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한동훈 개인정보 유출 혐의 전방위 압수수색···MBC 보도국은 ‘압수할 게 없어’ 빈 손 철수
‘과잉 수사 논란’ MBC 압수수색 관해
한동훈 장관 “경찰이 사실 잘 밝힐 것”
경찰이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혐의와 관련해 MBC 기자의 주거지, 국회 사무처 등을 압수수색했다. MBC 보도국에 대한 압수수색도 시도했으나 보도국에 압수할 물품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 빈 손으로 철수했다. 전국언론노조 MBC본부는 “전례를 찾기 힘든 언론탄압”이라며 반발했다.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는 김민석 강서구의회 의원(무소속)이 한 장관과 가족의 주민등록초본 등 개인정보가 담긴 자료가 유출된 정황이 있다며 지난 4월 고발한 건과 관련해 30일 MBC 기자 임모씨의 휴대전화를 압수하고 주거지와 차량도 수색해 관련 자료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한 장관 개인정보가 유출된 경로를 파악하기 위해 국회사무처 의안과에도 수사관들을 보내 지난해 4월 인사청문회 당시 국회에 제출된 한 장관 자료를 확인했다.경찰은 한 장관의 개인정보가 인사청문회 당시 국회에 제출됐다가 외부로 새어 나갔고, 이 과정에 임씨가 관여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이날 MBC 보도국에 대한 압수수색영장 집행도 시도했다. 오전 11시45분쯤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사옥 1층 로비에 도착한 수사관들을 언론노조 MBC본부 조합원 20여명이 가로막으며 약 2시간 동안 대치가 이어졌다.
이호찬 노조위원장은 “이 정도 사안으로 언론사를 압수수색한 사안이 있는가 생각해보라”고 했다. 조합원들은 ‘돌아가십시오! 부당한 방송장악입니다’라고 쓰인 손팻말 들고 경찰을 막아섰다. 경찰은 “판사가 정당하게 발부한 영장 집행을 방해하는 행위”라며 “언론사가 성역은 아니”라고 맞섰다.
수사관들은 오후 12시43분쯤 MBC사옥 엘리베이터를 통해 보도국에 진입했다. 이후 MBC 사내 변호사 등이 참여한 상태에서 4~5분 정도 보도국 경제팀 내 임씨의 책상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조 등에 따르면 당시 책상에는 임씨의 노트북이나 개인 물품은 놓여있지 않았다.
경찰은 “MBC 측 인원과 사내 변호사 등 참여한 상태에서 보도국 내 임모기자 자리를 확인한 결과 압수 대상물이 없음을 확인해 사옥에서 철수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오후 1시40분쯤 MBC 사옥을 빠져나갔다.
전국언론노조 MBC본부는 입장문을 내고 “임모 기자가 당시 한 장관 인사청문 관련 자료를 타사 기자에게 전달했는지는 수사 과정에서 확인될 사안”이라며 “그러나 기자 개인의 개인정보 유출 혐의로 MBC 뉴스룸을 압수수색하는 것은 과잉수사임이 분명하다”고 밝혔다.
이어 “사건 발생은 이미 1년이 더 지난 시점이고, 기자 업무의 특성상 모든 업무는 개인 노트북 등을 통해서 이뤄지며, 뉴스룸 내에는 특정 개인의 공간이 없다”면서 “결국 개인 정보의 대상이 한동훈 장관이라는 점 또는 유출 혐의자가 MBC 소속이라는 점 등이 고려된 과잉 수사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했다.
MBC도 회사 명의 입장문을 내고 “개인에 대한 수사를 이유로, 그것도 공인인 국무위원 관련 정보를 이유로 언론기관의 심장인 뉴스룸에 대해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는 것은 사상 초유의 과잉수사”라며 “해당 기자가 지난해 9월 윤석열 대통령의 ‘날리면-바이든 발언’ 논란을 TV 뉴스로 처음 보도한 당사자로, 이 보도와 관련해 명예훼손 등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는 점에서 표적 수사라는 의심은 커질 수밖에 없다”고 헀다.
한 장관은 이날 대법원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 참석차 대법원에 들어서다 경찰의 MBC 압수수색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누군가를 해코지하기 위해 주민등록번호나 수십 년간의 주소 내역 등이 담겨있는 개인 정보를 유포한 것이 드러났는데도 그냥 넘어가게 된다면 다른 국민들에게 이런 일이 있어도 당연한 일이 될 것”이라며 “경찰이 사실을 잘 밝혀줄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경찰의 MBC 압수수색은 과잉수사’라는 야당 일각의 비판에 대해선 “민주당은 채널A 사건 때와는 입장이 굉장히 다른 것 같다”며 “이 일에 민주당이 관여한 것은 없는지 먼저 점검해야 하는 것 아닌가 싶다”고 했다.
김송이 기자 songyi@kyunghyang.com, 이유진 기자 yjle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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