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영리병원 녹지제주 개설 허가 재취소 처분은 정당”
제주도, 지난해 6월 개설허가 재취소
“외국인 투자 비율, 의료장비 멸실”
“외국 의료기관 허가요건 미충족”
국내 첫 영리병원으로 추진됐던 제주녹지국제병원에 대한 제주도의 개설 허가 재취소 처분은 정당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제주지방법원 제1행정부(재판장 김정숙 수석부장판사)는 30일 오후 중국 녹지그룹의 자회사 녹지제주헬스케어타운 유한회사(이하 녹지제주)가 제주도지사를 상대로 제기한 ‘외국의료기관 개설 허가 취소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고 제주도의 손을 들어줬다.
이번 소송은 제주도가 지난해 6월 녹지병원이 ‘제주도 보건의료 특례 등에 관한 조례’가 정한 외국의료기관 개설허가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며 허가를 또다시 취소하자 같은 해 9월 녹지병원이 취소처분을 무효화 해달라며 제기한 소송이다.
제주도는 녹지제주가 지난해 1월 병원 건물과 토지의 소유권을 국내 법인에 넘기면서 외국의료기관 개설허가 요건인 ‘외국인 투자 비율 100분의 50 이상’을 갖추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또 방사선 장치 등 의료장비와 설비도 모두 멸실하면서 조례가 규정한 개설허가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제주도 보건의료정책 심의위원회 전원 찬성으로 개설허가를 취소했다고 밝혔다. 녹지병원은 소송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병원 지분의 상당 부분을 국내 한 의료재단에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례는 의료기관 개설허가 요건을 갖추지 못할 경우 보건의료정책 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개설허가를 취소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번 녹지병원 개설허가 취소소송 ‘2차전’이 제주도의 승소로 마무리되면 녹지제주가 추진해온 영리병원인 녹지병원의 개원은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의료영리화 저지지와 의료공공성 강화를 위한 제주도민 운동본부’는 이날 오전 1시 제주지방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녹지병원 매각으로 실체가 사라졌기에 병원 개설 허가가 유지되는 것은 상식적으로 맞지 않다”면서 “법원은 녹지 측의 소송을 기각해 영리병원에 대한 모든 논란의 마침표를 찍어야 한다”고 밝혔다.
녹지제주-제주도 수년간 ‘영리병원’ 법적다툼
녹지병원과 제주도는 이번 소송을 포함해 또다른 ‘외국의료기관 개설 허가 취소처분 취소 소송’, 내국인 진료제한의 적법 여부를 다투는 ‘외국의료기관 개설 허가조건 취소 청구 소송’ 등 3개의 소송으로 수년간 법적 공방을 벌이고 있다.
녹지제주는 2017년 8월 서귀포시 헬스케어타운 부지 내 지상 3층·지하 1층 건축 연면적 1만8223㎡에 47개 병상, 4개 진료과목을 갖춘 병원 건물을 건립하고 제주도에 개설허가 신청을 했다. 2018년 12월5일 당시 원희룡 전 제주지사는 내국인은 제외하고 외국인 관광객만을 대상으로 진료하라는 조건부 허가를 내줬다.
녹지제주는 내국인 진료 제한이라는 조건부 허가에 반발해 개원하지 않았고, 제주도는 의료법 위반을 이유로 2019년 4월17일 개설 허가를 취소했다. 의료법은 개설 허가 이후 3개월 이내 정당한 사유없이 병원 문을 열지 않으면 허가를 취소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녹지제주는 곧바로 그 해 5월20일 제주도의 개설 허가 취소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냈다. 이 소송은 지난해 1월 대법원이 최종적으로 녹지제주의 손을 들어주면서 개설허가가 유효하게 됐다. 이후 제주도가 또다시 녹지병원의 개설허가를 취소하면서 이번 소송까지 이어진 것이다.
이와 별개로 제주도가 녹지병원의 개설 허가 조건으로 내건 ‘내국인 진료 제한’의 위법 여부를 따지는 ‘외국의료기관 개설 허가조건 취소 청구 소송’은 아직 진행 중이다. 1심에서 녹지제주가 승소했고, 항소심에서는 제주도가 승소했다. 현재 대법원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박미라 기자 mr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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