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남미 가뭄에 마르는 ‘파나마 운하’…해상운송 복병으로

박은하 기자 입력 2023. 5. 30. 15:40 수정 2023. 5. 30.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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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나마 운하 갑문 통로를 지나가고 있는 컨테이너 선박. /경향신문 자료사진

중남미를 덮친 극심한 가뭄이 파나마 운하를 이용한 화물 운송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파나마 운하의 수위가 낮아지면서 운하를 이용해온 선박들은 짐을 덜 싣고 더 많은 요금을 내고 있다. 여름철 화물 운송비는 더욱 올라갈 것으로 예상된다.

북미와 남미를 연결하는 파나미 지협을 수직으로 가로지르는 파나마 운하는 태평양과 대서양을 잇는 뱃길로 사용된다. 12개의 갑문 사이에 물을 채워 배를 높이 띄운 뒤 차례로 수문을 열어 물을 흘려보내는 방식으로 배를 이동시킨다. 바다로 내보낸 물의 양 만큼의 담수가 다시 운하로 흘러들어와야 운하를 유지할 수 있다. 국제 공급망 모니터링 회사 에버스트림에 따르면 배 한 척이 운하를 통과할 때마다 수문을 열어 바다로 흘려보내는 물의 양은 2억 리터 가량이다.

올 들어 중남미에 넉 달째 가뭄이 이어지면서 운하에 충분한 물이 공급되지 않고 있다. 운하 주변의 올 2~4월 강수량은 평년의 50% 수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현지 기상청에 따르면 장마의 기미도 아직 없다. 파나마 운하에 물을 공급하는 가툰 호수는 올 7월 역사상 최저치로 낮아질 전망이다. 이에 따라 파나마 운하청은 이달 초 흘수 제한 조치를 예고했다.

파나마 운하의 위치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30일(현지시간) 파나마 운하를 통과하는 선박의 흘수는 최대 13.4m로 제한된다. 흘수는 배가 물 위에 떠 있을 때 물 아래로 잠겨 있는 부분의 깊이이다. 흘수가 클수록 더 무거운 배가 다닐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파나마 운하청은 이달 초 기존 15.24m이던 흘수 상한을 지난 24일부터 13.56m로 낮췄는데, 가뭄이 지속되자 한 차례 더 낮춘 것이다. 이는 2016년 운하 확장 공사 이후 마련한 프로토콜에 따른 조치이다.

흘수 제한 조치로 운하를 이용한 상품 운송비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전문지 마린인사이트는 “사소한 변경으로 보이지만 일부 컨테이너선의 경우 화물이 40% 감소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전 세계 해상 무역선의 5%가 파나마 운하를 통과하며 동아시아와 미국 동부를 오가는 화물선들이 특히 많이 이용한다. 마린인사이트는 “화물선보다 가벼운 액화천연가스(LNG) 선박은 당장 상대적으로 영향을 크게 받지는 않지만, 미국 정부가 향후 5년 동안 LNG 수출을 크게 늘리기로 한 이상 파나마 운하가 향후 LNG 공급망의 병목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일부 화물회사들은 짐을 덜 실어야 하는 만큼 요율을 높여 이익을 벌충하려고 하고 있다. 도이체벨레에 따르면 해운사 하파그로이드는 동아시아에서 북미로 가는 화주들이 6월 1일부터 컨테이너당 수수료를 500달러 더 내야 한다고 통지했다. 일부 배송업체는 운하를 이용하는 대신 캘리포니아로 선적해 미국 동부까지 기차로 화물을 운송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파나마 운하는 2016년 대규모 운하 확장 공사를 했지만 이후 물부족에 시달려 왔다. 2016년과 2019년에도 가뭄이 발생해 흘수를 대폭 낮췄다. 100년만의 가뭄으로 꼽히는 중남미의 올 가뭄은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한 것으로 여겨진다.

박은하 기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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