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묶인 사람들 빨래 널 듯 세우고…서북청년단이 총 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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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서산 부역혐의 희생사건' 유해발굴 장소를 특정하는데는 목격자 한광석(88)씨의 증언이 결정적 도움을 줬다.
"경찰은 총살시킨 사람들을 구덩이에 집어넣은 뒤 묻어주지도 않고 갔어. 동네 사람들이 나중에 다 묻어주었지. 오죽하면 개가 죽은 사람을 끌고 마을로 내려왔다는 소리까지 나왔겠어." 서산의 한국전쟁 민간인 희생자 유족들은 유독 서북청년단 이야기를 많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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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서산 부역혐의 희생사건’ 유해발굴 장소를 특정하는데는 목격자 한광석(88)씨의 증언이 결정적 도움을 줬다. 한광석씨는 30일 오전 갈산동 176-4 발굴현장에서 <한겨레>와 만나 73년 전 직접 목격한 상황을 들려줬다.
그는 한국전쟁 직후인 1950년 10월 서산중학교 2학년생(15살)으로, 충남 서산군 인지면 갈산리 봉화산 교통호 맞은편 마을에 살고 있었다. 한씨는 “꼭 아침에 날이 훤하게 밝기 시작하면 경찰이 차에 사람들을 태워 산에 끌고 가 죽였다”고 말했다. 매회 20명은 넘게 왔던 것으로 기억했다. 그는 “경찰이 하얀 옷을 입고 손이 묶인 사람들을 꼭 빨래줄 널듯이 세워놓고 총을 쏘았다”고 말했다. “총을 쏘면 불이 번쩍번쩍 했지. 그러면 사람들이 쓰러져. 총을 쏘면 원래 크게 울려야 하잖아. 사람이 맞는 총소리는 울리지 않아. 그냥 ‘톡톡’ 소리만 들렸어.” 목격한 횟수만 해도 5~6회였다고 했다.
한씨는 학살이 벌어지기 전 인민군 점령 시절엔 이곳 교통호(참호와 참호 사이를 안전하게 다닐 수 있도록 판 호)를 파는 데 동원됐다. 인민군의 지시로 마을 사람들과 함께 삽과 곡괭이로 들고 봉화산에 올라야 했다. 그런데 수복과 함께 부역혐의를 했다는 이유로 마을 사람들이 끌려와 총살당한 뒤 이 교통호에 묻히는 일이 벌어졌다.
“경찰은 총살시킨 사람들을 구덩이에 집어넣은 뒤 묻어주지도 않고 갔어. 동네 사람들이 나중에 다 묻어주었지. 오죽하면 개가 죽은 사람을 끌고 마을로 내려왔다는 소리까지 나왔겠어.” 서산의 한국전쟁 민간인 희생자 유족들은 유독 서북청년단 이야기를 많이 했다.
한씨도 말했다. “경찰이 데리고 왔지만 직접 쏘지는 않고 건달들 시켰다고 해. 그 건달들이 서북청년단원들이야. 걔들이 총을 쏘았대.” 현재 생존한 갈산동 교통호 학살 사건 목격자는 한씨 뿐이다. 그는 이번 유해발굴 지역 아래쪽에도 유해가 더 묻혀 있을 거라고 말했다. 이번 발굴단을 이끈 이호형 재단법인 동방문화재연구원 원장은 이 일대에 묻힌 부역혐의 희생자 유해를 200여구로 추정했다.
서산 지역에는 한국전쟁기 학살 사건이 유독 많다. 1950년 6월25일부터 7월14일 사이엔 예비검속으로 국민보도연맹원 수백여명이 대전형무소로 끌려가 대전 산내 골령골 등지에서 학살됐다. 서산 지역에 남은 보도연맹원 수백여명도 메지골 등에서 학살됐다. 인민군 점령기인 1950년 7~10월엔 인민군과 지방좌익 등 이른바 적대세력에 의해 450여명이 희생됐고, 다시 수복 뒤인 10월 이후엔 서산경찰서, 치안대, 서북청년단, 해군에 의해 1천명에 이르는 부역혐의 희생자가 발생했다. 정명호(74) 한국전쟁전후민간인희생자전국 유족회 서산지역 회장은 “그동안 조사를 해온 결과 서산 지역의 실제 부역혐의 희생자 수는 2200명에 이른다”고 말했다.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이 연 이날 발굴현장 언론공개에 앞서 열린 중간보고회 자리에서 황창순(73) 한국전쟁전후민간인희생자유족회 서산지역 부회장은 “완전유해 형태로 나온 30구가 누구인지 찾기 위한 유전자검사와 함께 갈산동의 다른 지역에서도 추가 발굴을 진행해줄 것”을 진실화해위 관계자에게 요청하기도 했다.
서산/고경태 기자 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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