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 건물 드론 공격에 러시아 “우크라이나 소행”···우크라이나 부인

우크라 키이우에서도 드론 공격

지난 3일(현지시간) 러시아 대통령 관저인 모스크바 크렘린궁 지붕에 화염과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는 모습이 폐쇄회로(CC)TV에 찍혔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드론 2대가 크렘린궁을 공격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암살을 시도했다고 주장했다. 붉은광장CCTV/UPI연합뉴스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에 30일 오전(현지시간) 대규모 드론(무인기) 공격이 가해졌다. 아직 공격 주체가 명히 드러나지 않은 가운데, 러시아는 이번 공격이 우크라이나 소행이라고 주장했고 우크라이나는 이를 부인했다. 친우크라이나 러시아 민병대, 러시아 자작극 등의 가능성도 거론된다. 러시아 측은 이번 공격으로 사망자나 중상자가 없다고 밝혔지만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맞댄 러시아 접경지에서도 공격이 이어지면서 확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모스크바 건물에 무인기 공격···1명 부상

AFP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모스크바의 주거용 건물 몇 채가 드론 공격을 받았다. 러시아 관영 RIA통신은 드론 공격으로 1명이 다쳤다고 전했다. 세르게이 소비아닌 모스크바 시장은 “오늘 새벽 드론 공격으로 건물 몇 채가 경미한 손상을 입었다”면서 “응급 소방대가 현장에 출동했으며 아직까지 심각하게 다친 사람은 없다”고 말했다.

모스크바 외곽 모스크바주의 안드레이 보로비요프 주지사는 텔레그램을 통해 “몇 대의 드론이 모스크바로 비행하는 도중에 격추됐다”면서 “방공망이 가동됐다”고 전했다. 러시아 인터넷 매체 바자(Baza)는 “무인기 약 25대가 모스크바 공격에 가담했다”면서 “일부 무인기들은 모스크바 외곽 모스크바주에서 러시아 방공시스템에 격추됐고, 일부는 아주 낮은 고도로 비행하다 나무나 전선에 걸렸다”고 전했다. 매체는 이어 “3대의 무인기가 모스크바 시내 아파트로 날아들었다”면서 “아파트를 공격한 무인기 1대의 폭발물은 터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날 무인기는 이른 아침 모스크바 시내 남서쪽의 ‘레닌스키 프로스펙트’와 ‘프로프소유즈나야’ 거리에 있는 아파트를 공격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모스크바 남서부 신도시 ‘노바야 모스크바’ 지역의 아틀라소바 거리에 있는 24층 아파트 건물도 공격을 받았다. 이밖에 모스크바 서쪽 외곽의 크라스노고르스크, 오딘초보, 넴치노프카, 바르비하 지역 주민들도 폭발음을 들었다고 현지 매체들은 전했다.

드론들은 이날 모스크바를 기준으로 우크라이나가 위치한 서남쪽 방향에서 날아온 것으로 전해졌다. 모스크바와 우크라이나 내 최전선 지역의 거리는 약 1000km다.

러시아 “우크라이나 소행” ···우크라 “우리와 무관”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전화회의에서 이번 사건과 관련해 “배후에 우크라이나 정권이 있는 것이 확실하다”며 “이번 공격은 ‘특별 군사 작전’의 필요성을 보여준다”고 주장했다.

그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이날 매우 일찍 업무를 시작했다. 국방부와 모스크바 지역 및 비상 당국으로부터 실시간으로 보고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현재 대통령은 크렘린궁에서 집무 중”이라며 “대통령이 이번 사건에 대해 언급할 특별한 계획은 없다”고 덧붙였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또 “방공부대와 국방부가 잘 대응했고 다행히 아무도 사망하지 않았다. 현재는 모스크바와 주변 지역에 대한 위협이 없다”고 전했다.

반면 미하일로 포돌랴크 우크라이나 대통령 고문은 이날 유튜브 영상에서 이번 공격에 대해 “물론 우리는 이와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이런 공격의 증가를 지켜보고, 예상하게 돼 기쁘다”고 덧붙였다.

러시아, 키이우에 공습 퍼부어

이날 모스크바 공습은 러시아가 건립 기념일을 맞은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 지난 28일부터 100기가 넘는 드론과 순항미사일을 쏟아부으며 개전 이후 최대 규모의 공습을 퍼붓는 가운데 일어난 것이다.

러시아는 이날 새벽에도 키이우에 드론 공격을 이어갔다. 우크라이나군은 이날 키이우를 공격한 러시아 드론 20여대를 격추시켰으며 적어도 1명이 사망하고 4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이날 모스크바를 공격한 드론의 배후에 어떤 세력이 있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우크라이나 정부군, 블라디미르 푸틴 정권에 반대하는 반러 세력의 소행일 수도 있고 러시아 정부의 자작극일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날 공격은 우크라이나가 대반격이 임박했음을 시사한 뒤에 이뤄졌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전날 텔레그램 채널에 올린 정례 연설을 통해 대반격 시기에 대한 보고를 받았다면서 “결정은 내려졌다”고 밝혔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