서는 실종된 어린이 수가 더 있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러시아로 자녀가 납치된 부모들을 돕는 단체 '세이브 우크라이나'의 미콜라 쿨레바는 "얼마나 많은 어린이가 연관돼 있는지 확실하지 않다"며 "보호자 없는 아이들과 기숙학교와 보육원에서 납치된 아이들뿐 아니라 러시아 점령 지역에 있는 동안 부모와 연락이 끊긴 아이들도 러시아로 보내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부모들은 자녀를 다시 볼 수 없을까 봐 두려워한다"며 "특히 작년 러시아의 마리우폴 포위 당시 부모가 분리 수용소에 수감됐거나 부모가 살해당한 아이들도 있다"고 덧붙였다.

쿨레바는 "우리가 가장 우려하는 대상은 러시아 당국이 출생증명서와 여권을 만든 뒤 데려가 6개월 이상 실종된 아이들"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최근 러시아 당국이 자국으로 강제로 보내진 어린이들을 되돌려보내지 않으려 하고 있어 우려가 더 커지고 있다.

쿨레바는 최근 러시아 위탁 가정에서 2주를 보낸 후 우크라이나로 돌아가면 자신을 해칠 수 있다고 설득당해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한 소년의 예를 들며 "시간은 아이들에게 불리하다"고 말했다.

dy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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