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과 싸운' 수호신 등장, 눈물과 박수로 환영했다…"다시 보여주겠다, 동정은 싫어"

김민경 기자 2023. 5. 30.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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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암 헨드릭스.
▲ 리암 헨드릭스를 응원하는 팬들.

[스포티비뉴스=김민경 기자] "다시 내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보여줄게요. 동정은 원하지 않습니다."

시카고 화이트삭스 수호신 리암 헨드릭스(34)가 암과 싸워 이기고 마운드에 다시 섰다. 헨드릭스는 30일(한국시간) LA 에인절스와 홈경기에 맞춰 빅리그 26인 로스터에 이름을 올렸다. 그는 올해 1월 혈액암의 일종인 비호지킨 림프종 진단을 받고 투병했고, 최근 완치 판정을 받으면서 복귀 속도를 끌어올릴 수 있었다.

팬들은 경기 시작 전부터 눈물과 박수로 헨드릭스를 뜨겁게 환영했다. 헨드릭스는 아내 크리스티와 함께 구단의 지원으로 제작한 '암을 종식하라'는 문구가 적힌 티셔츠를 판매한 수익금(약 10만 달러)을 림프종 연구재단에 기부하는 행사에 나섰다.

크리스티는 "헨드릭스에게 '사람들이 얼마나 당신을 사랑하고 있는지 보이냐'고 계속 이야기한 기억뿐이다. 당신은 팬들, 팀 동료들, 시카고 지역사회까지 모두의 사랑을 받고 있다. 시카고 이전에 뛰었던 도시까지 모두가 당신을 응원하고 있다"며 오랜만에 복귀로 긴장했을 남편의 어깨에 힘을 실어줬다.

헨드릭스가 불펜에서 몸을 풀기 시작할 때부터 관중 2만3599명이 찾은 개런티드레이트필드가 들썩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헨드릭스가 3-4로 뒤진 8회초 구원 등판하기 위해 불펜에서 마운드까지 걸어 나올 때 관중들의 함성은 절정에 이르렀다. 모두가 일어나 "리암!"을 연호하며 뜨겁게 맞이했다. 지난해 10월 4일 미네소타 트윈스전 이후 238일 만에 빅리그 마운드 복귀였다.

에인절스 선두타자 맷 타이스는 일부러 바로 타석에 서지 않고 잠시 기다렸다. 병마와 힘겹게 싸우고 돌아온 헨드릭스가 팬들에게 충분히 축하와 응원을 받을 수 있도록 시간을 벌어준 것이다.

타이스는 "헨드릭스가 겪은 모든 일들, 암과 싸워서 돌아온 일, 그라운드로 다시 나서는 일은 정말 그에게 큰 업적이라고 생각했다. 경기장에 있는 모두가 그의 등장에 엄청 흥분해 있기도 했다"며 타석에 들어서지 않고 기다린 배경을 설명했다.

헨드릭스는 타이스의 배려에 "정만 큰 존중을 보여준 행동이었다"며 마음속 깊이 감사한 마음을 표현했다.

▲ 리안 헨드릭스(왼쪽)와 아내 크리스티.
▲ 238일 만에 마운드로 돌아온 리암 헨드릭스.

헨드릭스는 타이스에게 초구 95.8마일(약 154㎞) 직구를 던져 스트라이크를 잡으면서 한번 더 큰 박수를 받았다. 하지만 첫 등판부터 완벽히 한 이닝을 책임지기는 역부족이었다. 타이스에게 안타를 맞은 뒤 2루 도루까지 허용하며 위기에 놓였다. 1사 3루에서는 제러드 월시를 볼넷으로 내보내고, 1사 1, 3루에서 잭 네토에게 우익수 희생플라이를 허용해 3-5로 벌어졌다.

미키 모니악에게 2루타를 허용하면서 다시 한번 2사 2, 3루 위기에 놓였고, 마이크 트라웃의 타구가 유격수 글러브에 맞고 떨어지면서 내야안타가 되는 불운까지 겹쳐 또 실점해 3-6이 됐다. 헨드릭스는 오타니 쇼헤이를 유격수 땅볼로 처리하면서 1이닝 3피안타 1볼넷 2실점 투구를 마쳤다. 화이트삭스는 끝내 4-6으로 졌다.

헨드릭스는 임무를 마치고 마운드를 내려가면서 아쉬움 가득한 표정을 지었지만, 팬들은 헨드릭스가 더그아웃으로 들어가 안 보일 때까지 박수와 함성을 보냈다. 그가 건강히 돌아온 것만으로도 만족한다는 뜻일 것이다.

헨드릭스의 생각은 달랐다. 그는 오히려 더 이를 악물었다. "내가 평범한 사람이 됐다는 것만으로 절대 만족할 수 없다. 불펜에서 뒷문을 지킬 수 없다면 난 만족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말하려면 내가 쟁취해야 한다. 동정을 원하진 않는다. 내가 해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이어 "우리 불펜 투수들은 지금 잘 던지고 있지, 결국 마지막 순간에 그 자리는 내 것이 될 것이다. 물론 내가 차지해야 한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계속 등판해서 내가 직접 보직을 얻을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헨드릭스는 2011년 미네소타에서 메이저리그에 데뷔해 토론토 블루제이스, 오클랜드 애슬레틱스를 거쳐 2021년부터 화이트삭스에 둥지를 틀었다. 화이트삭스에서 통산 128경기에 등판해 12승, 75세이브, 129⅔이닝, 평균자책점 2.78로 활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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