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밀컨 콘퍼런스와 K금융

강도원 기자 입력 2023. 5. 30. 14:16 수정 2023. 5. 30. 19:02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매년 5월 미국 LA 베벌리 힐스에서는 아주 특별한 행사가 열린다.

올해는 시티그룹 최고경영자(CEO) 제인 프레이저, 골드만 삭스 회장 데이비드 솔로몬, 글로벌 3대 사모펀드 KKR의 한국계 CEO 조셉 배, 국제통화기금(IMF)의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총재 그리고 미국 공화당의 유력 대통령 경선 후보인 글렌 영킨 버지니아 주지사 등이 참석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
손병두 거래소 이사장
[서울경제]

매년 5월 미국 LA 베벌리 힐스에서는 아주 특별한 행사가 열린다. 올해는 시티그룹 최고경영자(CEO) 제인 프레이저, 골드만 삭스 회장 데이비드 솔로몬, 글로벌 3대 사모펀드 KKR의 한국계 CEO 조셉 배, 국제통화기금(IMF)의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총재 그리고 미국 공화당의 유력 대통령 경선 후보인 글렌 영킨 버지니아 주지사 등이 참석했다. 이처럼 뉴스에서나 볼 법한 정·재계 인사들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곳이 바로 밀컨 글로벌 콘퍼런스이다.

‘미국판 다보스’라고도 불리는 밀컨 콘퍼런스의 올해 주제는 ‘번영하는 세계로 전진’(Advancing a thriving world)이다. 총 4일에 걸쳐 수많은 세션이 열리는데, 콘퍼런스 주최자이기도 한 마이클 밀컨은 76세 고령에도 불구하고 12개의 금융 경제 세션을 직접 진행하며 건재를 과시했다. 참가자들의 가장 많은 관심을 받은 분야는 역시 ‘금융시장과 투자’였다. 전 세계에서 모인 4400여 명의 참가자들은 금융시장 불안을 해소하고 침체를 극복할 혜안을 하나라도 놓칠세라, 긴 시간 자리를 지키면서도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취재 열기도 대단했다. 서울경제신문에서 나온 2명의 특파원도 함께 있었는데, 생생한 현장 분위기를 전하기 위해 분주히 취재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밀컨 콘퍼런스는 해외에서는 인지도가 꽤 높지만, 국내에서는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2004년 외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참석해 한미 경제통상 협력 방향 등을 설명한 적이 단 한 번 있을 뿐이었다. 그런데 올해는 근 20년 만에 모처럼 한국 단독 세션이 개설되었다. 한국 자본시장에 대한 높아진 관심을 실감할 수 있었다. ‘인베스터스 뷰 : 코리아’( Investor’s view: Korea)를 주제로 한국거래소, 한국투자공사와 자본시장연구원이 함께 패널 토론을 진행했다. 해외 국부펀드와 연기금, 글로벌 자산운용사와 사모펀드를 대상으로 대한민국 경제와 자본시장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는 뜻깊은 시간을 가졌다.

한국거래소는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저평가)의 원인과 배경, 외국인 투자자 등록 의무 폐지, 영문공시 확대 및 배당절차 관행 개선 등 외국인 투자자의 자본시장 접근성 제고 방안과 외환시장 구조개선 방안을 상세히 설명했다. 이와 더불어 국정과제로 추진 중인 한국 자본시장 개혁 노력을 글로벌 투자자에게 적극적으로 알리고, MSCI 선진국지수 및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을 위한 공감대를 만들고자 노력했다.

밀컨 콘퍼런스는 글로벌 투자자와의 소통과 여론 형성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알려져 있다. 그래서인지 일본은 고노 다로 디지털청 장관, 아마야 토모코 금융청 국제담당 차관이 비즈니스와 금융 허브로서의 일본 홍보에 열을 올리는 모습도 보였다. 느껴지는 바가 많았다. 한국 자본시장의 글로벌 인지도가 높아지고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는 일은 저절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한국 자본시장이 글로벌 위상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불합리한 관행과 제도를 개선하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한다. 그러려면 글로벌 플레이어들과 지속적인 교류와 소통은 이제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다.

행사장에서 만난 룩셈부르크증권거래소의 CEO는 한국 채권시장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 한국거래소와의 협력 의사도 표명했다. 브라질 최대 투자은행인 BTG 팩추얼의 관계자는 브라질 광산기업의 한국 상장을 문의하기도 했다. 이제는 이런 관심들이 낯설지만은 않다.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한국 배우의 오스카 수상이나 K-POP의 세계적인 성공을 예상한 사람은 없지 않은가. K-뮤직, K-영화, K-푸드, K-기술에 이르기까지 “K-썸씽(something)”의 바통을 자본시장이 이어받을 차례이다. 지금부터는 K-금융의 시대다.

강도원 기자 theone@sedaily.com

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