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소수자 차별 강화법’ 제정 우간다…일각선 미국 책임론 제기
바이든, 우간다 제재 시사했지만
“미 종교단체 후원이 원인” 지적도
아프리카 우간다가 동성 간 일부 성관계에 대해 최대 사형에 처하도록 하는 성소수자(LGBTQ) 차별 강화법을 29일(현지시간) 제정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우간다를 제재하겠다는 뜻을 밝혔고, 국제앰네스티 등 인권단체도 강하게 반발했다. 하지만 우간다를 비롯한 아프리카의 성소수자 박해 분위기를 조성한 건 다름 아닌 미국 등 서방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AF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요웨리 무세베니 우간다 대통령은 이날 동성애자 일부 성관계에 대해 최대 사형을 선고할 수 있는 ‘2023년 동성애 반대 법안’에 서명했다. 법안엔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 감염자의 성행위, 미성년자 대상 성행위 등을 ‘악질(aggravated) 동성애 성관계’로 규정하고 사형에 처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여기에 ‘악질 동성애 성관계’ 미수범엔 최대 징역 14년을, 단순 동성애 성관계 미수범엔 최대 징역 10년을 각각 선고할 수 있도록 했다. 동성애 모임을 조직하거나 후원하는 행위에 대해서도 징역 20년을 내리도록 하는 등 가혹한 처벌이 대거 포함됐다.
우간다 의회는 지난 3월 성소수자라는 사실만 확인돼도 처벌하도록 하는 법안을 통과시킨 바 있다. 다만 국제사회의 비판이 계속되자 수위 조절에 나섰고 해당 조항은 삭제됐다.
하지만 여전히 법안이 반인권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성명을 내고 “우간다의 반동성애법 제정은 보편적 인권에 대한 비극적인 침해”라며 “많은 우간다 국민을 비롯해 전 세계인과 함께 이 법의 즉각적인 폐지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러한 민주주의 후퇴는 미국 정부 인사와 관광객 등 우간다에 머무는 모든이에게 위협이 된다”고 강조했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은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우간다에 대한 미국의 관여 측면에서 이 법의 함의를 평가하라고 지시했다”며 “미국은 양국 간 공동 의제를 진전시키기 위해 연간 총 10억달러(약1조3000억원)를 우간다에 투자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실상 제재를 시사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더 나아가 인권 침해와 부패 연루자에 대한 입국 제한 등의 조처도 고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호세프 보렐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대표도 “국제인권법뿐 아니라 잔인하고 비인간적인 처벌을 금지해 인간 존엄을 지키도록 한 아프리카 인권 헌장 준수 의무에 역행하는 행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제 인권단체의 비판도 이어졌다. 유엔인권사무소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차별적인 반동성애 법안이 제정됐다는 사실에 경악을 금치 못한다”고 밝혔고, 국제앰네스티 또한 “인권에 대한 심각한 공격”이라고 지적했다. 인권인식 제고증진포럼(HRAPF) 등 우간다 인권단체는 우간다 고등법원에 위헌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우간다의 반인권 행보엔 미국도 일정 부분 책임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 극우 단체가 우간다 정부의 반성소수자 정책과 프로그램을 꾸준히 지원해왔고 미 정부가 이를 방치했다는 주장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성소수자 권리와 안전한 임신중절, 포괄적인 성교육에 반대하는 20개 이상의 미국 단체가 2007년부터 2020년까지 최소 5400만달러(715억3000만원)를 우간다 정부에 기부했다”며 “반성소수자 정서는 예전부터 존재했지만, 미국 우익 단체의 ‘문화 전쟁’으로 더욱 심각한 이념 갈등이 초래됐다”고 평가했다.
인권 운동가들은 우간다 등 일부 국가가 경제난 등 실정을 덮기 위해 성소수자 탄압 정책을 펴고 있다고 주장한다. 탄자니아에서 성소수자 권리 운동을 펼치고 있는 파트마 카루메는 AF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경제 위기에 휩싸인 당국이 희생양을 찾고 있다”며 “성소수자를 배척해 시민들의 주의를 분산시키고 있다”고 꼬집었다.
손우성 기자 applepi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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