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손 뒤로 꺾인 채 겹겹이 매장된 시신…‘서산 부역혐의’ 학살의 흔적
한국전쟁 때 학살 흔적 발굴
유골 60여구와 유품 등 나와
“최소 민간인 1865명 희생돼”
2기 진실·화해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의 ‘충남 서산 부역혐의 희생사건’ 유해발굴 현장에서 한국전쟁 당시 군·경에 의해 집단 학살된 것으로 보이는 유골 60여구와 유품 등이 발굴됐다.
진실화해위는 충남 서산시 갈산동 176-4 봉화산 교통호 인근 유해발굴 현장을 30일 공개했다. 부역혐의 사건 관련 유해 발굴은 지난 3월 충남 아산에 이어 두 번째다. ‘서산·태안 부역혐의 희생사건’은 1기 진실화해위가 2008년 12월 진실규명을 결정한 사건이다.
이번 유해 발굴지인 봉화산 교통호는 1950년 북한 인민군이 전투를 위해 판 곳이다. 1기 진실화해위 조사 결과, 1950년 10월 초부터 그해 12월 말까지 서산·태안경찰서 소속 경찰과 해군이 이곳을 비롯한 최소 30여곳에서 인민군에게 부역했다는 이유로 적법한 절차 없이 민간인을 학살한 것으로 밝혀졌다.
60m 구간을 총 3개 구역으로 나누어 진행한 이번 작업에서는 유해 60~68구가 발굴됐다. 구역별로는 1구역 13구, 2구역 30~35구, 3구역 17~20구다. 유해는 폭과 깊이가 각각 1m 이하인 좁은 교통호를 따라 빽빽하게 놓인 상태였다. 굵은 다리뼈들뿐 아니라 척추뼈와 갈비뼈까지도 온전한 상태로 나왔다. 진실화해위는 당시 군·경이 희생자들의 고개를 숙이게 한 뒤 머리 뒤를 총으로 쏘아 살해한 것으로 보고 있다.
1구역에서 발굴된 한 유해는 교통호 바닥을 향해 고꾸라져 있는 상태에서 양팔이 뒤로 꺾여있었다. 주변에서는 M1 소총 추정 탄피도 확인됐다. 유해 다리 사이에 다른 유해가 2중, 3중 중첩된 경우도 있었다. 진실화해위는 “학살이 일어난 뒤 들개가 시신을 물고 마을까지 내려와 이장과 청년들이 교통호 안에 재매장했다는 증언을 뒷받침해준다”고 설명했다.
발굴 현장에서는 백색의 4혈 단추와 고무줄 바지끈, 반지 등 유품도 발견됐다.
진실화해위는 ‘서산·태안 부역혐의 희생사건’으로 최소 1865명의 민간인이 희생된 것으로 보고 있다. 확인된 희생자는 977명이다. 대부분 농사를 지으려 생계를 꾸렸던 20~40대 남성들이며 여성들도 일부 포함돼 있다고 한다. 진실화해위는 서산경찰서의 ‘신원 기록심사 보고’를 참고해 당시 총살 목격자와 주검 수습자 등과 함께 현장 조사를 진행했다.
https://www.khan.co.kr/national/national-general/article/202303281640001
강은 기자 e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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