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 칼럼] 김남국 코인이 증권이었다면

노자운 기자 2023. 5. 30.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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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국 의원이 사라졌다.

승재현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가상자산이 투자계약형 증권으로 인정 받을 가능성이 조금이나마 높아지려면 회사의 이익이 시세에 반영되는 '투자형 코인'이어야 한다"며 "그런데 위믹스는 투자형 코인이라기 보다는 전매차익형 코인에 가까운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해 전세계 가상자산 시장을 뒤흔든 테라·루나 폭락 사태 때도 루나 코인의 증권성이 논란의 중심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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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국 의원이 사라졌다. 거액의 가상자산 투자로 세간을 떠들썩하게 만들고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지 2주째다. 지난 18일 경기 가평휴게소에서, 26일 안산에서 목격된 것을 제외하곤 흔적 조차 찾아볼 수 없다.

검찰은 김 의원에 대한 수사 강도를 높이며 고삐를 바짝 죄고 있지만, 일각에선 검찰 수사가 김 의원에게 오히려 기회가 됐다는 씁쓸한 반응이 나온다. 부당한 표적 수사이자 정치 탄압이라는 프레임을 짜 놓고 숨어버리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여당은 물론이고 자신이 몸 담았던 민주당 진상조사단의 요구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해도 괜찮다. 정치 탄압이라는 그럴싸한 명분이 있으니 말이다.

그도 그럴 것이 현재 서울남부지검에서 김 의원 사건을 들여다보고 있는 부서는 반부패수사를 전담하는 형사6부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얽힌 대장동 개발 비리도, 민주당 전당대회 돈 봉투 살포 사건도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부에서 수사하고 있다. 이 대표와 송영길 전 대표처럼 김 의원도 표적 수사의 희생양을 자처하곤 홀연히 잠적해버렸다.

만약 검찰 수사가 애초에 반부패 공공범죄뿐 아니라 금융 범죄에도 초점을 맞춰 진행됐다면, 김 의원이 지금처럼 정치 탄압 프레임 뒤에 숨어 마냥 당당할 수 있었을까. 자본시장법의 테두리 안에서 김 의원은 ‘정치인 김남국’이 아니라 ‘투자자 김남국’이다. 유동성 공급자(LP) 역할까지 해가며 41종 가상자산을 전문적으로 사고 팔다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받았다면, “윤석열 정권의 실정을 물타기하려는 저열한 술수”라든지 ”한동훈 검찰의 작품”이라는 막무가내식 호소는 어려웠을 것이다.

검찰은 최근 김 의원의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까지 들여다보기 시작했지만 현행법상 쉽지 않은 일이다. 자본시장법을 적용하려면 코인을 증권으로 봐야 하는데, 6종류의 증권 중 가장 포괄적 개념인 ‘투자계약형 증권’에 넣는 게 그나마 현실적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승재현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가상자산이 투자계약형 증권으로 인정 받을 가능성이 조금이나마 높아지려면 회사의 이익이 시세에 반영되는 ‘투자형 코인’이어야 한다”며 “그런데 위믹스는 투자형 코인이라기 보다는 전매차익형 코인에 가까운 것 같다”고 말했다. 자본시장법을 개정하거나 별도의 가상자산 업권법이 마련되지 않는 한, 김 의원에게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적용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코인의 증권성 문제가 도마 위에 오른 건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지난해 전세계 가상자산 시장을 뒤흔든 테라·루나 폭락 사태 때도 루나 코인의 증권성이 논란의 중심에 있었다. 법원은 증권성을 인정하지 않았고, 결국 검찰은 테라폼랩스 공동 창업자인 신현성 전 차이코퍼레이션 대표의 신병 확보에 두 번이나 실패했다. 사태의 핵심 인물인 권도형 전 대표가 국내로 송환된다 하더라도 처벌할 법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게 법조계 중론이다. 미국 검찰과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이미 권 전 대표를 증권 사기 등의 혐의로 기소했는데, 우리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자본시장법상 사기적 부정거래 혐의가 적용되면 형량이 높아질 수 있으며, 이를 통해 범죄 수익을 몰수·추징할 수 있게 된다. 그래야만 피해자들을 구제할 길도 열린다. 가상자산의 증권성은 인정돼야 한다. 이젠 더 이상 미룰 때가 아니다.

[노자운 법조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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